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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독립사가 존재하면 프로그램의 국제경쟁력이 강화되나문화·언어장벽 등 영상물의 국제교역 현실 무시한 논리

외주비율 상향 정책이 실시되어 온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21세기의 핵심 부가가치 산업인 영상산업을 진흥하기 위해서는 독립제작사를 육성해야 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상파 방송의 수직적 통합 구조가 해체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그러나 지난 10년의 시행결과는 누가 보기에도 결코 만족스럽지 않다. 과연 왜 이런 결과가 초래되었는가? 현재의 외주 정책은 정말 충분한 타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지금이 바로 이 정책의 과거·현재 그리고 미래를 철저하게 따져봐야할 시점이다. 는 6회에 걸쳐 외주정책을 진단하는 연재를 싣는다. 연재글은 지난해 말 MBC에서 발간된 ‘방송과 커뮤니케이션’에 수록된 김재영 세종대 신방과 교수와 김진웅 MBC 연구위원의 글을 필자의 양해를 얻어 일부 편집한 내용이다.<편집자주> 방송영상산업은 21세기의 핵심적인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부가가치창출과 고용확대, 그리고 외화증대의 효과를 낳을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는 분야이다.1) 특히, 이 산업은 앞으로 위성방송의 실시와 함께 더욱 더 국가전략산업으로서의 중요성을 부여받고 있기도 하다.2) 세 번째 분석대상은 영상산업의 비중이 갈수록 증가하는 앞으로의 미디어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독립제작사를 집중적으로 육성해 방송프로그램의 질을 향상시키고 이를 통해 해외수출의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논리다. 많은 독립제작사가 등장해 프로그램 공급원이 다양해진다고 해서 반드시 방송프로그램의 질이 제고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앞서 지적한 바와 같다. 시장에서의 경쟁은 새로운 소재의 프로그램 개발과 같은 품질개선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제작 및 유통주체로 하여금 보다 많은 광고, 보다 높은 단가의 광고에 프로그램을 연동시키게 함으로써 주로 저급하고 표준화된 프로그램들이 양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서 논의의 초점은 방송프로그램을 수출하는데 필요한 조건 및 독립제작사 육성을 통해 영상물의 해외시장 진출을 용이하게 한다는 논리의 타당성 검토에 맞추었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이 전 세계 영상산업을 지배하게 된 요인들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먼저 방송영상물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공공재(public goods)의 성격을 띤다는 것이다. 공공재는 한 사람이 제품을 소비해도 다른 사람이 그 제품을 소비하는데 아무런 지장을 미치지 않는다. 이러한 방송프로그램의 공공재적 성격에서 비롯된 영상시장에서의 일반적인 유통전략은 영상물 창구화(windowing)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영상물은 초판제작에 대부분의 생산비가 투입되지만 재판부터는 복제비용 정도만이 추가되어 한계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일단 완성된 제작물은 시간차를 두고 가격차별화를 적용하여 여러 유통창구를 통해 판매함으로써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다. 미국은 우선적으로 일차 소비시장인 자국 내에서 매우 큰 영상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영화의 경우 첫 번째 창구는 대도시 영화관이며, 중소규모의 도시에 위치한 영화관과 유료(pay-per-view) 케이블·위성채널로 창구가 이동한다. 이어 가정용 비디오로 판매됨과 동시에 기본(basic) 케이블·위성채널을 통해 방영되기도 한다. 다음으로는 지상파 네트워크와 지역 방송사에 신디케이션 형태로 판매되는 과정을 거친다. 대략적으로 살펴본 영상물의 자국내 창구다각화 과정을 통해 미국의 영상제작자들은 투입된 제작비의 상당부분을 회수할 수 있으며 이는 해외시장에서의 다단계 창구효과 창출을 위한 유리한 기반으로 작용한다.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국내 영상시장이 매우 협소한 형편이다. 우리나라의 방송영상시장은 위성방송이 아직 실시되지 않아 지상파·케이블·중계유선방송 등 세 개 시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중계유선방송은 지상파방송의 프로그램을 방영료 지불 없이 중계방송하고 있어 영상물의 유통창구로서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한, 지상파와 케이블방송은 전체적으로 프로그램 편성상의 관련이 적어 각기 별도의 유통망으로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국내 방송영상시장은 위성방송과 같은 새로운 영상매체 도입이 지체되고, 케이블방송은 그 활성화에 실패함으로써 시장 자체가 협소한 동시에 각 매체간의 단선적인 유통으로 산업적 연관효과가 저조한 문제를 안고 있다. 국내 영상시장에서는 창구다각화를 충분히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해외시장 진출에서도 불리한 입지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영상물의 국제간 교역에서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하는 개념은 ‘문화적 할인’(cultural discount)이다. 이는 보편적이지 않은 특수한 문화나 환경에 토대를 둔 영상물은 다른 문화권의 시청자들이 그 작품에 게재된 가치체계나 문화적 함의 및 전제3) 등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그 가치가 크지 않은 반면 폭넓은 문화권에서 공유 가능한 프로그램은 문화적 할인 혜택으로 큰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프로그램 장르 측면에서 드라마와 같은 오락물이 세계 영상시장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유도 정보관련 프로그램에 비해 문화적 할인이 작용할 수 있는 여지가 더 크기 때문이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언어시장인 영어권을, 그리고 가장 큰 문화시장인 서구문화권을 대표하는 국가다. 이는 방송영상시장에서의 문화적 할인 혜택을 극대화할 수 있는 토양이 된다. 캐나다의 방송규제기관인 CRTC(Canadian Radio-television & Telecommunications Commission) 전 위원장 Meisel이 지적한 바와 같이 미국에서 제작된 드라마의 포맷과 유형이 전 세계 시청자들의 새로운 보편적 예술장르로 자리잡을 정도로 광범위한 미국 영상물의 세계적 확산은 1980년대부터 UNESCO 보고서(Varis, 1985) 등을 통해 실증되었다. Traquina(1998)는 미국과 언어 및 문화적 접근도가 가장 높은 유럽의 방송프로그램에서 미국 영상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1990년대를 통해 더욱 증가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상반되는 문화권에 속하는 아시아에서도 미국 영상물에 대한 의존도가 월등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지역 9개 나라의 방송프로그램을 분석한 Waterman & Rogers(1994)는 아시아에서 미국 프로그램이 가장 많이 방영되고 있는 이유로 영어의 보편성을 들었다. 이에 반해 일본의 영상물 수출은 일본어를 사용하는 인구가 주로 자국 내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에 애초부터 상당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언어와 문화적 근접성에서 비롯된 세계적 규모의 영상시장 존재는 미국의 영상제작자들로 하여금 작품 생산과정에서의 막대한 제작비 투자를 가능하게 하며 해외시장에서의 창구다각화를 극대화하는 기반을 조성해준다.4) 반면 세계적으로 한국어 사용인구가 절대적으로 적고 유교적인 동양문화에 기반한 우리문화의 특수성 등은 우리나라 영상물이 문화적 할인으로 인한 이점을 거의 누리기 힘들게 만든다. 언어와 문화적 장벽으로 기본적인 해외시장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국내 영상산업은 프로그램 제작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 또는 유치하기 힘들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영상프로그램은 해외시장 진출에 근본적인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영상물 수출은 규모가 큰 언어시장에서 작은 시장으로 일방적으로 흐를 뿐 그 역은 성립하지 않으며 이에 따라 우리나라와 같은 비영어권 국가의 경우 자국시장보호 혹은 수입대체가 방송영상정책의 일차 목표가 되어야 한다. 세계 영상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미국의 사례를 통해 영상프로그램 수출을 위한 현실적인 조건을 검토한 결과 자국의 영상시장규모와 언어 또는 문화적 요인에서 형성되는 해외시장규모가 영상물 수출의 가장 중요한 요인임이 드러났다. 기본적인 규모의 영상시장 형성은 국내외에서의 다각적인 창구화를 통한 최소한의 영상물 수요와 이에 따른 이윤창출을 보장하기 때문에 영상제작자 및 유통업자들의 막대한 자금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다양한 독립제작사의 존재여부는 영상물의 품질개선 뿐만 아니라 해외시장 진출과 아무런 인과관계를 형성하지 않는다. 독립제작사가 활성화된다고 하더라도 언어 및 문화적 장벽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으며 협소한 규모의 시장에서 영상물 제작에 막대한 자금이 투자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립제작사 육성으로 영상프로그램의 국제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이를 통해 해외시장 진출을 도모할 수 있다는 논리는 영상물의 국제간 교역현실을 도외시한 발상이라 할 수 있다. (주) 1) 문화관광부가 2001년 6월 15일 발표한 ‘디지털시대 방송영상산업진흥정책 추진전략’에 따르면, 방송영상 전문인력 양성체제 구축, 방송영상콘텐츠유통의 선진화 등을 골자로 한 7대 중점과제가 순조롭게 추진될 경우 2005년 국내 방송영상 시장규모는 현재 5조4,000억원에서 10조9,000억원대로 성장하고 고용인력은 3만2,000명에서 7만명으로, 독립제작사는 240개에서 500개로, 수출물량은 2만달러에서 10만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2) 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의 청사진에 따르면, 위성방송이 순조롭게 출범할 경우 2003년 기준으로 GDP의 0.35% 성장과 6만5,000명의 고용창출이 이루어지고 2005년까지 디지털콘텐츠의 생산유발효과는 7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3) 영상프로그램은 삶의 모습과 현실을 담는 과정에서 제작주체의 문화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영상 소비자는 작품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그 안의 문화를 수용하는데 이는 ‘문화의 재생산’이라 표현된다. 즉, 영상물 제작을 통해 특정한 가치체계가 작품에 반영되고 이를 소비하면서 문화의 내면화가 강화되는 과정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영상프로그램 이외에도 문화를 재생산하는 사회제도나 기관이 있지만 그 영향력과 규모에서 영상산업을 능가하는 것은 없다.4) Hoskins et al.(1989)은 미시경제학적 분석을 통해 미국 방송프로그램이 국내에서보다 국제시장에서 낮은 가격으로 판매되는 것이 덤핑과 같은 불공정행위에 속한다는 일부의 주장을 일축하고, 이는 미국 내의 거대한 영상시장규모와 문화적 할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김재영 세종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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