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원천봉쇄 이번엔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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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차기 사장 선임 쟁점은

KBS 이사회는 오는 11월 23일 임기가 끝나는 김인규 사장 후임 선임 작업에 돌입한다. 이사회는 26일 열리는 회의에서 보궐 감사 지원자들에 대한 서류심사와 함께 차기 사장 선임 일정을 논의할 계획이다.

KBS 안팎에서는 차기 사장 선임을 이번 정부 내내 ‘불공정성’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KBS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로 보고 있다. 국회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낙하산 방지법’이 쏟아지고 있고 KBS 내부에선 정치권에서 내려 보내는 사장을 더 이상 받을 수 없다고 벼르고 있다.

앞서 정치적 중립성과 학력 문제 등이 제기된 이길영 이사장이 여당 추천 이사들의 주도로 이사장 자리에 앉으면서 사장 선임 제도 개선에 대한 요구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현재의 제도 개선 논의의 방향은 최선의 사장을 뽑기 위한 것보다는 ‘최악’의 사장을 막기 위한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정치권과 KBS노조 등이 사장 선임 과정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는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사장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 제도화 △ 사장 자격요건 강화 △ 특별다수제 도입 등이다.

▲ ‘낙하산’이라는 오명 속에 2009년 11월 24일 취임한 김인규 KBS 사장이 노조의 출근 저지로 간부·청원경찰들의 호위를 받으며 본관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PD저널

번번이 무산된 특별다수제와  사추위 = 역대 KBS 사장 선임 과정을 보면 사추위가 성공한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 2006년, 2009년에도 사추위가 꾸려졌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2009년에 구성된 사추위는 KBS 이사 3명(여당 쪽 2명, 야당 쪽 1명)과 시민사회단체 추천 1명, 학계 추천 1명 등 총 5명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당시 사추위에는 정치적 중립성에 문제가 있는 후보들을 걸러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2006년 사장 선임을 앞두고 가동한 사추위는 후보 추천 규모, 정족수 미달 등으로 마찰을 빚다 회의도 제대로 열지 못했다.

2003년엔 이사회가 사추위를 거부해 KBS노조와 시민단체가 독자적으로 사추위를 구성했다. 당시 이사회는 사추위에서 추천한 정연주 당시 후보를 임명 제청했지만 서동구 전 사장의 자진 사퇴 논란을 겪은 뒤였다. 사추위 무용론이 나오는 것도 이런 경험 탓이다. 언론노조 KBS본부(이하 KBS새노조)가 사추위 구성이 아니라 사추위 제도화를 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윤성도 KBS새노조 정책실장은 “사추위를 요구하는 이유는 외부, 특히 정권의 의도대로 좌지우지되는 사장 선임 방식에서 최대한 탈피하자는 것”이라며 “역대 사장 선임 과정에서 나타났듯이 사추위는 구성 자체가 아니라 제대로 운영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특별다수제 도입도 그동안 번번이 무산됐다.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는 특별다수제는 다수의 전횡을 막는 제도다. 현재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과 배재정 민주통합당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에 포함된 내용이다. KBS 야당 추천 이사들은 감사, 이사 선임시 의사 정족수를 현재 과반에서 3분의 2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제안했다. 의사정족수 조정은 이사회 정관 변경 안건이지만, 정관 변경이 어렵다면 이사들 간 구두 합의라도 하자는 게 이들의 요구다.

사장의 자격 요건 강화도 핵심 요구사항이다. 정당이나 대통령 선거 캠프에 몸 담았던 이력이 있는 인사들을 폭넓게 배제하는 것이다. 현재는 정당법상 당원만 아니면 KBS의 사장이 될 수 있다.

▲ KBS 내부에서 낙하산 사장을 방지하기 위한 사장 선임 구조 개선과 방송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목소리가 높다. KBS새노조는 지난 3월부터 50여 일 동안 “정권의 입맛에 따라 방송을 좌지우지하면서 방송의 공정성을 훼손했다”며 김인규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PD저널
■ 캐스팅 보트 역할론 부상하나 = 쏟아지고 있는 요구들이 실제 사장 선임 과정에서 어떻게 수렴되느냐가 최대 관심사다. 일단 KBS노동조합에서는 계류중인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소관 상임위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가 현재 국정감사 일정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어 이번 정기국회내 법안 처리 가능성에 대해 대체로 회의적인 분위기다.

국회에서 법 개정이 불발되면 이제 공은 이사회로 넘어가게 된다. KBS 이사회는 지난 19일 회의에서 여야 이사들의 합의정신을 존중하기로 뜻을 모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시각 차이는 여전하다.

최영묵 이사는 “사추위를 이사회보다 균형있게 구성해 이전보다 진전된 사장 선임 구조를 만들 것이냐에 논의가 집중 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사추위와 특별다수제 등에 대해 반대를 표명한 이사들이 있고, 자격요건 강화는 논의와 상관없이 표결이 이뤄질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사회 내부의 합의 처리마저 불발됐을 경우엔 여야 7대4의 구도에서 일부 여권 이사들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또 차기 사장 임명이 대통령 선거를 한달 앞두고 이뤄진다는 점이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걱정 어린 목소리도 나온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2003년 박권상 전 사장은 임기를 70여일 앞두고 자진 사퇴했고, 이번 정부에서 정연주 전 사장은 강제 해임됐다.

이런 배경에서 한때 사장 선임을 대선 이후로 미뤄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KBS내부에서 흘러나왔지만 현재는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 상태다. KBS 사장 선임이 정치권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돼 명분이 약하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KBS노동조합과 KBS새노조는 최근 사장 선임과 관련해 공동대응에 나서기로 의견으로 모았다. 이들은 이사회가 열리는 26일 방송법 개정과 민주적 사장 선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사장 선임 투쟁을 본격화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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