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오는 27일 김재철 사장 해임안 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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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리 여부는 내달 초에 결판…사측, 시청률 하락 노조 탓만

김재철 MBC사장의 해임안이 오는 27일 상정된다.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는 20일 오후 2시부터 장장 네 시간에 걸쳐 정기 이사회를 열어 업무 보고를 받은 뒤 야당 측 이사들이 오는 27일 김재철 사장의 해임안을 상정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7일은 방문진이 MBC의 정상화를 둘러싸고 노사 대표인 정영하 MBC노조위원장과 김재철 사장으로부터 의견을 청취하기로 한 날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재철 사장의 해임안이 상정되더라도 처리 여부는 내달 초에나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다음 정기 이사회는 오는 10월 4일 예정돼 있다.  다만, 방문진의 이사 구성이 여야 6대 3이라는 구조적 한계 속에서 과반을 얻어 해임안이 가결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해임안은 이사 9명 중 5명 이상이 동의하면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이날 업무 보고는 기획홍보본부, 편성제작본부, 보도본부 순으로 진행됐다. 예능본부와 경영본부는 시간관계상 오는 10월 4일에 진행한다. 이 자리에는 안광한 부사장 뿐 아니라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과 권재홍 보도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그러나 김재철 사장이 특별한 사유 없이 불참함에 따라 이사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전례 없는 일 아니냐”고 반발했고, 업무보고에 따른 총평을 오는 27일 또는 10월 4일로 연기시켰다.

▲ <PD수첩> 제작진이 20일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방송문화진흥회) 앞에서 <PD수첩>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피켓팅 시위를 벌이고 있다. ⓒMBC노조

‘PD수첩’ 제작진 피켓팅…백종문 본부장, “방송 계획 있다” 말만 되풀이

정기 이사회가 열리기 직전 <PD수첩> 제작진은 방문진 사무실 앞에서 ‘시사교양 PD 말살을 멈춰라’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탐사 고발 프로그램의 대표격인 <PD수첩>의 제작진이 업무에서 배제되고, 결방 5주차를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PD수첩>이 방송 파행을 겪으며 사실상 폐지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만큼 조속한 사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나섰다. 이와 관련해서도 MBC노조는 지난 9월 초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에 대한 ‘공정방송 실현에 대한 의지’ 의견조사를 벌였고 그 결과 불신임 94%가 나왔다.

피켓시위를 본 이사들이 <PD수첩> 불방 사태에 대한 의견을 묻자 백 본부장은  “<PD수첩>은 만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면서도 “작가들이 집필을 거부해서 못 만들고 있고, PD들이 딴 데 가 있어서 못하는 거다. 제작이 중단된 적이 있을 뿐 불방은 거의 없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경영진은 앞서 지난 7월 말 “분위기 쇄신”을 이유로 4~12년 동안 <PD수첩>에 몸담았던 6명의 작가들을 교체해 사실상 해고시켰다. 이에 지상파4사 구성작가협회가 즉각 나서 <PD수첩> 대체 작가 집필 거부 선언을 했다.

이어 백 본부장은 “작가들이 900명이 넘는데 왜 꼭 그 작가들을 해야 하느냐”라고 반문하자 최강욱 이사는 “900명씩이나 있는 작가들이 집필 거부한 것은 당사자들도 모르게 뒷구멍으로 잘랐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게 아닌가. PD들은 건설 현장으로, 브런치를 배우는 아카데미로 보낸 것도 본인 아니냐”고 따져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 이사가 <PD수첩>의 재개 여부에 대해 묻자 백 본부장은 “방송 재개 계획이 있다”는 발언만 했을 뿐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선 밝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안광한 부사장 “교육명령 부러워한다”

한편 야당 측 최강욱 이사에 따르면 안광한 부사장은 MBC의 정상화가 역행하는 현 상황에 대해 “MBC의 저조한 시청률을 비롯해 모든 게 불법 파업 때문”이라고 노조 탓으로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최 이사가 기자, PD, 아나운서 등 직종을 불문하고 현장 대신 교육 명령을 내린 점에 대해 캐묻자 안 부사장은 “임원회의에서 (교육 명령 프로그램에 대해) 모두들 부러워했다”고 답했다.

이러한 발언에 대해 일부 이사들이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좋은 프로그램이라면서 사원들에게 모멸감을 줄 수 있는 건가. 교육이 필요한 시기도 아니고 파업을 다녀오면 교육을 받는 거냐”(최강욱 이사)고 보복성 인사 논란을 꼬집는가 하면 “(사원들을) 격리 시켜놓는 게 과연 교육이라고 볼 수 있나. 각 부서장들이 나서 단합을 시키는 게 맞지 않느냐”(김충일 이사)며 따진 것으로 전해졌다.

기획홍보본부 업무 보고에서는 최근 MBC에서 불거진 ‘내부 감시용 해킹 프로그램 설치’와 보도국 내 고해상도 CCTV 논란이 제기됐다.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은 해킹 프로그램에 대해선 “시험 가동만 했을 뿐”이라고 못 박았다. 선동규 이사가 CCTV 설치에 대해서 “자신이 그 상황에 처했다면 어땠을 것 같냐”고 묻자 이 본부장은 “기분은 나빠도 수긍했을 것 같다. 결과만 가지고 묻지 말고 원인에 대해서 물어달라”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본부 업무보고에서는 지난 5월 논란의 불씨를 키운 권재홍 보도본부장의 부상 소식을 다룬 <뉴스데스크>의 보도가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뉴스데스크>는 권 본부장이 조합원의 저지 때문에 신체적 충격을 받았다는 내용을 보도했으나 보도가 허위·왜곡 보도라는 비판 여론에 휩싸였다. 이에 최강욱 이사가 “당시 팩트 체크해서 나온 보도냐”고 묻자 권 본부장은 “100% 팩트 체크한 게 맞다”는 입장만을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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