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깃 오디언스를 잡아야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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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3사 예능국장에게 듣는다 ②] 원만식 MBC 예능1국장

MBC 예능프로그램이 긴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이던 〈일밤〉은 부진의 늪에 빠져 코너 교체를 거듭하고 있다. 그나마 ‘나는 가수다’ 만이 자존심을 지켜주고 있다. MBC는 지금 강호동의 복귀, 코미디 프로그램의 신설 등을 통해 다시 한 번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일 고양 MBC드림센터에서 원만식 국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MBC 원만식 예능국 ⓒPD저널
- 사실 요즘 MBC 예능이 신통치 않은데.

“첫째로 〈일밤〉이 문제다. 그 다음으로 경쟁력이 급속하게 떨어진〈놀러와〉다. 장수프로그램들의 힘이 좀 빠졌다. 결정타가 〈무릎팍도사〉의 강호동씨가 빠진 것이었다. 금년 봄에는 김구라씨까지 빠졌다. 〈라디오스타〉만으로 1년을 용케 잘 버텨왔다. 최근 코미디를 다시 시작했는데 과거의 명성에 근접해보려고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일밤〉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 준비한 카드는.

“말씀드리지 못하나 물론 준비는 하고 있다. 그런데 요새 한 번에 높은 시청률이 나오는 대박 프로그램은 안 나오는 거 같다. 유일하게 ‘나가수’만 시청률이 잘 나왔다. 〈런닝맨〉도 처음엔 고전했고 〈정글의 법칙〉도 금요일 밤에 나가다 검증 받고 일요일로 옮겼다. 처음부터 시청률이 잘 나오는 프로그램 만들기가 힘든 것 같다.”

- 〈일밤〉의 ‘나가수’와 ‘승부의 신’ 코너 시간을 교체한 이유는.

“‘나가수’가 아무래도 경쟁력이 있고 시청률은 더 많이 나온다. 시청률은 동절기와 하절기가 많이 다르다. 동절기는 전반적으로 시청률이 많이 나오는 계절이다. 하절기 같으면 오후 5시대(‘나가수’의 옮겨진 방송시간대) 시청가구수가 많지 않다. 이제 ‘나가수’가 딱 2달 남았는데 동절기는 그래도 많이 보는 시간이라 좀 더 경쟁력이 있는 코너를 앞으로 옮긴 것이다.”

- 〈놀러와〉도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1월에 시작한 파업이 치명타가 되었다. 그리고 월요일 밤 11시대에 지상파 방송 3사가 같은 장르의 프로그램을 한다. 보통 의도적이든 아니든 서로가 피해서 편성하는데, 월요일 11시대만 유독 3사가 같은 장르로 붙었다. 유사한 성격의 프로그램이 붙으면서 〈놀러와〉가 유재석이라는 걸출한 MC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싱그러움을 이기지 못하는 것 같다.”

-〈놀러와〉가 ‘트루 맨 쇼’와 같은 성인 타깃 코너를 만들며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데, 성과는.

“객관적으로 볼 때는 잘 변신한 것 같다. 그런데 6개월이라는 긴 파업 여파가 아직도 미치는 것 같다. 떠났던 손님들이 아직 안 오고 있다. 전 같으면 재미가 없어도 관성으로 보는데 〈놀러와〉는 새 단장을 하고 내용이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이건 좀 그래’라고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지상파에서 성인 타깃 코너를 마련하는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지상파에서 오락프로가 ‘19금’ 달고 나가는 건 곤란하다. 개편한 뒤 한 번 19금 달고 나갔다. 실험적으로 혹시나 해서 나갔는데 그 다음부터는 그렇게 안 갔다. 성인대상으로 가긴 해도 노골적으로 하진 않는다. 봐줄만한 정도다.”

- 강호동이 〈무릎팍도사〉로 복귀한다. 어떻게 보나.

“그동안 강호동이 없어서 사실 어려움이 있었다. KBS 〈1박 2일〉은 원래 빠지려고 해서 빠진 것인데 SBS 〈스타킹〉이나 〈무릎팍도사〉는 예정에 없이 갑작스레 하차한 것이다. 〈무릎팍도사〉의 경우 강호동이 전부니까 (그동안)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전 〈무릎팍도사〉와 같은 형식으로 진행하되 패널만 바뀐다. 유세윤은 남고 올밴이 나가는 자리에 (제국의 아이들) 광희가 새롭게 들어온다. PD와 작가들이 보통 오후에 작업하는데 요즘 오전에 만나 작업한다. 꽤 열심히 하고 있다. 믿고 맡길 생각이다.”

-〈무릎팍도사〉가 KBS 2TV 〈해피투게더〉와 맞붙게 된다. 승산이 있다고 보나.

“그게 관심사다. 〈해피투게더〉는 장수프로그램으로 생명력 강한 프로그램이다. 선의의 경쟁을 하며 서로 발전하는 것이다. PD와 출연자를 믿을 뿐이다.”

-지난 10월 12일 〈코미디에 빠지다〉가 첫 방송을 했다. 그동안 MBC 코미디 프로그램이 부진했는데 다시 만들게 된 계기는.

“코미디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일종의 사관학교다. 거기에서 배출된 사람들이 각종 오락프로에 진출한다. 〈개그콘서트〉 출연자들만 봐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예전에는 우리가 그랬다. 〈코미디에 빠지다〉 코너들을 보면 뜰만한 코너가 조금씩 보여서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심야 시간에 편성을 했다.

“편성에서 볼 때 예능국에서 코미디만큼은 신뢰를 못 줬던 것 같다. KBS의 가장 큰 장점은 채널이 2개라 실험적인 프로그램을 많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편성 시간이 없어서 하기 힘들다. 검증 안 된 프로그램을 좋은 시간에 넣을 수 없고 그러다보니 악순환이 계속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제작비도 대폭 올리고 편성 변화에 따라서 밤 11시대로 왔다. 공이 드디어 우리에게 넘어왔으니 잘 해야 하는데 걱정은 한 방에 뜨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도 조짐이 괜찮다.”

- 25분 분량의 일일시트콤 〈엄마가 뭐길래〉가 65분으로 늘려 월화시트콤으로 방영된다. 새로운 시도에 대해 어떻게 보나.

“9시에 월화시트콤은 처음 하는 거라 뚜껑을 열기 전에는 모른다. KBS 1TV 뉴스 빼놓고 대체로 SBS가 강세라 당분간은 고전할 듯싶다. 드라마처럼 통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두 편을 붙이는 것인데 이런 경우는 처음 겪는 일이라 우리도 궁금하다. 그런데 9시가 소위 말하는 전체 시청가구수가 많은 시간이라 일단 나쁘진 않은 것 같다.”

- 작년에 예능국에서 예능본부로 격상되었는데, 효과는 있었나.

“회사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커졌다. 지금 정규 프로그램이 14개로 방송시간으로 따지면 현업 제작부서 중 제일 많다. 3년 사이에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덩치도 커졌다. PD가 예능국일 때는 50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60여명으로 늘었다. 작년에 경력직도 뽑고 사내 공모도 했고 최근 5년 동안 다른 부문에서 신입을 안 뽑을 때도 예능국은 매년 3명 씩 뽑아왔다. 회사 매출, 광고수입에 있어서도 예능국이 올리는 실적이 현업 부서에서는 제일 높다. 달러박스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시청자들이 원하는 예능의 트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제 타깃 오디언스(표적수용자)를 잡아야 한다. 전에는 압도적으로 시청률이 나왔는데 케이블이 많이 생기고 시청자층과 취향이 명확하게 분별되고 세분화됐다. 토요일만 봐도 〈세바퀴〉와 〈그것이 알고 싶다〉가 반분이 된다. 일단 지상파 입장에서는 아이, 어른 할 거 없이 다 재밌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기본이다. 트렌드야 유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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