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전 논문 2시간만에 반론, 나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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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위원들, 安 논문의혹 보도 취재과정에 문제제기…“결국 MBC 입장만 보도됐다”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선거방송심의위원회(위원장 김영철)가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의 논문표절 의혹을 보도한 지난 1일자 MBC <뉴스데스크>에 대해 법정 제재인 ‘경고’ 조치를 의결했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심의과정을 보면 MBC <뉴스데스크>의 ‘안철수 후보 논문 표절 의혹’ 보도에 문제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의위원들은 안 후보의 반론권이 보장되지 않은 점을 크게 문제 삼았다. 결국 MBC가 단독보도로 내보낸 뉴스에 객관성과 공정성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 “반론권은 취재윤리의 기본”= 심의위원들은 보도 당일에서야 부랴부랴 안철수 후보 측에 반론을 요청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일주일가량 취재기간 동안 반론권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담당 기자는 지난 1일 뉴스 보도를 2시간여 앞둔 오후 6시 40분 안 후보 측에 보도 사실을 알렸다. 그 이후 연락이 닿지 않았던 안 후보 측이 생방송 10분 전에 반론을 전했고, 편집을 하는 물리적 시간의 한계 때문에 결국 반론권을 보장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전규찬 위원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적정 수준의 반론 기회를 줘야 했다. 보도 당일 오후 6시 40분에 반론을 묻는다는 건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현주 위원도 “22년 전에 쓴 논문을 2시간 만에 반론하라면 (나도)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종률 위원은 “8시 50분이래도 안 후보 측이 분명히 (표절이) 아니라고 했다면 억울한 거다. 결국 MBC 입장으로 보도가 나간 게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조문기 정치부 국회반장은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지적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한 발 물러섰다.

▲ 지난 1일 방송된 <뉴스데스크> 방송 화면 캡쳐. ⓒMBC

■ “‘뉴스타파’가 지목한 교수 제보자 아니다”= 이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서는 <뉴스타파>에서 공개된 안철수 논문 표절 의혹 제보자에 대해서도 언급됐다. <뉴스타파>는 지난 20일 안철수 대선 후보의 논문 표절 의혹 제보자가 “박근혜 후보의 대선 캠프 소속 인사 A교수”라고 밝혔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A교수는 “(안 후보의) 논문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2~3개 언론매체에 관련 정보를 전달했으며 담당 기자에게도 정보를 제공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담당 기자는 “<뉴스타파>에서 지목한 분(A교수)은 제보자가 아니”라고 선을 그은 뒤 “<뉴스타파>는 보도하기 전 저한테 확인하지 않았다. (A교수는) 교과부를 출입할 당시 안면이 있던 분이긴 하지만 제보자는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최초로 표절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를 비롯해 전문가 인터뷰가 없는 점에 대해 담당 기자는 “취재원이 신원을 철저히 보호해달라고 해서 보도에 나가지 않았다”고 말한 뒤 “의학계, 이공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부터 검증과 자문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 ‘위반 조항 여부’ 두고 의견 ‘분분’= 의견 진술 뒤 해당 리포트의 위반 조항 적용 여부와 제재조치를 두고서 위원들 간 의견이 엇갈렸다. 위원들이 공정성(제5조 1항)과 객관성(제8조 1항)조항 위배에 공감대를 형성한 가운데 전규찬 위원은 사실보도(제12조 1항), 사실과 의견의 구별(제16조), 출처명시(제17조)를 위반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전 위원은 사실보도(‘방송은 선거방송에서 유권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실을 과장·보도 또는 축소·은폐하는 등으로 왜곡하여 보도하여서는 아니된다’)조항을 언급하며 “표절 사실이 아닌 의혹 제기 사실을 보도할 경우 의도적으로 부각시키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 위원이 제시한 위반 조항들은 과반을 얻지 못해 배제됐다.

제재 수위를 정하는 과정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김영철 위원장은 의견 표명을 거부했고, 정병운 위원은 “의견 진술 토대로 하면 나름 이해가 된다”며 행정제재인 ‘권고’ 조치를 제시했다. 반면 전규찬 위원은 “공정성과 객관성을 심히 위배했다”며 ‘관계자에 대한 징계’를 주문했다. 결국 위원의 과반을 얻은 ‘경고’(김현주, 박종률, 양삼승, 윤덕수)로 최종 의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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