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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석학들, 자본주의 갈 길 다시 생각”

[인터뷰] EBS 〈다큐프라임〉 시대탐구 대기획 5부작 ‘자본주의’ 정지은 PD 최영주 기자l승인2012.10.10 10:5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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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BS 〈다큐프라임-자본주의〉 제1부 ‘돈은 빚이다’
지금 ‘자본주의’는 기로에 놓여있다. 이대로 갈 것인가, 새로운 길을 모색할 것인가 하는 갈림길에 선 ‘자본주의’를 EBS 〈다큐프라임〉 시대탐구 대기획 5부작 ‘자본주의’(이하 〈자본주의〉)가 지난 9월 24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다섯 편에 걸쳐 해부했다.

〈자본주의〉는 누군가는 낙오할 수밖에 없고(1부 ‘돈은 빚이다’) 우리를 무의식 중에 나락으로 빠뜨리는 자본주의의 유혹을 들여다보고(2부 ‘소비는 감정이다’) 이런 위협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3부 ‘금융 교육의 시대’). 18세기부터 이미 위태롭던 자본주의를 두고 아담 스미스와 칼 마르크스는 물론(4부 ‘세상을 바꾼 위대한 생각들’) 케인즈와 하이에크도 논쟁을 벌였고 〈자본주의〉는 결국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5부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자본주의〉는 이처럼 5세기가 넘도록 우리 사회를 지배하며 위기를 겪고 있는 ‘자본주의’를 쉽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호평받고 있다.

세계 석학들을 만나며 1년 8개월간 자본주의를 탐구한 〈자본주의〉의 정지은 PD를 지난 5일 EBS 1층 사무실에서 만나 제작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실 〈자본주의〉는 거창한 목적이나 이유가 아니라 PD이자 주부인 정지은 PD의 ‘왜?’라는 의문에서 시작했다.

“미국의 리먼사태가 왜 내 지갑 속 돈에 영향을 미치는지, 왜 미국경제가 우리 집 가계에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했어요. 물가는 왜 수십 년 동안 오르기만 하는 지도요. 결국, 저희 집 부엌에서부터 〈자본주의〉가 시작된 거죠.”

그렇다면 왜 이런 의문이 ‘자본주의’라는 근원적인 물음에 질문을 던진 것일까?

   
▲ 정지은 EBS PD ⓒEBS
정 PD는 경제학 전공자는 아니지만 지난 10년 동안 약 1000여 권의 다양한 경제학 서적을 섭렵했다. 그럼에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었다. 그는 “경제 전망이 뉴스나 기사, 책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것과 같은 모순은 해소되지 않았다”며 “이 모두를 관통하는 근본적인 원리가 ‘자본주의’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자본주의는 너무나 광범위하고 이야기할 것도 많았다. 그래서 먼저 30~50대 일반인들을 만나 조사했는데 그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금융’과 ‘소비’였다.

목표를 정한 정 PD는 어디서 누구를 만날지 고민한 끝에 자본주의의 발상지 ‘영국’과 자본주의를 꽃피운 ‘미국’을 방문했다. 자본주의 역사 그 자체인 영국과 미국의 석학들은 현재의 자본주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했다.

그렇게 2007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에릭 매스킨 프린스턴대학 교수(사회과학과)부터 제프리 잉햄 케임브리지대학 교수(사회학과),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학 석좌교수(경영대학원) 등을 인터뷰했다.

“자본주의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진 여러 전문가를 선정했고 내심 불꽃 튀는 논쟁도 기대했는데 취재를 하다 보니 결국 비슷한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미안하다’ ‘자본주의의 갈 길을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때다’라고 했죠.”

1·2부에서 자본주의의 숨은 진실과 무서움을 경고한 정 PD는 3부에서 ‘금융 소비자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아이들이 이런 현실을 모르고 살아간다고 생각하니 끔찍했다”며 “금융교육과 돈에 관한 바른 생각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PD는 단순히 자본주의를 알리고 대처할 방법을 알려주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세계 여러 석학도 말했듯이 자본주의가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스미스와 마르크스(4부), 케인즈와 하이에크의 논쟁(5부)에서 보듯이 자본주의는 항상 ‘국가’와 ‘시장’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정 PD는 국가도 시장도 아닌 다른 길을 선택했다. 바로 ‘복지자본주의’이다(5부). ‘복지’야말로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기회를 주는, 국가나 시장이 아닌 ‘사람’이 주체가 되는 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복지’를 생각한 것은 아니다. 정 PD는 어떻게 하면 자본주의에 ‘혁신’을 가져올까 고민했다. 혁신을 강조한 미국 경제학자 슘페터의 책을 비롯해 혁신에 관한 여러 책을 읽으며 ‘혁신은 어디에서 오는가’라고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은 ‘창의’였다.

그런데 ‘창의’에 대해 조사하다보니 그 끝이 한 지점으로 모아졌다. 바로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의 ‘복지국가’였다. 여러 자료에는 ‘복지국가’의 창의지수가 높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있었다. 리처드 플로리다 토론토대학 로트먼 경영대학원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임금통계를 기준으로 부유한 계층의 자녀일수록 모험적인 일을 택한다고 했다. 정 PD는 그것을 국가에 적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자기 가계에 걱정이 없다면 다양한 일을 찾게 된다는 거죠. 그것이야말로 우리나라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고 봤고 이렇게 거꾸로 ‘복지자본주의’로 돌아가게 되었죠.”

   
▲ EBS 〈다큐프라임-자본주의〉 제5부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정 PD의 혁신은 〈자본주의〉 프로그램에서도 보인다. ‘학술’ 프로그램이지만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즐겼으면 했다. 그래서 경제교과서처럼 지루한 글만 나열하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했다. 스미스와 마르크스라는 위대한 사상가의 생애를 드라마로 엮었는가 하면 그림을 이용한 프레젠테이션,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방식을 사용했다.

그 뿐만 아니라 마트료시카, 의자놀이, 꼭두각시 인형 등 다양한 비유도 사용했다. 놀라운 건 이 모든 걸 100% 자체제작으로 이뤄냈다는 것이다. 그만큼 어려웠을 법도 한데 정 PD는 PD로서 다채로운 연출은 당연한 책무라고 말했다.

“MIT 웹사이트에 가면 강의를 무료로 볼 수 있는데 거기서 한 물리학 교수가 직접 그네를 타면서 물리학을 가르치는 걸 봤어요. 연극도 하고 랩도 하고 다양한 강의방식을 보면서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학계도 그렇게 재밌게 하는데 프로그램은 더 재밌어야죠.”

5부까지 〈자본주의〉를 마친 정 PD는 벌써 다음 작품을 준비 중이다. 마지막에 ‘철학 없는 정치’에 대해 경고하더니 이번에 준비하는 프로그램은 아예 〈철학하라〉 6부작이다.

“원래 매달 3~40권씩 책을 읽는데 〈자본주의〉를 하면서는 자본주의가 시대의 산물인 만큼 철학과 역사책을 엄청나게 봤어요. 그게 아까워서 〈철학하라〉를 하게 됐어요.”(웃음)

말은 그렇게 하지만 ‘철학 없는 정치’를 경고한 만큼 어떻게 철학을 풀어낼지 내심 기대해본다.


최영주 기자  yj719@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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