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연출노트(34) 드라마 김종선 KBS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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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것 되살려 사극 리얼리티 극대화”

|contsmark0|김종선 pd는 평범한 듯 하지만 실천하기 힘든 생활철학을 갖고 있다. 바로 ‘원칙’을 지키는 것, ‘절제’, 그리고 ‘갑절의 노력’ 세 가지다. 김 pd는 “해놓은 게 별로 없다”며 한사코 인터뷰를 고사했지만, 오랜 얘기 끝에 기자는 그만의 연출노트 한 권을 손에 움켜쥘 수 있었다.
|contsmark1|큰 것은 크게, 작은 것은 더 세밀하게
|contsmark2|김 pd는 흔치 않은 ‘원칙주의자’다. 그의 첫인상부터 왠지 정에 치일 것 같고 어딘가에 얽매이지 않을 것 같지 않지만, 제작 기간 중에는 철저한 자기관리에 들어간다. 여유 있지 않을 때면 술과도 안녕을 고한다는 김 pd는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이렇게 안 하면 스스로 버티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contsmark3|이런 자기관리는 자연스레 그의 연출관과 닿아 있다. “pd는, 특히 사극 pd는 늘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 내가 아프면 세상도 아프게 보인다. 이러면 좋은 작품이 나올 리 없다.”
|contsmark4|외유내강형의 김 pd는 스스로가 중심을 잡음으로써 스태프들에게 극도의 긴장감을 유지시키며,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워 현장에서는 흔들림 없이 적재적소마다 정확한 판단을 내린다.
|contsmark5|“선이 굵은 사극 연출일수록 pd는 세밀해야 한다. 역사의 복원, 우리의 정서를 담아내는 것 하나까지. 작은 것에는 좀더 세밀하게 접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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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7|사극 캐스팅에서 고정관념을 버려라
|contsmark8|김 pd는 ‘왕건역의 최수종씨가 제왕적 이미지에는 약하다’는 주위의 우려와 비판에도 불구, 자신 있게 최수종씨를 왕건역으로 낙점했다. 그리고 그 판단은 보기 좋게 맞아떨어졌다. 왕, 특히 ‘고려왕’ 하면 먼저 떠오르는 장대한 기개와 듬직한 풍채의 고정관념과 정면승부를 벌인 김 pd는 역사적 인물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사극 캐스팅의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contsmark9|“<용의 눈물> 유동근의 이미지가 각인된 이들이라면 으레 풍채 좋은 왕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러나 왕건이 제왕적인 왕이라고 해석하지 않았다. 또한 극중에서 왕건과 궁예 캐릭터가 부딪히면 이야기 전개가 힘들 것으로 봤으며, 극 전개상 50여년의 나이를 뛰어넘어야 하는 캐릭터 역시 고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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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1|켜켜이 쌓인 옛것을 들춰내는 즐거움
|contsmark12|김 pd는 술 보다 차(茶)를 더 즐겨한다. 책상 서랍 가득 서너 종류의 차가 빼곡이 차 있고, 옆 장식장에는 찻잔이 정열 돼 있다. 또 그림과 서예를 즐겨하는 반면 그 흔한 고스톱조차 못 친다고 한다. 꼭 사극 pd라서가 아니라 즐겨 읽는 책도 한국사, 세계사, 회화 서적이 주류를 이룬다.
|contsmark13|“<왕과 비> 당시 인수대비와 세조가 얘기를 나누는 장면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 극에서 술이 등장하는 것이 관례였는데, 예로부터 차를 즐겨한 문화를 생각하고 이 때부터 등장인물들이 얘기를 나누는 자리에는 늘 차를 놓게 했다. 이런 다도문화가 이제 사극 전반에 즐겨 사용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contsmark14|그의 ‘지난 것’에 대한 탐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어렵게 수집하여 소장한 3,000여개의 비디오 테이프 대부분은 구하기 힘든 작품들이다.
|contsmark15|“오래 전 작품에서 예전의 우리 정서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이런 우리 고유의 정서를 제대로 담아내면 현재 드라마에 리얼리티와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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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7|열정 식으면 죽은 pd나 마찬가지
|contsmark18|스스로를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김종선 pd. 그가 햇수로 4년째, 꼭 200회를 채우며 오는 24일로 막을 내리는 <태조 왕건>의 잔상을 쉽게 지울 수 있을까.
|contsmark19|“머릿속에 꽉 찬 왕건을 다 비우고, 이제 새로운 것으로 채워나가야지”라고 다짐하는 김 pd는 “자신만의 주제의식으로, 늘 열정에 찬 모습일 때 pd는 진짜 살아 있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세월을 거슬러 오르는 그의 심장박동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contsmark20|조남현 기자경력84년 kbs 입사
|contsmark21|대표작품<드라마게임> <전설의 고향> <먼동> <왕과 비> <태조 왕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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