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공직선거법 인터넷 실명제도 폐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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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23일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표현의 자유의 가장 걸림돌이었던 인터넷 실명제(일명 제한적 본인 확인제)를 재판관 만장일치로 위헌결정을 내렸다.

2004년 3월 12일 개정된 '공직선거법'에서 인터넷 언론사의 게시판에 선거에 관한 글을 쓸 때, 성명과 주민등록번호의 일치 여부를 확인한 후 게시할 수 있는 조항이 8년 만에 폐지된 것이다.공직선거법에 인터넷 실명제가 도입되자 시민사회와 언론단체, 심지어는 인터넷 기업에서도 이 제도가 심각한 표현의 자유 훼손과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 우려하며 폐지를 요구했다.

하지만 오히려 2007년 이른바 악성댓글로 인한 유명인들의 피해가 증가하자 전면적으로 확대해 선거시기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시기에서도 실명제 도입을 확대 적용했다. 그리고 그 범위도 대통령령으로 정해 평균 사용자수가 일정 수 이상이면 무조건 인터넷 실명제 적용을 하게 함으로 빈축을 샀다. 때문에 구글(Google.com)에서 운영하는 동영상 사이트인 유투브(Youyube.com)가 한국 서비스를 포기하는 등 세계적인 망신거리가 되기도 했다. 그러던 인터넷 악법중의 하나인 인터넷 실명제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드디어 역사의 뒤안길로 쓸쓸히 사라진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번에 위헌 결정을 내린 인터넷 실명제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뿐 아니라 실제 그 효과도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그간의 많은 연구 성과는 실명제에도 불구하고 불법게시물이나 악성댓글의 수가 크게 감소하지 않아 실효성에 많은 의문이 제기되었다. 뿐만이 아니다.

외국인은 국내 사이트 게시판 사용이 어렵고, 국내 이용자들도 표현의 자유를 쫒아 해외 사이트로 사이버 망명을 하기도 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부작용이 제도 시행의 공익적 효과보다 크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인터넷 실명제는 정보통신망법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 대표선출 사항을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82조는 유권자가 인터넷 언론사 게시판을 통해 선거운동 기간에 정당·후보자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의 문자·음성·화상·동영상 등의 정보를 게시할 경우 실명을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100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위헌 결정과는 위배된다. 때문에 시민사회와 언론관련 단체들은 이런 법률불일치 상황을 지적하고 아무리 선거기간일지라도 정보의 자유로운 이용과 정치정보의 표현의 자유도 기존 법과 달리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선거관리위원회도 회의를 열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해 선거에 관한 인터넷 실명제도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모으고 국회에 개정의견을 제출하겠다고 나섰다. 이제 공은 정치권으로 다시 넘어간 상황이다.

주요 인터넷 언론사와 언론단체 그리고 정보인권 단체들이 공직선거법의 실명제를 폐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까지 나온 마당에 미적거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학술연구교수
그런데 문제는 국회이다. 현재 3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로 인해 각 당은 후보선출에 집중하면서 공직선거법은 일부에서만 논의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하루라도 빨리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고 있는 인터넷 실명제를 공직선거법에서도 퇴출해야 한다.

또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이 있다. 공직선거법 상의 인터넷 실명제를 폐지하면서 본인확인을 할 수 있는 다른 장치로 개악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취지와도 부합하지 않는다. 인터넷 상의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언론사와 시민들의 자유로운 정치정보를 유통할 수 있는 합리적인 법 개정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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