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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대선 과정에서 이명박 후보의 모토는 실용이었다. 그는 소모적인 이념대립, 뿌리 깊은 지역감정을 벗어나야 한다고 끊임없이 훈계했다. 그 방법이 무엇이든, 결국은 성과를 도출해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정치가 아니냐고 그는 반문했다. 사실 맞는 말이었다. 경제발전 7.4.7, 주가 5000의 장밋빛 청사진은 지금 해묵은 경구가 되어 버렸지만, 적어도 당시 모든 사람의 욕망을 미혹시키기에는 충분히 매력적인 레토릭이었다.

사실 언론인이랍시고 상식이 있는 체하고, PD질 한다면서 철학이 있는 양 으스대던 나라는 인간도 당시 MB라는 후보를 인정했던 것은 사실이다.(불과 몇 달 앞도 못 내다보는 인간이 무슨 언론인이고, PD인가!!!)

물론 나라는 작자도 이성이 있기에 입으로는 전과 14범(?) MB의 도덕성이 어쩌고, BBK 주가조작이 어쩌고 막걸리 마시면서 떠들어 대기는 했다. 그러나 100번 옳은 말만 하지만, 국가보안법 폐지도 사학법 개정도 지리멸렬 아무것도 하지 못하던 당시 집권여당에 비한다면 MB는 그야말로 실용과 실사구시의 신이었다. 청계천이든 버스환승이든 서울시민의 삶을 척척 바꿔놓았다는 그의 능력은 나라는 서울 밖 2등 국민도 솔깃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래도 그 알량한 역사의식 덕분에 나는 가까스로 그를 선택하는 우는 범하지 없었지만, MB라는 대통령이 상식을 가지고 국민에게 성과를 돌려주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진심이었다. 그의 실용이라는 구호처럼….

그러나 그가 대통령이 되자 언론계에도 일대 회오리가 불어 닥쳤다. YTN <돌발영상>의 노종면이 해고됐고, <PD수첩>의 이근행도 MBC를 떠나야 했다. 게다가 정연주 사장은 말도 안 되는 배임혐의를 덮어씌운 검찰 때문에 KBS에서 쫓겨났다.

그리고 나라는 인간의 생활 스트레스도 더욱 가중되기 시작했다. 하루가 멀다고 몰상식한 인사가 권력을 등에 업고 명멸했다. 거짓 미소를 한껏 머금고 불의와 타협하면 쉬운 길을 갈 수 있다는 유혹이 난무했다. 때로는 회사 내의 좌익 빨갱이 세력을 색출해야 한다는 황당한 이념공세도 백주에 사내게시판을 장식했다. 심지어는 폭력을 수반한 물리적인 압박으로 회사를 난장판으로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여의도에서는 특보 사장의 뒤를 이을, 일련의 낙하산들이 먼저 뛰어내리겠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는 모양이다.

▲ 김광수 KBS전주 PD
시절이 하 수상해도 언제나 개편은 돌아온다. 세상의 모든 PD에게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은 숙명이지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게다가 열악한 예산과 인력을 수십 년째 자랑하고 있는 지역에서는…. 이럴 때 꼭 제작진의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승부하라고 말하는 간부들이 있다. 너희 잠잘 시간 줄이고, 돈 들일 것 몸으로 때우라는 말을 간지럽게 한 것일 뿐이다. 그렇게 잠잘 시간 줄이고, 몸으로 때워서 새 프로그램이 무사히 전파를 탔다. ‘도서관은 살아있다’, ‘출장 오디오북-귀를 기울이면’…. 두 명의 신생아들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다. 이제 이 예쁜 두 녀석에 의지해 12월 19일까지 남은 MB치하의 시간을 견뎌 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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