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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팔리는 프로가 경쟁력 있다?
  • 승인 2002.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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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올해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은 <태조 왕건>’이는 작년 말 모 스포츠지 tv연예란에 실린 기사 제호로서, ac 닐슨 코리아의 1년 간 시청률 자료를 토대로 kbs의 대하사극 <태조왕건>이 평균 시청률 42.6%로 1위, sbs의 <여인천하>가 36.2%로 2위를 차지했음을 기사화하면서, 이는 2001년 안방극장에 거세게 불어닥친 ‘사극열풍’ 현상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소위 ‘사극 열풍’은 ‘우리 역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았다’라는 우쭐함으로 설명을 마무리짓기에는 석연치 않다.
|contsmark1|왜냐하면 ‘사극 열풍’은 대중적 인기와 함께 반갑지 않은 부작용을 여럿 남겼기 때문이다. 극 중 전쟁장면이 필요이상으로 난무하는가 하면 방송심의 때면 약방의 감초처럼 늘 등장하는 선정성 논란, 또 고무줄 늘이듯 연장을 거듭하는 방송사의 편성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contsmark2|kbs <태조 왕건>의 경우 걸핏하면 불에 타죽는 병사들의 모습을 보여주어 온가족 안방 시청에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하고, sbs <여인천하>는 윤원형과 정난정이 거의 상반신을 드러낸 채 첫날밤 정사를 벌이는 선정적 장면을 방영하거나 궁중 비빈들의 암투를 지나치게 과장한 나머지 ‘여인들의 싸움 천하’란 비아냥을 사고 있는 실정이다.
|contsmark3|이는 방송사들이 시청률 경쟁을 벌인 나머지 역사의 주된 흐름과는 관련 없는 부분을 확대 과장한 탓에 일어난 경쟁의 부작용이라 하겠다.
|contsmark4|일반적으로 방송사에서는 직접적으로 ‘시청률을 높이라’는 주문 대신에 ‘프로그램의 경쟁력 제고’라는 완곡한 어법을 사용한다. 흔히 ‘시청률’이라고 할 때는 그 단어가 품는 부정적 이미지, 특히 방송의 공공성, 공익성과 상충할 여지가 많기 때문에, ‘경쟁력’이라는 긍정적 어휘를 사용함으로서 ‘시청률’이 마치 프로그램 질과 직접적인 상관관계에 있음을 연상시키게 한다.
|contsmark5|tv 프로그램이 무형의 문화 상품이며 따라서 그만한 상품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논리다. 그리고 그 경쟁력의 범주에는 가격 경쟁력은 물론 기타 품질, 성능, 신상품개발, 납품기간, 마케팅 능력 등에 의한 경쟁력이 포함된다.
|contsmark6|방송 프로그램의 경우 가격 경쟁력 - 이는 효율적인 제작비 집행과 외부 판매가, 광고 방송 단가 등이 해당될 것-및 프로그램의 질, 효과, 방송시간, 새롭고 참신한 프로그램 기획, 그리고 홍보 및 영업 등이 해당되겠다.
|contsmark7|따라서 단순히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이 경쟁력이 있다고 단언키는 어려우며, 그밖에도 고려해야할 중요한 사항들이 많은 것이다. 시청자(소비자)와 약속한 편성 시간을 정확히 지키는 것도 중요하고, 그 기획의 참신함도 살펴보아야 하며, 또 프로그램이 담고 있는 내용이 기획의도에 적절하며 방송의 공공 목적과도 합치되는가도 함께 따져 보아야하는 것이다.
|contsmark8|위에 들은 드라마의 예처럼 설령 시청률이 40%대를 육박하면서 시청자의 폭발적인 관심을 이끌어낸 프로그램이라고 하더라도, 막연히 ‘경쟁력 높은 프로그램’이라며 자찬할 것만이 아니라 냉정하게 ‘프로그램 경쟁력’의 공정한 잣대 위에 올려놓고 다시금 바라보는 평가와 용기가 필요하다.
|contsmark9|그것이 만일 역사극이라면 역사적 진실을 왜곡 없이 진지하게 담아내었는지, 새로운 사실(史實)을 발굴, 재해석의 여지를 던져주었는지 등 프로그램 본질에 대한 방송사 혹은 제작자 스스로의 성찰과 공평무사한 판단을 동반하는 경쟁력 평가가 있어야 할 것이다.
|contsmark10|잘 팔리는 상품이 곧 경쟁력 높은 것이란 성급한 판단은 위험하다. 많이 팔렸지만 뒤에 큰 말썽을 빗은 불량품의 예가 얼마든지 있는 것처럼, tv 프로그램도 예외는 아니다.
|contsmark11|최지영 kbs 드라마국
|contsmark12||contsmark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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