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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밴드도 나름의 존재가치가 있어요”

[PD의 사생활] ‘알밴드’ 드러머 김광필 KBS PD 최영주 기자l승인2012.09.25 10:3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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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필 KBS PD
〈탑밴드〉를 연출한 김광필 KBS EP(총괄 프로듀서). 그는 85년 KBS에 입사한 교양국 소속 PD다. 〈KBS 스페셜〉, 〈환경스페셜〉 등 다큐멘터리를 만든 교양 PD인 그는 밴드 경연프로그램 〈탑밴드 1·2〉를 기획했다.

그의 외도는 우연이 아니다. 김 PD는 2010년 직장인 밴드 ‘알밴드’를 결성해 드러머로 활동 중인 아마추어 음악인이기도 하다.

밴드의 이야기,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생각에 〈탑밴드〉를 시작한 김 PD를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KBS 연구동 내 사무실에서 만나 아마추어 밴드세계와 〈탑밴드〉에 대해 들어보았다.

김광필 PD가 처음 드럼스틱을 잡은 건 2008년. 집 앞에 새로 오픈한 드럼학원 간판을 본 그는 주저없이 달려갔다. 오매불망 꿈에 그리던 드럼이었다. 재수시절 대학에 가지 말고 드럼을 칠까 고민할 정도로 드럼에 대한 로망을 품고 있었다.

그는 주말만 되면 스틱을 잡고 드러머로 변신한다. 자다가도 일어나 새벽 3~4시에 연습을 할 정도로 드럼에 푹 빠졌다. 그는 연습실에서 드럼 치는 걸로는 부족해 아파트 베란다에 드럼 패드(연습용 드럼)까지 설치했다.

“새벽에 베란다에 가서 연습하고 있으면 아이들이 화장실 간다고 나왔다가 귀신이 앉아있는 줄 알았다며 놀란 적도 많죠.”(웃음)

밴드를 결성하게 된 것도 이런 드럼에 대한 못말리는 열정 때문이었다. 드럼을 배우자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은 욕심에 그는 회식을 하거나 친구들을 만나면 2차는 꼭 드럼이 있는 장소를 선택했다.

결국 김 PD는 밴드를 만들어보라는 주위의 권유로 2010년 ‘알밴드’를 결성했다. ‘알밴드’는 직장인 밴드답게 음악을 했던 사람, 주식애널리스트, 식당사장님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밴드라고 해서 ‘알코올밴드’를 줄여 ‘알밴드’라고 이름 붙였다. 그는 밴드 구성원이 모두 직장인이다보니 시간을 맞추는 게 제일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래도 매주 토요일 일산에 있는 연습실에 모여 합주하고 각자 집에서도 연습해 이제는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밴드 초기에는 엉망이었어요. 전에 드러머 남궁연씨가 우리 연주를 듣더니 ‘이 팀이 대한민국에 있다는 것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마라’고 했어요.(웃음) 그런데 이제는 11월에 인천에서 열리는 불우이웃돕기 공연에도 나갈 정도예요.”

김 PD는 이야기 도중 갑자기 스마트폰을 만지더니 빠른 비트의 음악 한 곡을 들려줬다. 11월 공연에서 발표할 자작곡 ‘격렬비열도’였다. 김 PD의 ‘격렬비열도’는 소위 ‘뽕락’이라고 부르는 ‘뽕짝(트로트)’과 ‘락’이 합쳐진 음악이다.

“‘격렬비열도’는 충청남도 최서단에 있는 섬이에요. 섬에 대한 판타지랄까, 독도도 그렇지만 멀리 떨어져 있는 섬들이 좋더라구요. ‘격렬비열도’라는 좋은 어감에 외로움도 담아보려 했어요. ‘격렬비열도’를 내면 충청남도에서 한 번 부르지 않을까요?”(웃음)

김 PD는 내년 초 싱글 음반도 낼 계획이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미천한 연주 실력’이라 어제도 퇴근해서 새벽까지 연습했다.

   
▲ 직장인밴드 ‘알밴드’의 드러머 김광필 PD
“그런데 못하는 밴드는 못하는 밴드 나름대로 존재 가치가 있어요. 밴드에게 중요한 건 창의성과 이야기하고 싶은 메시지를 잘 버무리는 거에요. 그렇게 대중을 홀릴 수 있는 밴드가 좋은 밴드죠. ‘격렬비열도’도 사람들에게 ‘중독성 있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그런데 왜 〈탑밴드2〉에서는 이름 있는 밴드들을 모아 굳이 서바이벌로 ‘탑밴드’를 가리는 걸까? 그는 “시즌 1과 달리 레벨업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프로와 아마추어를 나누는 게 작위적이란 생각이 들어 아예 허물어버리자고 결심했다”며 “시즌2에서는 대한민국에 이렇게 좋은 밴드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다고 일부라도 보여주고 싶었던 이유도 있다”고 말했다.

“실력 있는 밴드들이 〈탑밴드〉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야 할 때는 굉장히 미안해요. 우리가 아카데미도 아니고 실력을 키워준 것도 아니고. 사실 〈탑밴드〉가 뭔가를 이뤄냈다면 고생하고 야단 맞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감내한 밴드의 몫이 크죠.”

김 PD는 언젠가 우리나라에 있는 여러 밴드들을 소개하는 정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또한 지금까지의 경험과 밴드에게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등에 대한 책도 쓸 계획이다.
 


최영주 기자  yj719@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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