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따져보기] 고문쇼 ‘슈퍼스타K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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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t<슈퍼스타K>는 묘한 매력을 가진 프로그램이다. 애초 오디션 프로그램의 유행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다. 동시에 ‘악마의 편집’ 등 여러가지 잡음을 낳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어찌됐든 시청률은 매 시즌 고르게 잘 나왔다. 프로그램을 챙겨보지 않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참가자들의 합격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최근 새 시즌을 시작한 <슈퍼스타K>는 TOP10을 결정했다. 다음 주부터는 생방송 미션에 돌입한다. 그런데 이번 시즌은 아무래도 실망스럽다. 이 정도 규모의 프로그램이 네번째 시즌을 맞았다면, 특히 늘 비슷한 내용의 지적이 반복되어 왔던 것을 감안할 때 적어도 4년이라는 경험치에 걸맞은 최소한의 완성도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나 정반대다. 나빴던 부분들만 더욱 더 나빠졌다. <슈퍼스타K4>는 이번 참가자들의 높은 실력과는 별개로 시즌을 통틀어 모든 면에서 가장 저열한 수준을 드러내고 있다.

▲ Mnet<슈퍼스타K4> ⓒMnet

우선 참가자들의 사연을 다루는 방식이다. 나는 종종 이 프로그램이 가수를 뽑는 오디션인지, 불행을 겨루어 더 불쌍한 사람을 뽑는 오디션인지 의문이 든다. 애초 노래를 듣기 전에 여자친구가 어떻게 됐다는 둥 집안 환경이 저렇다는 둥 하는 이야기를 왜 먼저 보여주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사연이 없는 사람은 없다. 그 가운데 유별난 사연이 있을 수 있고 프로그램 특성상 그것이 드러날 때 더 큰 감동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경을 딛고 인간 승리에 이르는 드라마 서사를 과장하기 위해 참가자들의 사연을 상품화하는 태도는 이번 시즌에 이르러 그 선명한 의도 탓에 거의 참을 수 없는 수준으로 확장되었다.

두 번째는 이들이 ‘대중음악’이라는 말을 끄집어냄으로써 그 자의적인 정의 안에서 만들어내는 장르 간 위계와 서열이다. 지난 주 심사위원의 입에서 나온 말들만 추려보자.

“인디가 자본이 유입이 안 되면 인디인거야? 인디의 기준이 정확히 뭐야?”, “범주씨 인디잖아. 여기 나왔잖아. 인디예요?”, “너는 네 만족을 위해 음악을 해, 아니면 네 음악을 듣는 사람들의 만족이 먼저인 것 같아? (남들이 좋아하는 음악인 것 같다) 그렇지! 그게 맞아. 우리가 대중음악을 하잖아. 듣는 사람의 만족을 위해서 듣는 사람이 듣고 싶어하는 걸 해줘야 하는데”, “우리가 보통 홍대에서 밴드를 한다라고 하면 틀 안에서 음악을 한다라는 느낌을 사실을 나는 가지고 있었거든. 뮤지션으로서 고집이 있는 건 좋은데 아집이 있는 친구들 있잖아. 남을 인정 안하는 그런. 그런데 딕펑스는 그런 게 밖으로 보이지 않더라고.”

대체 언제부터 인디음악이 자본이 유입되지 않는 상태에서만 성립하는, 청자를 염두하지 않는 음악이었나? 심사위원 가운데 특히 싸이는 인디라는 개념을 일종의 사상범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그는 스스로도 인디에 대한 정의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용감하게 인디씬에 대한 편견을 만들어내고, 이를 심사 기준으로 활용한다.

그런 편견을 전제해 참가자가 인디씬에 활동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대중음악’을 하려는 사람에게 있어선 안될 태도라고 단정 짓고 흡사 사상전향을 요구하듯 질문을 던진다. 그 끝에 원하는 대답으로 신앙 간증이 이루어지면, 그는 비로소 웃는다.

마지막은 시스템 파괴의 문제다. 제도랍시고 만들어낸 판을 스스로 반복해서 파괴하고 뒤집는 상황이 이어진다. 이제는 혼란스러워서 저번에 떨어졌던 사람이 지금 다시 남아 있어도 그 이유조차 궁금하지 않다. 저렇게 간절한 사람들을 모아놓고 당락을 결정하면서 도대체 최소한의 체계와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원칙의 부재가 <슈퍼스타K> 특유의 편집 장난과 만나면서 긴장이 아닌 짜증만을 양산하고 있다. 지난 주 최종 TOP10 합격여부를 알리던 개별 면담이 결국 이 프로그램의 현주소다. 한 명씩 따로 만나 기계로 찍어낸 듯 비슷한 말장난으로 탈락한 것처럼 잔뜩 겁을 준 뒤 마지막에 합격했다고 말하며 우는 참가자를 부둥켜 안는다.

제작진이 미리 심사위원들에게 가이드라인을 준 기색이 역력했다. <슈퍼스타K4>는 여기서 우승하는 게 인생의 목표라고 말하는 어린 아이들을 모아놓고 겁을 주고 울리고 다시 어르면서 결국 자기 권능을 자랑하는 일종의 고문쇼다. 참가자들의 재능이 애처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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