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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란 감독·손충모 전교조 대변인 나서 사찰 피해 증언

MBC사측이 해킹 차단을 목적으로 설치한 보안 프로그램을 두고 MBC안팎에서 ‘내부 감시용’이라는 비판이 높은 가운데 사생활 침해와 인권 침해 소지가 높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정영하, 이하 MBC노조)는 24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MBC트로이컷 불법사찰 피해 사례를  낱낱이 공개했다. MBC노조는 △직원 사생활 침해 △직원 가족과 작가 등 외부인 개인PC 통한 유출 피해 △무분별한 개인정보 유출 △노조활동 등에 대한 정치사찰 의혹 등으로 나눠 사례들을 공개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MBC사측이 지난 5월 해킹을 차단하는 목적으로 보안 프로그램 ‘트로이컷’을 설치하면서 비롯됐다. 당시 MBC노조는 해당 프로그램이 해킹 방지용을 넘어서 직원들의 이메일, 메신저, 블로그 내용 등 지극히 개인적인 정보들을 자동적으로 회사 서버에 수집한다는 점을 폭로했다.

그러자 MBC사측은 “시험 가동 중”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MBC사측은 점점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6일 해당 보안 프로그램을 철수시켰고, 정보시스템실장은 13일자 회사특보를 통해 “이 세상에 사찰을 위한 프로그램은 없다”고 밝히는 등 급하게 사태를 마무리 짓는 듯 보였다.그러나 여전히 ‘트로이컷’ 프로그램에 따른 후속 피해 사례들은 끊이질 않고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해킹 프로그램에 대한 피해사례에 대한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MBC노조에 따르면 피해 사례는 직원들의 내밀한 이야기가 담긴 개인 블로그의 비공개 메뉴에 올린 글과 메신저 대화문 등은 물론 MBC인트라넷에 접속하면 자동 설치되는 ‘트로이컷’ 때문에 작가나 프리랜서를 비롯해 MBC직원의 가족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등 무차별적인 수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MBC라디오 인터뷰 코너에 출연한 적이 있는 손충모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당시 출연료 지급 때문에 집주소,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를 이메일로 전송했다”며 “사측이 개인신상정보를 저장했을 거라는 상상은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공영방송 MBC와 인터뷰 한 번 했다고 사생활 정보가 백업(저장)됐다는 건 믿을 수 없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며 분개했다.

<뉴스타파>의 앵커이자 영화 <두 개의 문>을 연출한 김일란 감독도 MBC구성원이 아니지만 개인 메일과 자료가 유출됐다는 점에 대해서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김 감독은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헌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원고를 써서 이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며 “이 원고가 MBC 서버에 전송됐다는 이야기를 듣자 무서웠다.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MBC에게 더 이상 무언가를 기대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사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수사 진척은 더딘 상황이다. MBC노조는 앞서 지난 6일 김재철 사장을 비롯해 간부 6명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사법당국에 고소했다. 수사당국은 지난 18일과 20일 고소인 조사(MBC노조 집행부)를 벌였으나 아직까지 피고소인(김재철 사장을 비롯한 간부 6명)에 대한 조사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에 이용마 MBC노조 홍보국장은 “기자회견을 한지 20일이 넘었음에도 경찰은 중대한 증거물인 회사 서버에 대한 압수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이는 증거인멸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지적한 뒤 “경찰은 빨리 회사 서버를 압수수색하고 피고소인 조사를 벌여야 한다. 대검찰청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자체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종오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근로자라고 해서 과연 근로자의 가족이 회사에 의해 사생활 침해를 당할 수 있는가. 법률적 판례가 있을 수 없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지적한 뒤 “MBC사측의 통신비밀법과 정보통신법 위반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며 수사를 촉구했다.

정영하 MBC노조 위원장은 “김재철 사장은 더 이상 물의를 빚지 말고 계량화된 데이터를 내놓고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밝힌 뒤 “사장의 임명권을 지닌 방송통신위원회와 MBC를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는 방문진은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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