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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비’ 파문과 PD 정신

|contsmark0|pd 집단의 도덕적 위신이 땅에 추락했다.윤태식 게이트에 이은 소위 ‘pr비’ 파문. 우리는 실로 참담하고 부끄러운 심경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그 프로그램의 완성도에 대해서는 몇 가지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다. 사실의 상당 부분이 과장돼 있고, 대중 문화계 전반의 구조적 모순보다는 pd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contsmark1|하지만 일부 pd들에게 그러한 ‘도덕적 해이’가 존재할 개연성은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그들 또한 우리 pd 집단의 성원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우리는 억울함 이전에 스스로에 대한 자성을 앞세우지 않을 수 없다.
|contsmark2|현실의 이전투구 판에서 우리가 미련하게(?) 자성을 우선시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도덕성이 pd에게 생명과도 같은 직업윤리이기 때문이다. 한 개인이 모든 정치·사회·문화적 현실을 직접 체험할 수 없는 현대사회에서 pd는 그 필수적인 매개자다. 그것도 단순한 매개자가 아니요, 선택·가공해서 최종전달 하는 전문 기능인이다. 그의 선택과 가공이 곧 수용자의 현실을 형성하고 행동을 유발한다.
|contsmark3|따라서 그가 권력을 감시하든, 문화현상을 다루든 pd의 엄정한 태도와 공정한 시각은 직무수행의 필수전제다. 그 임무를 국민으로부터 수탁(!) 받아 실행하는 대가로 pd는 일용하기에 충분한 양식과 웬만한 사람 못지 않은 직업적 위신을 유지한다.
|contsmark4|그런데 pr비라니? 그것은 우리가 그토록 비판해 온 정치권의 뇌물, 기자들의 촌지와 과연 무엇이 다른가? 공적 기능의 수행을 빌미로 사적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전혀 차이가 없는 파렴치한 짓이다. 진정 pd라는 이름을 소중히 여긴다면 설사 매니저들이 돈을 준다 한들 받아 챙길 수 있겠는가?
|contsmark5|영악하지 못하게 반성론을 주장하는 두 번째 이유는 그 동안 우리 pd집단의 행보가 도덕적 순수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누가 뭐래도 우리 pd 집단은 방송계에서 최고의 도덕적 집단 중의 하나로 꼽혀왔다. 일련의 방송민주화, 언론개혁 운동과정에서 우리는 공익보다 우리집단의 이익을 앞세우는 행보를 결코 취하지 않는 어리숙한(?) 전통을 고수해 왔다.
|contsmark6|그것이 오늘 굽힘 없는 비판세력으로서, 믿을 만한 연대세력으로서 우리의 위상을 확고하게 다져주었다. 하지만 이제 그 기초가 흔들릴 위기다.
|contsmark7|자기 내부의 비리를 방치하는 집단을 과연 누가 얼마나 신뢰해 줄 것인가?그 정도의 도덕성으로 과연 누구를 비판할 수 있으며, 남들한테 무엇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인가? 아직도 갈 길이 먼 지금, 자정은 연대의 기본이다.
|contsmark8|정말 억울하지만 우리 안을 먼저 돌아보자는 셋째 이유는 점점 더 돈과 가까워 질 수밖에 없는 우리 pd들의 직업환경 때문이다.
|contsmark9|정보화 시대, 문화의 시대란 무엇인가? 자본의 이윤 추구영역이 정보·문화 산업을 주무대로 하게 됐다는 뜻이요, 우리의 주요 노동 대상인 정보·문화 그리고 우리들의 행위 하나하나가 누군가에 의해 즉각적으로 돈벌이에 활용될 수 있는 환경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우리의 일상적 업무 활동에 대한 자본의 일탈 유혹은 날로 커질 수밖에 없다.
|contsmark10|지금까지의 관행과 직업윤리의 수준으로는 제2의 윤태식 게이트, 제3의 pr비 파동에 사실상 무방비한 실정이 아니겠는가?
|contsmark11|물론 대다수의 pd들은 여전히 건강하다. 그래서 도매금으로 전체가 매도당하는 건 정말 괴롭다.
|contsmark12|하지만 그렇기 때문에라도 이제 환부를 우리 스스로 도려내야 한다. 문제를 제기하는 측의 과실을 지적하며 맞대응 하는데 머무른다면 그것은 오히려 문제를 온존시키고 나아가 불순한 외부세력에게 이용당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그것이 지난 95년 pd 사건의 교훈이다.
|contsmark13|고통스럽지만 우리 집단 무의식의 가장 밑바닥까지도 철저히 점검하고, 관행을 바꿔내는 것, 그래서 내부 규율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모색하고 실행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오늘 우리의 당면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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