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은 끝났지만 투쟁은 현재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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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주최 언론 대파업 의미와 과제 토론회

“성과를 판단하기엔 이르다. 파업은 끝났지만 투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MBC노조 170일, KBS새노조 75일. 공영방송사를 비롯한 언론사 노조가 유례없는 장기 파업을 벌인 끝에 현업으로 복귀했으나 내부 진통은 여전하다. 이번 언론대파업을 성적표로 치자면 눈에 띄는 성과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구성원의 각성을 징검다리 삼아 국민들에게 언론의 역할과 의미를 환기시켰다는 평가다.

언론대파업의 성적표와 함께 숙제도 남았다. 파업을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한 내부 구성원은 ‘언론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지속적인 투쟁을 진행해야 하는 동시에 ‘언론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낙하산 사장을 저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 민주언론시민연합과 한국언론정보학회가 지난 13일 서울 무교동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언론사 연쇄파업의 성과를 가늠하는 토론회를 열고 있다. ⓒPD저널

민주언론시민연합과 한국언론정보학회 주최로 지난 13일 서울 무교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2012 언론대파업, 의미와 과제’ 토론회에서 사회를 맡은 이효성 교수(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는 “언론의 자유는 투쟁의 결과로 얻어진 것이지 권력의 시혜로서 주어진 게 아니다. 언론 종사자들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기 때문에 전보다 더 언론의 자유를 누릴 수 있으리라 본다”며 파업의 의미를 짚었다.

발제자로 나선 신태섭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공동대표는 언론대파업을 두고 “저널리즘 영역에서 벌어진 투쟁”이라고 의미를 짚어냈다. 다만, 파업에 대한 노사 인식의 간극이 컸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했다.

언론대파업에서 노조는 “공정보도 쟁취를 위한 합법 파업”이라고 규정한 데 반해 사측은 “불법·정치 파업”으로 규정했다. 노조는 특정 정파에 유리하도록 프로그램 편성 및 제작에 개입하는 사측의 행위가 근로조건을 악화시킨다는 입장이었으나 사측은 오히려 노조의 불공정 보도 등 해사행위에 맞선 합법적이고 당연한 경영의 집행권이라는 입장을 보여 노사 간 팽팽히 맞섰다.

신 대표는 언론사 연쇄파업의 성과로 “방송민주화에 대한 내부 구성원들의 각성과 투쟁의 경험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게 된 상식과 여론”을 꼽았다. MBC의 경우 노조 파업에 대한 지지와 성원의 일환으로 ‘김재철 사장 퇴진 및 구속수사 촉구를 위한 국민서명운동’을 전개해 76만명까지 참여했다.

언론대파업을 이끈 지도부들은 이번 파업이 끝나질 않았음을 강조했다. 170일 파업을 이끈 정영하 언론노조 MBC본부 위원장은 “MBC는 싸움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MBC의 보도를 보면 보수 정권 재창출의 불쏘시개가 되겠다는 수준”이라며 “MBC노조는 내주부터 김재철 사장 퇴진 1000만 서명 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석 언론노조 KBS새노조 위원장은 ‘대선 공정방송 검증단 발족’과 올해 말 ‘낙하산 사장 저지’를 통해 75일 KBS새노조 파업의 성과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위원장은 “공방이 벌어질 때 진실을 탐사보도 하는 대선 후보 검증단이 지난 12일 정준길 리포트를 처음으로 내보냈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공정보도를 통해 평가를 받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까진 언론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갈 길이 멀다. 이강택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성과가 없는 건 아니다. 이전과는 다른 성과가 있다. 많은 언론인들이 연대가 이뤄졌다”고 밝힌 뒤 “다만 언론사 내부에서 콘텐츠를 통한 투쟁만큼 중요한 것은 낙하산 사장을 저지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대표는 “낙하산 사장의 퇴출, 사측의 징계철회, 징계를 받은 방송인의 원상회복”이며 “불법적인 방송장악과 민간인 사찰의 진상을 규명해 향후 그러한 불법과 민주주의가 파괴가 재연되지 않도록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도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최진봉 교수(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도 “공영방송의 사장 선임에 정치권력의 압력이 여전히 작용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사장 선임에 있어서 정치권력이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적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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