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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독립 어음, 현찰로 바꿀 때”…언론인 파업 재개 움직임

“10월이야말로 미완으로 끝났던 언론인 투쟁을 승리로 완결할 때다.” (이강택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올해 상반기 동안 길게는 170일 이상 파업을 벌인 방송·언론인들의 낙하산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 회복 요구가 대선을 석 달 남겨둔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방송·언론인들이 일련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파업 재개를 검토하는 등 제2막을 준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에 더해 정치권이 언론장악 청문회와 국정감사 등을 예고하고 있는 10월까지의 활동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행되지 않는 ‘방송 독립’ 약속, 들끓는 언론인…10월 파업 재개 가능성

올해 상반기 170일 파업을 전개했던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이하 MBC노조)는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8일까지 MBC 정상화를 위한 총력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앞서 지난 10일 서울지역 대의원대회에서 김재철 MBC 사장의 해임이 계속해서 지체될 경우 파업 재개가 불가피하다는 데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았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이하 KBS 새노조)도 군사정권 시절 ‘땡전뉴스’의 주역이자 학력위조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이길영 이사장이 파행으로 이끌고 있는 KBS 이사회의 두 번째 회의가 열리는 오는 19일 조합원 총회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KBS 새노조는 이사회가 오는 11월 임기 만료를 앞둔 김인규 KBS 사장의 후임으로 또다시 낙하산 사장을 선임할 기미를 보일 경우 파업을 재개할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특보 출신 낙하산 사장에 반대하다 해직된 YTN 기자 6명도 내달 6일 해직 4주기를 맞지만 여전히 복직의 문은 열리지 않고 있다. 언제 다시 복직 투쟁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밑바닥부터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는 일련의 분위기 속엔 지상파 3사 공동 파업이라는 전례 없는 싸움에도 여전히 건재한 낙하산 사장 체제와 지난 8월 KBS와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하 방문진) 이사 선임 과정에서 작금의 체제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정부·여당, 그리고 이 같은 전횡을 무력하게 용인하고 있는 야당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

지난 6월 여당은 19대 국회 개원 협상에서 방송·언론 정책을 다루는 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에서의 언론 청문회 개최 노력을 약속해 놓고도 정기국회가 시작된 현재까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공영방송 이사 임명·추천권이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논문표절(김재우 방문진 이사장) 논란과 학력의혹(이길영 KBS 이사장) 등의 부적격 인사들을 밀어붙였고, 여대야소(與大野小)의 불평등한 의사구조 역시 유지시켰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해직을 포함한 징계를 받은 방송·언론인들의 수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으며, MBC <PD수첩> 등 권력에 비판적인 프로그램들은 사실상 폐지된 것과 마찬가지 상황에 놓여있다.

방송·언론인 총파업 속 치러진 4·11 총선 과정에서 야당은 물론, 당시 여당의 선거를 이끌었던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까지도 측근을 통해 강조한 방송·언론의 독립에 대한 약속, 즉 “여야 정치세력이 발행한 ‘어음’을 ‘현찰’로 바꿔내는 과제”(장지호 언론노조 정책실장)가 남아있는 것이다.

“불안정한 정세, 오히려 기회…권력감시 저널리즘이 무기”

문제는 작금의 현실이 이런 탓에 방송·언론인들이 준비하고 있는 제2막이 여의치 않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이명박 정권은 이전과 달리 임기 말인 현재까지도 검·경 등 국가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는 본격 대선 레이스가 시작된 지금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는 여야 대선 후보들과 유력 인사들을 둘러싼 의혹과 사찰 논란, 수사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또 갖가지 논란과 의혹으로 점철된 공영방송 이사장들과 국가인권위원장 등의 임명을 강행할 정도로 인사권 또한 살아있다.

하지만 일련의 불안정하고 복잡한 정세를 오히려 ‘기회’로 활용할 수 있고, 벌써 그 징후 또한 포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여전히 국가기구에 대한 강고한 장악력을 드러내고 있는 정부로 인해 여권의 대선 후보임에도 권력을 이양 받지 못하고 있고,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의 그늘과 단절은커녕, 영광처럼 끌어안고 있는 박근혜 후보가 이를 증명한다”고 말한다.

실례로 경선 이전부터 여권의 대선 후보로 내정돼 있던 것과 마찬가지였던 박 후보는 그간 대부분의 지지율 조사에서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지만, 최근 인혁당 발언 등 아버지 시대와 관련한 ‘역사관’ 논란에 휩싸이며 지지율 ‘하락’과 ‘주춤’을 번갈아 경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 후보는 야권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시 강탈한 ‘장물’로 규정한 정수장학회 문제를 정리하려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고 나섰다. 부모님의 이름을 딴 장학회에서 박 후보 역시 이사장을 지냈음에도 관련성을 부인해왔던 것과 비교할 때 눈에 띄는 변화다.

이강택 위원장은 “더 이상 지금처럼은 안 된다는 걸 느끼도록 해야 하며, 여기엔 방송·언론장악 체제를 유지하려는 태도 역시 더 이상 안 된다는 점을 인식시키는 것도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방송·언론 독립에 대한 정치권의 약속 이행 등을 요구하며 파업 재개를 경고하고 있는 공영방송 노조와 더불어, 언론노조가 <뉴스타파>와 민주언론실천위원회(이하 민실위) 활동 강화 등을 통해 적극적인 의제 설정과 보도 감시 등을 계획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상파 방송의 한 관계자는 “특정 후보에 대한 견제를 위해 또 다른 정치 세력과의 유기적 결합이 도드라질 경우 4·11 총선 직후와 같은 무력감에 휩싸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롯이 저널리즘 본연의 책무를 다하는 것으로 대전환의 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야권, 언론 청문회 약속 등 이행 노력 ‘동분서주’

야권도 방송·언론인 총파업과 4·11 총선 과정에서 쏟아낸 약속의 이행을 노력하는 모양새다. 먼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특위)는 지난 3일 MBC의 대주주인 방문진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를 의결했다. 민주통합당은 방문진 감사 과정에서 방문진의 관리·감독을 받는 MBC의 김재철 사장 배임의혹 등에 대한 진실도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때문에 감사원의 감사 대상은 방문진이지만, 사실상 사상 최초로 MBC 감사를 진행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감사원이 방문진 감사를 10월로 미룬 사실이 지난 17일 밝혀지면서 여권 후보를 위한 ‘고의’ 지연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19대 국회 개원 합의 조건이었던 문방위에서의 언론 청문회 개최 노력이 여당의 반대로 사실상 무산되자,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 야당 의원들이 나서고 있다. 언론인 파업은 방송·언론의 독립과 관련해 진행된 것이긴 하지만, 노사 간의 문제이기도 한 만큼 문방위로부터 키를 넘겨받아 환노위에서 언론 청문회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 소속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야대여소(野大與小) 구도인 만큼 환노위에서의 청문회 개최는 문방위보다 수월할 것이란 전망이다. 민주통합당 환노위 간사인 홍영표 의원은 “가능한 추석(10월 1일) 전에 MBC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만약 (추석 전 개최가) 여의치 않을 경우 국정감사 기간 동안 (자료 정리 등의 이유로) 쉬는 날에 청문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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