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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가정의 불편하지만 유쾌한 웃음 전쟁

[인터뷰] KBS 2TV 시트콤 〈닥치고 패밀리〉 조준희 PD 최영주 기자l승인2012.09.12 17: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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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준희 KBS PD ⓒKBS
순종인 우성 형질의 노란색 콩과 열성 형질의 초록색 콩이 만나면 우성인 노란색 콩이 나온다는 ‘우성의 법칙’은 멘델의 유명한 이론이다. KBS 2TV 새 시트콤 〈닥치고 패밀리〉는 첫 회부터 ‘우성의 법칙’을 보여주며 시트콤의 주축이 되는 두 가족을 대놓고 우성과 열성으로 나눈다.

이야기는 우신혜(황신혜 분)의 우성가족과 열석환(안석환 분)의 열성가족이 한 가족이 되며 시작된다. 재혼을 통한 두 가족의 물리적 만남은 화학적 반응을 일으킬 수 있을까.

그러나 〈닥치고 패밀리〉는 과학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시트콤이다. 유전자의 우열을 가리기에는 가족관계는 복잡하고 미묘하다. 그러니 골치 아픈 과학이론은 접어두고 우리는 두 가족에 집중하면 된다.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KBS별관 1층에 위치한 카페에서 〈닥치고 패밀리〉의 조준희 PD를 만났다. 일주일 내내 야외 촬영과 스튜디오 녹화로 지쳤을 법도 한데 그는 시종일관 진지하면서도 유쾌한, 조용하면서도 에너지 넘치는 모습이었다.

입사 15년 차 예능 PD인 조준희 PD가 단독으로 시트콤 연출을 맡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못말리는 결혼〉(2007~2008)과 〈사랑도 리필이 되나요〉(2005~2006) 연출에 참여했지만 선배 PD들을 돕는 위치였다.

그는 “시트콤은 단순히 웃기는 것보다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는 게 매력적”이라며 “100~120회 동안 스토리를 진행하는 과정 속에 깨알 같은 재미들이 복합적으로 있다”며 시트콤만이 지닌 매력에 대해 설명했다.

이제 막 20회에 접어든 〈닥치고 패밀리〉는 좌충우돌 가족의 이야기에 힘입어 평균 6%(AGB닐슨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KBS 내에서는 시트콤에서의 부진을 <닥치고 패밀리>가 깨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도 있다.

그만큼 조 PD의 부담도 크다. 그는 “이번에 잘 돼야 다음 후속 시트콤이 편성되기 때문에 아직 성급하게 판단할 상황은 아니다”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그는 단조로운 시트콤 영상을 색다르게 연출하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 최근 몇 년 전부터 방송촬영에 사용하기 시작한 일명 ‘오두막’으로 불리는 DSLR(Digital Single-Lens Reflex) 5D Mark 카메라를 사용했다. 스틸카메라의 정교한 렌즈로 표현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점 때문이다. 촬영시간에 쫓겨 야외촬영에서만 사용하지만 색감이 좋고 영화 같은 화면을 시청자에게 선사하고 싶은 연출자의 욕심이 묻어 있다.

〈닥치고 패밀리〉는 의외의 캐스팅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데뷔 30년 만에 첫 시트콤에 도전하는 황신혜는 기존의 도도한 이미지를 벗어던져 시트콤에서 반전의 재미를 주고 있다. 가수 박지윤도 ‘성인식’이 갖고 있던 차가운 이미지에서 벗어나 푼수끼 넘치는 모습으로 변신에 성공했다. 또 14년 만에 ‘민폐 캐릭터’로 돌아온 이본의 등장도 화제다.

사실 〈닥치고 패밀리〉는 우성과 열성으로 두 가족의 모습을 단순하게 설명하지만 재혼가정의 문제를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잘나가는 에스테틱의 원장으로 시간을 잊은 듯한 미모를 지닌 우성가족의 엄마 우신혜, 특혜 받은 미모로 뭐든 다 용서되는 큰 딸 우지윤(박지윤 분)과 전교 1등 엄친딸이지만 친구들 앞에선 싸늘한 카리스마를 내뿜는 둘째 우다윤(다솜 분)까지 남들이 보기엔 완벽한 가족 그 자체다. 그러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설명하기에 그들의 관계는 위태롭기만 하다.

   
▲ KBS 2TV 〈닥치고 패밀리〉 ⓒKBS

반대로 늘 부족한 살림에 햄 하나를 놓고 젓가락 전쟁을 벌이지만 사랑만은 풍족한 가족이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사랑의 총알을 날리는 열성가족 대표인 아빠 열석환, 백수 큰딸 열희봉(박희본 분), 학교에서 ‘빵셔틀’인 큰 아들 열우봉(최우식 분), 막둥이 열막봉(김단율 분), 그리고 궁상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장모 궁애자까지 그들은 매일 시끄럽다.

이런 정반대의 가족들이 모인 〈닥치고 패밀리〉가 진정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오해의 여지가 있는 타이틀도 사실 ‘입을 닫아라’의 ‘닥치고’가 아니라 ‘다른 거 다 제쳐놓고’ ‘가족이 최우선’이라는 뜻이다. 결국 〈닥치고 패밀리〉의 화두는 ‘가족’이다. <닥치고 패밀리>의 가족을 통해 그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간단하면서 어렵다.

“열성이라고 하지만 어쩌면 그 모습이 평범한 가정이죠. ‘저게 진짜 사람 사는 거구나’라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살아온 환경이 다른 두 가족이 ‘재혼’을 통해 한 가족이 되면서 단순한 ‘합(合)’이 아닌 ‘화합(和合)’으로 가는 과정을 그려볼 예정입니다”

그는 ‘가족’이라는 관계 속에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사회라는 현실도 반영하고 싶다고 밝혔다. 실제로 〈닥치고 패밀리〉에서는 소통이 사라진 가족, 빵셔틀, 왕따, 88만원 세대, 외모지상주의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열석환의 아들 열우봉은 소위 ‘빵셔틀’이고 막내 열막봉은 ‘왕따’다. 딸 열희봉은 면접에서 항상 ‘외모’가 문제다. 새 막내딸 우다윤의 스케줄은 온통 ‘공부’다. 그런 아이들의 아버지가 청소년문화센터 센터장이라는 것은 우연치고는 의미심장하다.

조 PD는 가족과 사회의 갈등을 외면이 아닌 내면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희봉이가 살을 뺀다고 해서 현재의 모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게 아니라 자기의 내면에서부터 당당함을 가져야 진정한 ‘우성’인 거죠.”

지금까지의 〈닥치고 패밀리〉는 전주에 불과하다. 30회부터 본격적으로 ‘합’이냐 ‘화합’이냐를 두고 우신혜 가족과 열석환 가족 간의 긴장은 더 커진다. 30회 이후로 가족 간의 감정적 변주가 계속되고, 60회 이후로는 큰 위기가 닥친다.

앞으로 다가올 먹구름이 예사롭지 않지만 위태로운 배에 함께 탄 이 가족의 미래가 어떻게 될 지 기대된다.


최영주 기자  yj719@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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