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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제 시행, 만병통치약인가?
  • 승인 2002.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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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방송위원회는 오는 4월 1일부터 방송 프로그램 등급표시제를 국내 제작 드라마에까지 확대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contsmark1|쉽게 말하면 이른바 ‘가족시청시간대’인 저녁 7시에서 밤 10시 사이에 방송되는 텔레비전 드라마에도 심야 tv영화에서 하는 것처럼 시청 가능한 연령을 표시한다는 것이다.
|contsmark2|방송위원회가 프로그램 등급표시제를 확대 실시하려는 이유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폭력성과 선정성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자는 것이다. 텔레비전이 청소년에게 폭력성과 선정성을 가르치고 조장하는 매체로 간주되는 현실에 대해 방송에 종사하는 일원으로서 깊은 책임을 느낀다.
|contsmark3|하지만 지금도 방송위원회 심의평가실은 모든 방송프로그램을 일일이 모니터해 폭력성과 선정성이 문제되는 부분을 지적하고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여기에는 사과방송이나 프로그램 중지, 제작관계자 징계 등 방송 현업자에겐 치명적인 제재도 포함돼 있다.
|contsmark4|방송법은 또 프로그램의 폭력성과 선정성을 걸러내기 위한 장치로 방송사가 자체적으로 모든 방송 프로그램의 내용을 사전에 자체적으로 심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contsmark5|현재 제도만 제대로 운영돼도 방송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미리 걸러내는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contsmark6|그렇다면 프로그램 등급 표시제의 확대 실시가 과연 당초 기획의도를 충분히 살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contsmark7|방송위원회에 묻고 싶다. 첫 번째 질문이다. 가족 시간대에 방송되는 tv드라마 우측 상단에 ‘19’라고 표시하고, 톱날같은 그림을 ‘19’위에 올려놓고, 검은색 테두리로 숫자를 감싸고, 테두리 내부를 주홍색으로 표시한다면 ‘가족시청시간대’와 관계없이 어떤 프로그램을 방영해도 괜찮은 것인지.
|contsmark8|방송위원회가 현재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방송프로그램의 등급분류 및 시행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폭력적인 내용에 대한 등급 표시는 “원형기호의 상단부를 파형으로 갈라지게 변형”하고 선정적인 내용은 “원형기호의 내부색깔을 주홍색으로 변형”하고 부적절한 언어가 들어있는 내용은 “원형기호의 둘레를 검정색으로 변형”하도록 돼 있다.
|contsmark9|프로그램 시청 가능 연령을 7세, 12세, 15세, 19세로 나누고 다시 폭력성, 선정성, 부적절한 언어사용 등을 감안해 프로그램 등급을 매긴다면 이론적으로 36가지 조합이 생긴다고 한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검산해 보시기 바란다.
|contsmark10|두 번째 질문. tv 드라마에 새로운 방식의 프로그램 등급표시가 포함된다고 해서 tv화면에서 폭력성과 선정성이 추방될 것으로 기대하는가? 드라마보다 훨씬 잔인한 것이 현실이다.
|contsmark11|어떤 드라마 제작자도 9.11 테러와 이에 대응하는 미국의 군사작전만큼 폭력적인 이야기를 꾸며낼 수 없을 것이다. 폭력성, 선정성을 차단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뉴스에 까지 등급표시제를 강제화 할 것인가?
|contsmark12|세 번째 질문. 프로그램 등급 표시로 선정성과 폭력성, 부적절한 언어를 경고하면 청소년들의 프로그램 접근을 줄일 수 있을까? 거실에서 가족끼리 tv를 보던 청소년이 ‘부모의 지도 아래’ 물러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안 보고 넘어갈 수 있을까? 컴퓨터 화면에는 인터넷을 통해 tv가 그대로 방송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contsmark13|이밖에도 소소한 문제점이 남아 있다. 등급표시가 화면을 가려 지저분해 진다는 점. 영화 ‘러브레터’의 남녀 주인공이 온통 하얗게 눈이 쌓인 들판에서 분위기를 가다듬고 있는데 느닷없이 화면 우측상단에 튀어나오는 등급표시를 생각해 보시라.
|contsmark14|36가지나 된다고 하는 각종 등급표시를 제대로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는 시청자들이 얼마나 될 것이며 시청자들이 등급표시를 완전히 이해할 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인가도 문제가 아닌가? 필자 개인적으로도 프로그램 등급제에 대해 관심이 없었을 때(심의부에 오기 전까지) tv화면에 왜 19라는 숫자가 왜 표시돼야 하는지 몹시 궁금하게 생각했었다.
|contsmark15|또 수십회 내지 백여회까지 방영되는 드라마에 대해 획일적으로 등급을 매긴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 드라마가 방영될 때마다 등급이 들쭉날쭉 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contsmark16|드라마 내용 가운데 무엇이 폭력적이고 선정적인가, 부적절한 언어사용인가, 몇 살까지 시청이 가능한가를 정하는 기준도 사람의 시각에 따라 모두 제각각이라는 점도 유의해야 할 일이다.
|contsmark17|텔레비전 화면만 통제하면 청소년을 폭력성과 선정성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지나치게 순진한 생각이다. 동네 비디오 가게에 한 번이라도 가 본 사람이라면 청소년들이 얼마나 쉽게 ‘유해요소’에 접근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contsmark18|인터넷을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여기저기에 복병처럼 숨어있는 음란물을 피해가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것이고 컴퓨터 게임을 해 본 사람이라면 게임과 폭력을 분리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contsmark19|방송위원회가 텔레비전 프로그램 등급표시제를 확대 실시해 청소년을 보호하자는 취지를 이해하기는 하지만 이 제도의 전면실시를 반대하는 방송현업자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contsmark20|방송의 폭력성과 선정성을 조장하는 끝없는 시청률 경쟁과 방송의 상업화 논리 등 본질적인 요인들을 제거하지 않고서는 등급제 시행은 임기응변식 대응에 그칠 공산이 크다.
|contsmark21|조기양 mbc 심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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