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뉴스데스크’ 총체적 난국
상태바
MBC ‘뉴스데스크’ 총체적 난국
시청률 하락 속 공정성 시비에 무리한 시간 변경 논란까지
  • 방연주 기자
  • 승인 2012.10.19 16: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철수 후보의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한 MBC 뉴스데스크 보도의 한 장면. ⓒMBC 화면캡처
지난 15일 채널A <뉴스A>에 출연한 이진숙 MBC기획홍보본부장의 모습. ⓒ채널A화면캡처.

대선을 60여일 앞둔 가운데 MBC <뉴스데스크>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해야 하는 뉴스가 편파·왜곡 보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방송 3사 가운데 MBC가 단독으로 내보낸 ‘안철수 논문 표절 의혹’ 보도가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는가 하면 정수장학회와 MBC 간부의 비밀회동 내용이 폭로되자 <뉴스데스크>는 ‘김재철 사장을 대변하는 입’으로 전락했다. 급기야 오는 5일부터 <뉴스데스크>의 편성 시간대를 옮기기로 결정했지만 보도태도의 변화 없이는 시청자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불공정 보도’…“편파·축소로 일관”= MBC기자회(회장 박성호)는 지난 18일 MBC기자회 비대위 특보를 통해 ‘MBC의 2012 대선 불공정 보도 일지’를 공개했다. MBC기자회는 지난 8월부터 최근 10월까지 MBC <뉴스데스크>를 분석한 결과 총 13개의 불공정 사례들을 꼽았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지난 1일 보도된 ‘안철수 박사 논문 표절’ 의혹 보도다. MBC기자회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이 보도를 담당한 취재기자는 안철수 후보 측 반론 취재를 오후 6시 30분에서야 시작했고, 8시 45분 경 전달받은 입장을 보도에도 반영하지 않았다. MBC기자회는 이 보도가  “연구 윤리를 비판하겠다며 취재윤리를 포기했다”며 보도 내용 역시 “문제제기자, 표절피해자, 제3의 검증자 등의 의견과 논리적 근거가 결여된 기 자신의 자체 분석 메모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 측과 관련한 리포트에서는 “축소 보도”로 일관했다는 지적이다. 박근혜 후보 캠프를 비롯해 측근들의 갖가지 비리 의혹이 연달아 터지고, 박 후보의 인혁당 등 과거사 논란까지 일었지만 제대로 보도가 이뤄지지 않아 “박근혜 악재는 최대한 축소했다”는 것이다.  

홍사덕 전 선대위원장의 금품수수 의혹(9월 17일)이나 송영선 전 새누리당 의원 제명(9월 19일)의 경우 축소보도하거나 물타기 보도를 한 불공정 보도의 전형적 태도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박성호 MBC기자회장은 “선택과 생각의 차이는 훗날 화해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라도 지금 시청자들에게 죄를 짓게 되면 그 무엇으로도 씻을 수 없다”며 “영혼과 양심을 간직하길 바란다”며 MBC뉴스의 공정방송 회복을 주문했다.

▲ 안철수 후보의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한 MBC 뉴스데스크 보도의 한 장면. ⓒMBC 화면캡처

■ ‘뉴스의 사유화’…“선전도구로 전락”= MBC <뉴스데스크>는 자사의 문제에 대해서는 방어 자세로 일관했다.  <한겨레>가 지난 13일과 15일 보도를 통해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MBC기획홍보본부장, 이상옥 전략기획부장이 지난 8일 회동에서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 30%와 <부산일보> 지분 100% 등 언론사 지분 매각을 논의한 사실과 대화록을 폭로하자 MBC는 <뉴스데스크> 리포트를 통해 언론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모양새다.

MBC는 정수장학회 논란이 가시화된 지난 13일부터 18일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보도했다. 특히 <한겨레>가 최필립 이사장과 이진숙 본부장의 대화록을 전면적으로 공개한 15일 MBC는 <한겨레> 보도를 ‘왜곡보도’로 규정한 리포트 1개와 추후 수사의뢰 방침과 자사 입장을 담은 리포트 2개를 연달아 내보냈다.

일련의 보도에 대해 MBC기자회는 도청 의혹에 초점을 맞춘 “전형적인 물타기”라고 꼬집었다. “현장에 있지 않고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내용이 들어있어 도청 의혹이 제기된다”고 밝힌 MBC의 리포트(14일 ‘정수장학회 MBC지분 매각 보도 도청의혹’)에 대해 MBC기자회는 “객관성을 유지한 ‘뉴스’가 아닌 김재철 선전도구가 됐다”며 편파보도를 지적했다.

더구나 대화록 가운데 이진숙 본부장의 “박근혜에게 도움이 될”것이라는 발언을 <한겨레>가 제목으로 뽑은 사실에 대해 MBC는 15일 ‘한겨레, 교묘한 왜곡까지‥정치 논란 증폭시키나’ 리포트에서 “이 본부장이 박근혜 후보에게 도움을 주는 것처럼 왜곡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하다는 뜻으로 한 말을 마치 박 후보를 돕기 위한 것인양 왜곡시켰다”며 주장했다.

MBC 뉴스의 정수장학회 보도와 관련해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17일 논평에서 “MBC가 불법을 외면하고 사건을 ‘도청공방’으로 호도하는 건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 ‘8시로 옮기는 뉴스데스크’…“미봉책”= 게다가 MBC경영진은 지난 15일 임원회의를 통해 저녁 9시에 방영된 <뉴스데스크>를 내달 5일부터 한 시간 앞당긴 8시부터 방송하기로 결정했다. MBC 내부에서는 “뉴스와 편성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라는 반발이 있지만 경영진은 강행 결정을 내렸다. 

<뉴스데스크>의 방송 시간대 변경은 이례적이다. 김재철 MBC사장은 임원회의에서 “뉴스 경쟁력 제고”를 그 이유로 들었다. 윤길용 편성국장도 지난 18일 “2010년 주말 <뉴스데스크>를 8시로 옮긴 결과 개편 전후 8주 기준으로 8.3%이던 시청률이 10.5%로 뛰었다”며 시청률 선순환구조 정착에 기여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뉴스데스크>는 시청률 상승세를 계속 이어가진 못했다. 시청률조사기관 TNmS에 따르면 MBC <뉴스데스크>의 전국 기준 전년도 월간 평균시청률이 7~8%를 웃돌았던 것에 비해 올해는 4~6%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게다가 주말 뉴스의 시청률은 크게 하락해 런던올림픽이 개최된 8월(6.05%)을 제외하면 올해 월간 평균시청률이 2~5%에 그치는 등 시청률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뉴스데스크 시간 변경에 따른 효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면서 내부의 반발은 만만치 않다.  <뉴스데스크>의 시간대 변경으로 저녁 편성 시간대가 통째로 움직이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임원회의 결정이 내려지기 전 담당 보도국장과 편성국장 등이 관련 내용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게 MBC노조의 지적이다.

MBC기자회는 지난 16일 성명에서 “(김재철 사장이) 공영방송 MBC를 자신의 개인 회사인 양 제멋대로 민영화하려는 음모가 만천하에 드러나 세간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또 독단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규탄했다. 편성국 소속 평PD들도 지난 17일 기명 성명에서 “프로그램의 안정성을 해치는 자해행위”라고 규정했다.

내부 구성원들은 뉴스의 신뢰도가 바닥으로 곤두박질 친 <뉴스데스크>의 돌파구가 ‘시간대 변경’이 아닌 ‘공정보도 회복’에 있음을 강조했다. 편성PD들은 “<뉴스데스크>의 시청률 하락은 시간대의 문제가 아니라 뉴스의 신뢰성과 공정성의 훼손에 기반하고 있다”며 뉴스 본연의 가치를 높이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