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꼽히던 간접광고(PPL)가 허용 2년 만에 시청자들로부터 눈총을 받고 있다. 드라마에서 맥락 없이 튀어나오는 상품과 노골적인 대사들이 몰입을 방해한다는 불만이다.
지난 2010년 1월 방송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양성화된 간접광고. 간접광고는 시청자들에게 ‘민폐 캐릭터’로 존재감을 알렸지만 실제 드라마 제작현장에선 대본과 연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 간접광고 논란, 톱스타 드라마에 많은 이유는 = 방송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 편의 드라마로 벌어들이는 간접광고 판매 수익은 최소 8억 원 정도다. 간접광고 수익이 제작비에 포함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드라마 제작비의 20% 가량을 간접광고 수익에 의존하고 있다. 드라마 제작단가가 올라가면서 이제 간접광고는 없어서는 안 될 제작비 재원이 된 셈이다.
한 방송사 드라마 PD는 “비용을 들여 장소를 섭외한 곳도 ‘간접광고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때가 있다”며 “노골적인 간접광고 때문에 시청자들이 불만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천정부지로 솟은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선 간접광고가 필요하다”이라고 말했다.
현재 간접광고의 수익은 지난해 지상파와 제작사협의회간 양해각서를 통해 절반씩 가져가고 있다. 투입한 제작비보다 조금이라도 수익을 내야 하는 제작사가 아무래도 간접광고에 적극적이다. 특히 작품 규모가 크거나 톱배우가 출연하는 작품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이승기와 하지원이 주연을 맡은 MBC <더 킹 투하츠>, 장동건과 김하늘 등 인기 연기자들이 출연한 SBS <신사의 품격>, 소지섭·이연희의 SBS <유령> 등이 잦은 상품 노출로 지적을 받은 게 우연이 아니다.
한 드라마 PD는 “평균 편당 제작비가 2억 원 정도인데, 출연료가 4000~5000만원을 넘는 주연 배우들과 스타 작가를 기용하고 나면 제작비는 남는 게 없다”며 “이 때문에 스케일이 크거나 톱스타를 쓰는 드라마의 경우 20억 원까지 간접광고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드라마제작사협회 관계자는 “A급 배우들이 드라마에 나오면 광고를 많이 받아야 하는 부담도 있지만 또 배우를 보고 광고도 많이 들어 온다”라고 말했다.
■간접광고, 촬영장 갈등 불씨로 = 이 때문에 촬영현장에서 배우들과 연출진 간에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제작사 입장에서는 간접광고 상품을 주연배우를 통해 노출시켜야 하는데 마음에 들지 않다는 이유로 상품을 거부하는 배우도 있다”며 “이럴 경우에 현장에서 개런티를 다시 조율하는 복잡한 일도 발생한다”라고 밝혔다.간접광고의 문제는 ‘생방송 드라마’·‘쪽대본’ 으로 대표되는 국내 드라마 제작 현실에도 책임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드라마 촬영 간격 없이 협찬과 판매에 들어가는 국내 드라마 제작 여건상 불가피하다. 박창식 새누리당 의원(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장)은 “출연진과 편성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현실적으로 간접광고나 협찬을 받을 수가 없다”며 “드라마 촬영이 들어간 이후에야 급작스럽게 상품 노출과 홍보 멘트를 요구하면 어느 작가와 연출자가 좋아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드라마 제작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졸속으로 간접광고 제도를 허용하다 보니까 벌어지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금까지 지상파에 자막고지 협찬을 허용하거나 외주제작사에 간접광고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데 있어 형평성의 잣대로 간접광고 제도에 접근해왔다. 그런데 막상 간접광고를 허용하고 보니 광고 규제완화 정책을 확대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제작현장과 시청자단체에선 간접광고의 효과를 분석하고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광고주의 광고 예산은 한정적인데 간접광고 시장을 만들어놨다고 해서 시장 자체가 커지는 것은 아니다”며 “PPL이 오히려 전체 드라마 광고 수익을 깎아 먹는 게 아닌지 잘 살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책위원은 “간접광고는 미디어법 개정 당시에 종편출범과 이에 대한 물타기 측면에서 일방적으로 도입됐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지적한 뒤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자정 노력과 절제가 없다면 시청자들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