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해직기자 이용마 “공정보도 역시 근로조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2일 환노위 청문회서 강조…노동부 장관은 “MBC 사태, 결국 인사 문제”

“기자로, PD로 산다는 것은 매일매일 하루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다. 그런 우리가 틀린 역사를 쓰라고 강요받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 이는 양심의 문제인 동시에, 우리가 기자·PD로서의 생활을 계속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근로조건에 대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해직 기자인 이용마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이하 MBC노조) 홍보국장이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위원장 신계륜, 이하 환노위) 주최로 열린 MBC 장기파업 관련 청문회에서 한 마무리 발언이다.

이 국장의 이 같은 발언은 ‘공정방송 회복’을 내걸고 올해 상반기 170일 동안 파업을 진행했음에도 풀리지 않는 MBC 사태에 대해 정부·여당이 시시각각 “노동조건이 아닌 언론으로서의 문제”, “노사관계의 문제”라고 입장을 바꾸며 해결의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데 대한 문제제기다.

“근로시간, 임금과 마찬가지로 언론인에겐 공정보도도 근로조건”

▲ 이용마 MBC노조 홍보국장 ⓒ언론노조
이 국장은 이날 청문회 말미 발언을 신청하고 “기자·PD로 지내다보면 매일 역사를 쓴다. 보도라는 게 결국 하루하루의 역사를 쓰는 일로, 틀린 역사를 쓰라고 강요받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이어 “과거에도 매일의 역사를 어떻게 서술할 것인가를 두고 충돌하긴 했지만, 부장과 데스크, 데스크와 기자 사이의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재철 사장이 온 뒤로 (MBC에선) 그런 게 없이 모든 게 다 상명하달(上命下達)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자가 어떻게 기사를 작성할 수 있겠나. 이는 양심의 문제이자, 우리가 기자 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로조건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이 문제에 대해 한 번도 법정 다툼이 없었고, 근로조건에 대한 개념 역시 제조업-생산직 노사 충돌 과정에서 근로시간, 임금 등과 관련해 확립된 게 사실”이라고 설명한 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가 제기되는 것인 만큼, (법을 만드는) 국회와 (집행하는) 행정부의 장관들이 합리적이고 현명한 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청문회에 출석한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 같은 주장을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 이 장관은 “MBC 사태가 노사 문제로 보이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본질은 김재철 사장 퇴진 문제, 즉 인사문제”라고 거듭 밝혔다.

이 장관은 “MBC 사측의 (공정보도 관련) 단체협상 불이행 등은 노동위원회에서 다룰 수 있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사장 퇴진이 급하니) 노조가 법 위에서 파업한 게 아닌가. 불필요한 집단 분규로 조합원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고 주장했다.

또 “(방송의) 법적 의무인 공정방송 역시 현행 노동관계법에선 근로조건으로 보지 않는다는 게 법원 등의 의견임에도 (노조가) 정치파업으로 자기처분 권한 밖의 사안을 포함시키자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의 발언에 야당 의원들은 일제히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신계륜 위원장은 “노동관계법이라는 건 처음부터 (범위가) 주어지는 게 아니라 조금씩 쌓이며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위원장은 “비합법의 영역에 대해서 새로운 부분을 쌓아가는 게 헌법이며, 법 개정을 논의하는 주체가 바로 국회인 만큼 (이번 청문회처럼) 새로운 것도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신 위원은 김재철 사장을 비롯한 MBC 경영진(안광한 부사장,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 모두가 환노위의 증인 출석 요구를 거부한 데 대해 “유례가 없는 일이다. 누구든 한 사람이라도 와서 (회사 측 입장을) 설명했어야 한다. 이들의 불참으로 인한 파행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신 위원장은 김재철 사장 등에 대한 국회 고발을 추진할 것이며, 김 사장에 대해선 국회 모욕죄도 함께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