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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지상주의를 넘어

|contsmark0|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프로듀서라면 누구나 가지는 최고의 욕심일 것이다. 그것은 ‘프로듀서는 프로그램으로 말한다’는 말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의무이자 우리의 존재이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contsmark1|하지만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 보다 소위 경쟁력 있는, 즉 시청률 높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해져 버린 지 오래인 요즘 우리는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contsmark2|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은 방송횟수와 시간을 엿가락처럼 늘이기가 예사고, 경쟁 프로그램보다 자기 프로그램을 일찍 시작하고 늦게 끝내기 위해 다음 프로그램들이 애초에 정해진 방송시간에 나가든 안 나가든 그건 안중에도 없다. 편성시간을 지키지 않는 것은 엄밀히 말해 시청자와의 약속을 어기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contsmark3|시청률이 저조한 프로그램은 공익성과 질에 관계없이 수시로 폐지되고, 광고단가가 높은 프라임 시간대에는 모조리 인기연예인 일색의 프로그램이 자리를 차지한다. 그 결과 경쟁력 없는(?) 교양· 다큐멘터리는 주변 시간대로 밀려나고, 그래서 또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악순환을 계속하다 어느 순간 슬그머니 없어져 버리곤 한다. 프로그램의 경쟁력은 질이나 내용에 관계없이 시청률이 결정해 주기 때문이다.
|contsmark4|또, 어떤 프로그램은 mc 자리를 같은 기획사 소속 연예인들이 모조리 차지해 그 내용까지 같은 기획사 제작물로 채우기도 하고, 심지어 다른 소속사 연예인이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게 방해까지 한다는 의혹이 일기도 하는 등 방송의 기획사 종속은 그 도를 넘어서고 있다. 심지어 요즘은 코너조차도 기획사에서 담당 프로듀서를 지정해 출연 여부를 결정하기도 한다니 말이다. 시청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contsmark5|방송사들이 시청자에게 공개하기로 약속한 공영성 지수 평가는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소식이 없고, 공영성은 구두선 정도로만 인식되는 상황에서, 내가 과연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고민보다는 어제 방송한 내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얼마가 나왔는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contsmark6|하지만 시청률 지상주의의 폐해는 우리 뿐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것과 우리가 만든 좋은 프로그램이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사회를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시청률과 무한경쟁의 사슬이 우리를 점점 옥좨 오는 지금 다시 한 번 프로듀서로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라는 기초적인 질문을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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