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정신 대변하는 언론인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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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 CBS 대표 시사프로그램 제작하는 조충남·소병철·서병석 PD

얼마 전 사석에서 만난 한 언론인은 이렇게 말했다. “아침, 점심, 저녁에 CBS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만 들어도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뜨거운 이슈가 뭔지 알 수 있다니까.” 경쟁자이자 동업자인 입장에서 볼 때 괜찮다는 평가를 다소 과장을 섞어 전한 것일 수도, 아니면 언론인으로서 자신이 처한 현실에 대한 자조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어느 쪽이든 C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임엔 틀림없다.

더구나 시사 프로그램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는 대선을 앞둔 시기임에도 지상파 TV의 시사 프로그램들은 갖가지 이유로 유명무실한 상태로,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들이 이 빈 자리를 채우고 있는 현실이다. <PD저널>이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특히 CBS의 <김현정의 뉴스쇼>(이하 <뉴스쇼>), <김미화의 여러분>(이하 <여러분>),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이하 <시사자키>)의 제작을 담당하고 있는 PD들을 만나고자 한 이유다.

지난 9월 27일 서울 목동 CBS 본사에서 만난 세 PD들은 이런 취지를 설명하자 겸연쩍어 하면서도 이내 CBS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의 PD로서의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동료이자 경쟁자로서 보다 나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숨길 수 없는 경쟁심이 툭 튀어 나오기도 했다. 물론 마무리는 긍정적 시너지 효과로 잘 포장했지만 말이다. <편집자>

▲ 왼쪽부터 조충남·서병석·소병철 PD.ⓒPD저널
“DNA처럼 이어지는 제작노하우, CBS의 경쟁력”

사회: 하루 세 번 CBS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만 청취해도 우리 사회 현안을 알 수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서병석 PD(<뉴스쇼> 연출): 과찬이다. 사실 대부분의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만 챙겨 들어도 그날의 현안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런 평가가 나온다면 그건 PD와 기자들이 펜과 마이크, 영상으로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제약받는 현실 때문일 듯싶다. 상대적으로 CBS에선 그런 제약이 덜하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받는 게 아닐까. 그런 부분이 CBS에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PD로서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팩트(사실) 중심의 이슈 발굴은 당연한 일이고, 그런 전제 하에 국민들이 알고 싶어 하는 가장 논란인 사안에 어떤 터치도 없이 천착할 수 있는 분위기 말이다.

소병철 PD(<시사자키> 연출): 와, 생각보다 뻔뻔하다. 어떻게 저렇게 자랑할 수 있지?(웃음) 사실 서 PD 말에 동의한다. 시사 프로그램 아이템 선정과 제작 과정에 회사 간부 등의 간섭이나 참견, 부당한 요구가 없는 건 CBS에 있어 당연한,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다. 전통성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일 텐데, 20년 이상 시사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선배들이 쌓은 노하우가 DNA처럼 전달되고 있다.

사실 CBS의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은 완벽하게 포장된 세련된 상품은 아니다. 하지만 무시하지 못할 전통성이 있다. 이 얘기를 정말 하고 싶었는데, 선배들 때부터 작성해 온 취재원 노트가 있다. 선배로부터 후배에게 넘겨지고 것인데, 이 자리에 오기 전 확인해 봤더니 A4 용지로 했을 때 800쪽 이상이 나오더라. 모르긴 몰라도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을 하면서 필요한 취재원의 거의 대부분이 있을 거다. 전통과 누적된 데이터, 이게 바로 우리 CBS의 중요한 자산이 아닐까.

조충남 PD(<여러분> 연출): 앞서 두 PD가 거의 얘기를 한 것 같은데, 하나를 더 덧붙이자면 CBS에 대한 청취자들의 바람 또한 우리의 주요한 자산인 것 같다. 사실 이명박 정부 이전 거의 모든 언론, 특히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들은 크리티컬(비판적인) 얘기를 쏟아냈다. 하지만 지금 다수의 언론사들이 처한 대내외적 현실이 바뀌었다. 상대적으로 그런 부분에서 CBS는 자유로운 부분이 있고, 때문에 청취자들의 바람 또한 집중되는 것 같다. 군부정권을 거치며 소수자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데 역할을 해온 CBS에 기대하는 청취자의 바람이 있는 만큼, 작지만 강한 방송으로 가야 한다는 내부의 공감대가 더욱 공고해지는 거다. 이런 부분들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제작진에게 동기 부여를 더 강하게 하는 것 같다.

사회: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은 많지만 저마다 특색이 있고, 세 프로그램 역시 모두 다르다. 예를 들면, <뉴스쇼>는 간편하게 먹을 수 있지만 고른 영양소를 갖춘 아침 식사처럼 느껴지고, <여러분>은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뷔페 같다. 반면 <시사자키>는 메인 메뉴가 확실한 회식 만찬 같다고 할까.

서병석: 콘셉트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뉴스쇼>의 경우 게릴라 전술을 구사한다. 몸집이 작은 대신 빠르게 움직이는 거다. 예를 들면 인터뷰이가 잡혀 있더라도 새벽에 속보가 들어보면 바로 체인지를 하는 식이다. 이건 다른 라디오 시사프로그램과 구별되는 차이인데, 대부분은 전날 세팅된 대로 하고 새벽에 발생한 이슈들은 다음날 방송에서 다룬다. 하지만 <뉴스쇼>는 그런 식으로 해선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용산참사가 발생했을 때도 원래의 인터뷰이에게 양해를 구하고 바로 현장을 연결했다. 방송시간에 가장 근접해 있는 이슈를 담아내는 것, 그게 바로 우리의 살 길인 것 같다.

소병철: <뉴스쇼>는 옆에서 봐도 정말 열심이다. <뉴스쇼>를 시작할 때부터 CP를 맡고 있는 손근필 PD의 역할이 컸을 텐데, 이젠 누가 와도 그렇게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일종의 제작방식처럼 됐다. 깜짝 놀랐던 게 새벽에 속보가 들어오자 <뉴스쇼>에서 판 자체를 완전히 뒤엎고 예정돼 있던 인터뷰도 모조리 취소하는데, 한밤에 전화를 받은 원래의 인터뷰이가 전혀 불쾌해하지 않고, 오히려 격려를 해주더라. 사람들이 잘 모를 것 같아도 우리가 열심히 하면 다들 알아주는구나, 고맙고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서병석: 카톡(카카오톡) 때문에 그런 부분이 더 심화됐다. 프로그램의 질이 높아질수록 스태프들의 사생활은 피폐해지는, 반비례한 상황이라고나 할까.(웃음)

▲ 소병철 PD
소병철: <시사자키>는 <뉴스쇼>와 달리 30분씩 긴 호흡의 인터뷰를 하는 데서 특색이 나오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어떤 정치인이 나왔을 때 보통의 인터뷰에선 현안과 맞물린 그의 모습만을 드러내지만, <시사자키>에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속내까지 듣고자 한다. 때문에 그에 대한 이해도는 물론, 왜 <시사자키>가 이 아이템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반면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서 30분씩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게 뉴스를 생산하는 측면에선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가끔씩 한다. 이런 고민을 말할 때 마다 진행자인 정관용씨(시사평론가)는 “가랑비에 옷 젖듯 하는 게 <시사자키>의 포맷”이라고 강조한다. 당장의 뉴스 생산에선 취약한 부분이 있을지 몰라도 재미있는 얘기들이 이어지면 나중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거다. 이렇게 믿고 가는 거다.

서병석: <시사자키>가 괜히 2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건 아닐 거다. 저도 그렇고 수습들이 들어와 반드시 경험해야 하는 곳이 바로 <시사자키>다. CBS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의 정신을 가장 자연스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조충남: <뉴스쇼>와 <시사자키>가 방송되는 출·퇴근 시간대와 달리 <여러분>은 낮 시간에 방송되기 때문에 그 자체가 특성인 반면, 핸디캡(약점)이기도 하다. 점심 식사 후 졸릴 시간에 자영업자와 차량 이동자, 아주머니 등이 듣고자 하며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이다. 이제 1년이 다 되어 가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아직까지도 ‘생활 시사’, ‘서민 밀착형 시사’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매일매일 발생하는 중요한 이슈를 놓치지 않고, 그러나 잘 소화하는 것도 과제다. 얼마 전(9월 13일) 제미니호 사건에 대해서도 방송에선 처음으로 다뤘는데, 국민의 알 권리 차원이기도 할뿐더러, 고통 받고 있는 선원 가족들에 대한 얘기를 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당시 이 사안에 대해 외교통상부에서 엠바고(보도유예) 요청을 한 상태였기 때문에 외교부 출입 기자가 괴로운 부분이 있었다.

소병철: 휴가 중에 <여러분>에서 제미니호 사건에 대해 방송하는 걸 들었다. 사실 우리 쪽에서도 아이템으로 잡았던 건데….(웃음)

“섭외 경쟁, 타 방송사보다 내부에서 더 치열하다”

사회: 세 프로그램의 진행 스타일도 모두 다르다.

조충남: <여러분>이 지향하는 ‘생활 시사’, ‘서민 밀착형 시사’는 사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사회 현안에 대해 정치인과 전문가의 말을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청취자 전화 연결을 통해 택시 기사와 승객의 얘기들, 삶을 듣는 것도 시사다. 서민 친화적인 김미화씨의 진행 스타일이 이런 부분에서 큰 역할을 한다.

사회: 김미화씨는 <여러분>에 앞서 6년 동안 MBC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정권의 언론장악 논란과 맞물려 하차 과정이 조용하지 않았기에 CBS에서 진행자로 발탁했을 때 많이들 놀라워 했다.

조충남: 김미화씨는 살아온 배경도 그렇고 우리 사회의 소외된 부분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뿐인데 이에 대해 정치적 해석을 너무도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래서 김미화씨를 진행자로 발탁했을 때 모든 언론이 놀라워했다. 하지만 이런 게 바로 CBS니 가능한 부분이고, 바다의 소금처럼 CBS가 한국 사회에서 해야 할 역할이라고 본다.

서병석: <뉴스쇼>를 진행하는 김현정 PD의 스타일은 한 마디로 ‘돌직구’다. 가장 뜨거운 이슈의 당사자와 어떻게든 연결해 핵심적인 것을 직접적으로 묻는다. 전화 인터뷰에다 주어진 10분 남짓한 시간 동안 얘기를 끌어내야 하기 때문에, 청취자들의 요구가 있는 부분이라면 거리낌 없이 묻는다. 그러다 보니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7월 9일) 인터뷰 때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그 역시 우리 진행자의 경쟁력인 것 같다.

(*당시 이 원내대표는 야당 대표실 도청 의혹에 연루된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의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 내정 등 현안에 대한 질문에 단답형으로 대답하고 불쾌감을 표시하는 등 불성실한 답변 태도로 논란이 됐다. 진행자인 김현정 PD는 이날 트위터에 “이 원내대표에 항의하는 청취자 문자와 전화로 인해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며 끝까지 평정심을 잃지 않고 적나라한 상황을 청취자들께 보여드리는 게 진행자의 역할임을 강조하는 글을 올렸다.)

소병철: 정관용씨는 한 마디로 대한민국 시사 프로그램 1등 진행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담처럼 이런 얘기를 하는데 정관용씨는 대한민국에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아이템을 최소 다섯 번 이상 다뤄봤다. 예를 들어 정관용씨가 경제 민주화에 대해 인터뷰이에게 질문을 할 때 모르는 척 묻지만 그 얘기가 언제 어떤 식으로 처음 시작이 됐고 해당 논의에 대한 입장들이 어떻게 바뀌었는지까지 빠삭하게 꿰고 있는 거다. 인터뷰이들도 이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러니 빠져 나가지 못한다. 아이템 장악이 가능한 이유다.

사회: 섭외야 말로 프로그램의 시작과 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 특별한 노하우가 있나.

▲ 조충남 PD
조충남: 일단 아침에 <뉴스쇼>가 섭외한 인물을 피하는 게 기본이다. 만약 서로 겹칠 경우 양보하려 노력하고.(웃음)

소병철: 우와, 자기만 이미지 좋게 하려고!

조충남: 하하. 소병철 PD는 우리(<여러분>)까지 피해야 하니 고충이 많을 거다.

소병철: 사실 시간대와 상관없이 모든 제작진에게 섭외는 엄청난 스트레스다. 실시간 현황표를 통해 출연진을 서로 공유하는데 만약 <시사자키> 팀에서 A라는 인물에 대해 섭외를 들어가면 이를 CP가 올린다. 그러면 다른 팀에선 가급적 그 인물을 피한다. 그런데 가끔 상황이 긴박하거나 변동이 많으면 확인을 못하고 지나칠 때가 있다. 그러면 제작진끼리 부딪치는 거다.

서병석: 보이지 않는 욕심들도 있는 거다. 모두가 더 핫(Hot)한 아이템, 인터뷰이를 찾다 보니 교집합이 많을 수밖에 없다. 제작진으로서 욕심이 있다 보니 서로 좋은 게 좋은 걸로, 편하게 가자고 하기 어려워지는 거지. 긍정적 시너지를 내기도 하지만 사실 당사자는 힘들다.

소병철: 좋게 말하면 긍정적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지만, 막말로 꼴 보기 싫을 때도 있다. 나만 그런 건 아닐 텐데 말이지.(웃음)

서병석: 동의하지 않는다.(웃음)

소병철: 진짜 다른 방송사 라디오 시사프로그램보다 내부에서의 경쟁이 더 치열하다. 1년에 한 두 번은 진심으로 얼굴을 붉히기도 한다. 양보가 그렇게 쉽게 되지 않는 것 같다.

서병석: 자, 긍정적 시너지로 포장하자.

소병철: (웃음) 사실 <시사자키>의 경우 매일 한 명씩 스튜디오에 직접 불러 인터뷰를 하는데 이 경우 당일 세팅이 쉽지 않기 때문에 최소 3~4일 전에 섭외를 한다. 우리 입장에선 당장 현안인 상황일 때보다 더 깊은 얘기를 들을 수 있어 장점이지만, 우리가 먼저 섭외를 하고 나면 당장 핫한 인물인데도 섭외를 피해야 하니 다른 팀에선 답답한 부분도 있을 거다. 그럴 때 미안하기도 하지만, 양보는 쉽지 않지.

서병석: <뉴스쇼> 섭외의 원칙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는 것처럼, 귀찮을 만큼 접촉하고 공들인다는 거다.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 당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현 대통령 후보)과 박원순 후보(현 서울시장)가 후보 단일화를 하고 바로 그 다음날 인터뷰를 했는데, 사실 그때 박 후보는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었다. 그런데 진행자인 김현정 PD가 단일화 현장까지 찾아가 섭외를 이끌어냈다.

“기계적 중립 요구, 언론 다양성 말살”

사회: 대선이라는 대형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 역시 강화하는 분위기다. 특히 CBS 프로그램들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로부터 잦은 심의 제재를 받고 있는데.

조충남: 대선 국면이라고 하지만 하던 대로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언론인이 두려워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자기검열이다. 상식선에서 청취자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얘기해주면 문제될 게 없다. (CBS와 관련한) 여러 사례들이 있긴 하지만 시대도 변했고 그만큼 청취자들의 눈높이 또한 변화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정확한 판단을 해주리라 믿는다.

소병철: 방심위로부터 제재를 받은 전과가 있는 입장에서 얘기하자면, 사실 그 어떤 언론인도 객관적 사실을 공정하게 다뤄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런데 다소 한 쪽에 치우진, 다소 당파적인 한 얘기라 하더라도 저널리스트 입장에선 국민이 들을 필요가 있겠다 싶은 부분들이 있을 수 있는 것 같다. 국민이 듣고 판단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되면 다양하게 청취자들에게 들려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런데 현 정권 들어 이런 부분에 대해 지나치게 공정성과 객관성을 요구하는 것 같다.

▲ 서병석 PD
서병석: 기계적 중립을 지나치게 요구하지.

소병철: 바로 그 얘기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보자. 세상에 100%의 중립과 객관이 존재하는 걸까. 적어도 49.9 대 50.1이라도 좌가 됐든 우가 됐든 치우치는 게 당연하다고 본다. 양심과 객관적 판단 기준을 벗어나지 않을 경우 저널리스트로서 약간의 모험을 강행할 수도 있는 게 아닐까. 그런데 현 정부 들어 여기에 공정성과 객관성의 잣대를 지나치게 들이대며 마치 우리가 큰 잘못을 한 것처럼 징계를 한다.

그러다보면 본능적으로 자기 검열을 하게 되는 거다. 이것이야 말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위축시키는 게 아닐까. 종(種) 다양성이 생태계에서 중요하듯 언론에서도 이는 매우 중요하다. 프로그램 안에서도 다양성은 중요한데 객관성, 공정성의 경직된 잣대를 들이댐으로써 이런 부분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다. 이 역시 현 정권의 또 다른 한계를 드러내는 게 아닐까.

사회: <여러분>의 경우 방심위의 공정성 심의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조충남: 사실 이미 행정조치(주의)가 내려진 상황이기에 (소송에 따른) 실익 여부를 따질 건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현재의 규정들이 너무도 일방적으로 제작 자율성을 해친다는 데 <여러분> 제작진만이 아니라 CBS의 많은 구성원들이 동의했다. 사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와 방송사를 놓고 볼 때 방통위가 갑(甲)이지 않나.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소송을 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의미 있는 싸움임이 분명하고, 이런 부분에 침묵하지 않는 게 CBS의 전통인 것 같다.

서병석: 사실 <여러분> 행정소송은 일종의 해프닝으로도 볼 수 있다. 무슨 얘기인가하면 정부 정책을 일방적으로 비판했다 하여 공정성 등의 위반을 지적받은 건데, 같은 날은 아니었지만 정부 측 인사도 분명히 출연해 충분히 입장을 개진했다. 정치적으로 찬반이 뚜렷한 부분은 양측 모두를 불러 토론을 붙인다는 게 CBS의 제작 원칙이다.

소병철: 그럼 MB(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나오면 다음엔 MB를 반드시 불러야 하는 건가. (좌중 웃음)

서병석: 문제는 항상 본인이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쪽에선 인터뷰를 거부한다는 거다. 그럼 그 아이템을 포기해야 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청취자에게 알려야 할 문제이면 (상대측에서 반론을 거부하더라도) 있는 그대로 내보야 한다. 다음 기회에 어떻게든 반대 측도 설득해 출연시키도록 노력하면서 말이다. (방심위와 방통위가) 그런 노력을 전체적으로 봤다면 이렇게 행정소송까지 가지 않아도 될 사안인데 그렇게 하지 않아 이런 상황까지 만들었다.

사회: 현 정부 들어 지상파 TV의 시사 프로그램이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이고 그 빈자리를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이 채우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사명감이나 부담감도 클 것 같다.

조충남: 앞서 말한 것처럼 청취자가 듣고 싶어 하는 것을 잘 읽어내는 게 중요하다. 그에 더해 대중의 취향을 그대로 따라가는 게 아니라 시대정신을 읽어 그 가운데서 언론인이 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언론인들의 그런 역할이 매우 중요한 때다.

소병철: 상투적인 말 같지만 정말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많이 배운다. 청취자들이 잘 알지 못했던 사실을 알게 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제작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하루 한 마디라도 진실을 전달할 수 있다면 충분히 의미가 있지 않을까.

서병석: CBS의 전통을 잘 지켜 나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다른 방송사에선 다루지 않는 목소리들을 찾아내고, 그들의 대변자가 되는 전통 말이다. 그런 풍토가 우리뿐 아니라 최근 여러모로 위축돼 있는 다른 시사 프로그램들에도 전염병처럼 번지면 좋겠다. 

▲ 왼쪽부터 소병철·서병석·조충남 PD.ⓒPD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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