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원 피랍 500일, 정부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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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원 피랍 500일, 정부는 없었다
KBS ‘추적 60분’ “소말리아 해적 소탕한 정부 이번엔 불개입, 일관성 없어”
  • 박수선 기자
  • 승인 2012.09.13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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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추적 60분> ⓒKBS
KBS 2TV <추적 60분> ⓒKBS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정부에서 힘을 써주셔야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불쌍한 저희를 잊지 말아주세요.”

소말리아 해적에 500일 넘게 잡혀 있는 한국인 선원 4명은 한국 정부에 간절히 호소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피랍 선원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외국 언론을 통해 국내에 알려질 때까지 이 동영상의 존재 조차 모르고 있었다. 삼호 주얼리호 선원들은 군사 작전까지 펄치면서 적극적으로 나섰던 한국 정부는 제미니호 선원 4명이 500여일 넘게 피랍될 때까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지난 12일 방송된 KBS 2TV <추적 60분> ‘소말리아 해적 피랍 500일 저희를 잊지 마세요’편을 통해 한국인 선원들이 소말리아 해적에 피랍된 지 500여일 만에 선원들의 목소리와 모습이 전파를 탔다. 외교통상부 출입기자단이 지난 10일 선원 피랍 500일만에 엠바고(보도유예)를 깨기로 결정하고서야  <추적 60분>도 한차례 불방이라는 진통을 겪은 뒤에야 선원들의 문제를 다룰 수 있었다.

▲ KBS 2TV <추적 60분> ⓒKBS

제작진이 소말리아 인근 케냐에서 만난 현지 언론인들과 해적들에게 전해 들은 바에 따르면 피랍 선원들의 안전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소말리아의 한 언론인은 선원들의 안전을 묻는 제작진의 질문에 “그 중 몇몇은 말라리아와 열대병으로 고생하고 있다고 들었다. 한명은 좌절감으로 인한 심리적인 문제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소말리아 해적에 피랍됐다 124일만에 풀려난 김대근 금미호 선장도 선원들의 건강과 상태를 걱정했다. 김 선장은 “4개월 동안 피랍돼 있으면서 몸이 형편없이 상했는데 16개월이라면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11월 말 제미니호에 타고 있던 선원 25명 모두 풀려났지만 한국인 4명만 해적들에 의해 다시 납치됐다. 왜 한국인 선원들만 계속 억류돼 있는 것일까. 당시 협상에 참여했던 싱가포르 선원기구 관계자는 “그들은 정부에 원하는 게 있었다”고 했다.

한국인 선원들을 억류하고 있다는 한 해적도 “친구와 친척들이 한국 군인들의 공격에 의해 죽었다. 그래서 우리가 흥분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적들은 지난해 1월 삼호주얼리호 선원들을 구출하기 위해 시행된 ‘아덴만 여명작전’ 때문에 한국인 선원들을 계속 억류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해적도 “인질들의 석방 여부는 한국이 한시라도 빨리 반응하는 데 있다”며 “대응이 없다면 인질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우릴 비난해서는 안된다”라는 협박성 발언도 했다.

이에 대해 외교통상부는 제작진쪽에 언론보도가 협상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인터뷰에 응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해적들의 요구에 대해 “해적들과 선원들을 맞교환하자는 정치적인 요구는 이미 철회됐고 아덴만 여명 작전을 거론하는 것은 협상금을 올리기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라는 반박했다.

▲ KBS 2TV <추적 60분> ⓒKBS
해적들과 외교통상부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가장 큰 관심사는 선원들이 언제 돌아올 수 있는냐다.지난 6월에 한 국제기구에서 발간한 해적 인적 피해 보고서에는 한국인 선원 4명을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는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있다. 통상 고위험군은 선주가 파산됐거나 협상 대리인과 연락이 닿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

한국인 선원들을 고위험군으로 내몬 책임은 협상 주체인 싱가포르 선사에 있다는 게 제작진과 만난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하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은 협상의 조건이 군사작전에 대한 보상이라면 한국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캄순후앗 싱가포르 선원기구 사무총장은 “회사의 힘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 정부가 어느정도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김종대 <디펜스21 플러스> 편집장은 “해적 군사 작전은 종결된 사안이 아니었다”며 “군사작전의 성공이 과대 포장되고 여타 요인은 밀려나고 무시되면서 계속 해적의 위협이 잔존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인식이 부족했다”라고 지적했다.

제작진은 “삼호주얼리호 선원들을 구출 할 당시 정부는 직접 촬영한 구출 장면을 내외신에 제공하는 등 대대적으로 홍보했다”며 “삼호 주얼리호는 특공대를 투입해 선원을 구출한 반면 이번에 협상 불개입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고 정부의 일관성 없는 대응을 꼬집었다.

<추적 60분> 진행을 맡고 있는 강희중 CP는 방송을 마치면서 “피랍 선원들에게 미칠 영향 때문에 방송 결정 전 고민이 많았다”며 “하지만 500일은 너무 긴 시간이다.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지, 500일 피랍 원인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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