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의 가장 큰 문제점은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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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프랑스 언론노조 관계자들이 본 한국 공영방송의 현실은

올해 상반기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으로 촉발된 KBS ·MBC 노조의 파업은 해외 언론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공영방송의 위기 자체는 다른 나라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언론인에 대한 폭압적인 탄압과 언론 자유의 퇴행은 ‘해외 토픽감’이었다.

국제사무직노조한국협의회(Union Network International - Korea Liaison Council,UNI-KLC) 가 26일 전국언론노조와 공동으로 영국과 프랑스 언론노조 관계자를 초청해 ‘미디어 공공성 강화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방안’이라는 주제로 미디어 국제 포럼을 개최한 배경이다. 2012년 언론노조 대투쟁을 촉발시킨 원인이 미디어 공공성 위기와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에 있다는 것이다. UNI-KLC는 언론노조, 사무금융노련, 보건의료노조, 민간서비스노조, 금융노조, 대학노조 등이 가입된 국제노동조합조직이다.

국제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루크 크롤리 영국 BECTU(Broadcasting Entertainment Cinematograph and Theatre Union) 부사무총장과 윌리엄 모니에 프랑스 공영방송(PSB)노조 사무처장을 만나 현지 언론 현안과 국내 언론 문제에 대한 견해 등에 대해 물었다.  

프랑스의 시청각 고위 위원회(CSA)는 방송통신위원회와 닮은 듯 다르다. 대통령과 하원의회, 상원의회가 각각 3명씩 추천하는 위원들로 구성되는 CSA는 공영방송의 이사 임명권을 갖고 있다.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집권 때 정부와 이사 지명의 권한을 공동으로 갖는 것으로 축소됐지만, 공영방송의 정치적 다양성의 보장이라는 CSA의 정신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모니에 사무처장은 CSA와 방통위의 다른 점을 묻는 질문에 “CSA는 방통위와 다르게 대통령과 정부부처와 관계없이 독립적이다”이라고 말했다.

그는 “CSA 위원들은 방송 정책을 입안하고 규제해야 하는데 방송 전문 기술과 지식이 없는 사람은 올 수 없다”며 “CSA가 독립적인 위상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전문성을 확보한 저명한 인사들로 구성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윌리엄 모니에 프랑스 공영방송(PSB)노조 사무처장. ⓒPD저널
최근 퇴임한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여러모로 이명박 대통령과 비교된다. 프랑스에서도 지난 5년간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부당한 언론 개입이 문제가 됐다. 특히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노동부 장관을 통해 로레알의 최대 주주인 베탕구르 여사로부터 불법 자금을 전달 받은 사건이 터졌을 때 보도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모니에 사무처장은 “프랑스의 판사들은 저널리스트의 취재과정에 대해선 범죄행위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며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대해 판사와 경찰은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눈에는 한국의 언론 현실이 어떻게 비쳤을까. 국내 언론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변은 의미심장했다. 쿠롤리 부사무총장은 “한국에 와서 들은 이야기를 종합한 결과, 한국의 공영방송이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선 오는 12월 대선에서 현재 대통령을 쫓아내는 것 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올해 프랑스 대선을 치른 모니에 사무처장의 조언은 좀더 현실적이었다. 그는 “이번 대선에 집권당과 야당, 그리고 제 3의 후보가 출마한 것으로 들었는데 정치인들은 본질적으로 믿지 못하기 때문에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모니에 사무처장은 “후보들에게 원하는 답변을 받아내기 위해선 구체적이고 정확한 질문을 요구하고 나중에 그 증거를 가지고 약속을 지키라고 압박을 해야 한다”며 “예를 들면 방통위의 공영방송 사장 선임 방식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식으로 세세하게 질문지를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물론 양국의 공영방송인 BBC와 PSB가 처한 어려움도 있다. 쿠롤리 부사무총장에 따르면 BBC의 최대 현안은 수신료 동결에 따른 재정난이다. 그는 “BBC는 수입의 95%를 수신료에 의존하는데 정부가 2016년까지 수신료를 동결했다”며 “영국 정부는 여기에 더해 BBC월드와 웨일즈어 TV방송에 대한 비용을 BBC에서 부담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 루크 크롤리 영국 BECTU 부사무총장. ⓒ미디어스
현재 BBC는 1만8000명의 직원 가운데 1200여명 규모의 인력을 감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또 예산 삭감의 여파는 방송과 프로그램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쿠롤리 부사무총장은 “뉴스 제작 인력 수백명이 해고됐고, 버밍엄에 소재한 제작센터도 지난 3월 문을 닫았다”며 “경영진은 프로그램에 영향이 없다고 하지만 프로그램 재방송 비율이 늘고 뉴스의 현장감이 떨어지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영국과 프랑스 방송 노조 모두 수신료 인상을 재정난 타개의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수신료 인상에 대한 양국 대중의 정서는 정반대다.

모니에 사무처장은 “만약 프랑스 국민들을 대상으로 수신료 인상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면 지금 내는 수신료도 취소하라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특히 저소득층은 소득과 상관없이 동일하게 내야하는 수신료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고 말했다.

쿠롤리 부사무총장은 “현재 공영방송 수신료가 140파운드 정도 되는데 일단 위성방송 수신료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큰 반발은 없다”며 “정부는 국민들에게 수신료 부담을 가중시킬 수 없다고 하는데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선 수신료를 올려야 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신료를 동결한 정부의 숨은 의도에 대해 “최근 BBC의 뉴스는 전보다 정부에 덜 비판적”이라고 진단한 뒤 “예민한 이슈들에 개입하려고 하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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