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없는 고통, ‘언론장악’ 종식시켜야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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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해직언론인 복직 문제 어떻게 되고 있나

현 정부에서 ‘언론 장악’에 맞서다 해직된 언론인이 자그마치 17명. 군사정권 이래 최대라는 해직 언론인의 규모는 이명박 정부의 잔혹성을 드러내는 단면이다.

해직 언론인은 MBC가 8명으로 가장 많고, YTN 6명, 국민일보 3명 등이다.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을 포함한 현덕수, 우장균, 조승호, 권석재, 정유신 기자는 이명박 정부 첫해에 YTN에서 해직당했다. MBC는 지난 2010년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이근행 전 노조 위원장을 해고한 이후 올해 상반기 노조가 파업을 벌이는 도중에 6명을 또 해고했다. MBC 노조 파업이 끝난 직후 <PD수첩> 작가 6명도 ‘분위기 쇄신’을 들어 해고 통보를 받았다.

<국민일보>는 지난해 해고된 조상운 노조 위원장에 이어 올해 파업에 참가한 황일송 기자와 함태경 기자에게 사실상 해고 처분인 권고사직을 내렸다. 낙하산 사장 퇴출과 공정보도 쟁취를 요구한 언론인들에 대한 사측의 대응이었다.

해고는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이 YTN 노조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그 사이 해직 기자 6명 중 기자 3명의 부친이 세상을 떠났다. 해직자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이들의 동료들은 죄책감과 부채의식에 시달리고 있다.

▲ 4년 넘게 일터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YTN 해직 기자들.

■복직특별법도 나왔지만... =  해직 언론인의 복직을 위한 움직임도 지속적으로 있었다. YTN기자들이 해직된 이후 시민들은 ‘YTN지킴이’라는 이름으로 촛불을 들었다. 상반기 언론사 연쇄파업을 거치면서 해직 언론인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8월엔 이명박 정부에서 부당하게 해고당한 언론인의 복직 및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도 발의됐다. 정청래 민주통합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해직언론인복직및명예회복등심의위원회 구성과 ‘언론 장악’ 과정에서 부당하게 해직된 언론인들의 복직과 보상금을 규정하고 있다.

해직 언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도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낙하산 사장’을 원천 봉쇄하는 ‘김재철 방지법’과 함께 해직 언론인의 원상복귀를 약속하겠다”고 언론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방송과 해고 언론인들을 제 자리에 되돌려놓기 위한 노력도 가시화하고 있지만 정작 방송사 경영진과 정부 여당 책임자들은 버티기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YTN사측은 “해고자들은 아무런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은 채 복직만을 주장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MBC도 “불법 파업을 주도하고 가담했다”라고 해고의 정당성을 내세우고 있다.

집권 여당의 대통령 후보인 박근혜 후보도 아직까지 해직 언론인 문제를 포함해 MBC사태와 언론 현안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최근 공개적인 자리에서 언론의 독립과 공공성 등 언론관을 밝힌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와는 다른 행보다.

■ “지리한 법적 다툼 승소 장담 못해” = 사측과 타협점이 없는 상황에서 해직 사태는 법정 다툼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영하 노조위원장 등 MBC에서 해직된 6명과 YTN 해직기자 6명, 조상운 <국민일보> 전 노조위원장은 회사를 상대로 해고 무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언론노조 관계자는 “공정보도 투쟁과 관련해 이렇게 많은 규모가 한꺼번에 소송을 진행 중인 것도 오랜만에 있는 일”이라며 “MBC와 국민일보 모두 파업 도중에 해고당한 경우라서 공정보도를 내건 파업이 적법한지, 근로조건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도 의미있지만 고통받고 있는 언론인들이 하루 빨리 복직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YTN 해직기자 6명이 제기한 징계무효 소송 역시 1년 넘게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1심은 이들의 전원복직 판결을 내렸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뒤집고 노종면, 현덕수, 조승호 기자의 해고는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아직 대법원 최종 판단이 남아있지만 언제 판결이 나올지는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노종면 전 YTN 노조 위원장은 “지금 경영진은 대가를 치러야 할 청산의 대상이지 사태 해결을 해달라고 요청한 대상은 아니다”라며 “현실적으로 대법원 판결에 기대하지 않고 복직하는 길은 배석규 사장을 쫓아내는 길 밖에 없다”고 말했다.

8명이 해직당한 MBC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70일간의 파업이후에도 봉합되지 않고 있는 MBC 사태의 유일한 돌파구로 제시되고 있는 것은 김재철 사장의 퇴진이다. 나아가 해고 사태가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과정에서 발생한 만큼 실마리도 ‘MB정권’의 퇴장과 언론장악에 대한 재발을 막는 데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뉴스타파> PD로 있는 이근행 PD는 지난 5일 ‘YTN 해직 4년 행사’에 참석해 “지난 2년 반 동안의 해직 생활에서 느낀 바가 있다. 이제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는다”며 “대선 국면에서 국민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판단의 근거를 제공하는 데 남은 3개월 동안 뼈와 살이 으스러지도록 일하겠다”고 말했다.
 

 

▲ 지난 5일 열린 YTN 해직 사태 4년을 맞아 열린 행사에서 MBC에서 해고된 최승호 PD와 <뉴스타파> 이근행 PD, YTN ‘돌발영상’을 연출했던 임장혁 PD, '나는 꼼수다’의 김용민 PD가 토크 배틀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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