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방송장악, 박근혜에게 상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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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與, MBC 사장 유임 외압-KBS 차기 사장 내정에 개입 논란

“MB(이명박 대통령)가 장악한 공영방송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상속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이 1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을 상대로 최근의 공영방송 사장 해임·선임 과정에 대한 질의를 마무리하며 한 말이다. 대선을 앞둔 상황 속 여권에 대한 야당 의원의 공세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사장 문제를 놓고 최근 KBS, MBC에서 불거진 정부·여당의 외압 의혹은 심각한 수준이다.

MBC의 경우,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하 방문진) 여야 이사들이 김재철 사장 해임을 결의했음에도 하금열 대통령실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선거대책본부 총괄본부장이 여당 측 김충일 방문진 이사에게 외압을 행사해 해임안을 부결시켰다는 의혹에 휩싸인 상태다. 해당 의혹을 폭로한 이는 양문석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그는 지난 8일 방문진에서 김 사장 해임안을 부결시키자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박근혜 후보 홈페이지
하 실장과 김 본부장은 김 이사와의 전화 통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김 사장에 대한 얘기는 나누지 않았다고 부인했으나, 김 이사는 외압은 없었다고 하면서도 통화 내용 중 김 사장과 관련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여권 측 인사들의 해명에 “불투명한 이유로 뇌물을 주고받은 사람들이 법정에서 ‘돈 준 건 사실이지만, 뇌물은 아니다’라는 얘기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최강욱 방문진 이사, 11월 9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여권의 김 사장 유임 결정은 박근혜 후보 측의 뜻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라는 주장이 나왔다. 신경민 민주통합당 의원은 13일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알려진 것처럼 여권에서도 김 사장 해임 쪽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었는데, 박 후보의 정수장학회 관련 기자회견 이후 상황이 계속 꼬이고 김 사장 후임으로 내세울 친박(親朴) 인사가 마땅치 않자, 대선 이후 김 사장 문제를 처리하자는 얘기가 박근혜 캠프 쪽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이 경우 오히려 대선에서 위험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박 후보 캠프 측에선 ‘우리가 (폭로한 자를) 고소하지 않으면 된다’, ‘수사를 하지 않으면 누가 통화기록을 볼 수 있겠나’라며 뭉개고 가는 쪽을 선택했고, 지금 그렇게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련의 의혹에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은 “야당 주장대로라면 여권 측 인사들(방통위 상임위원·방문진 이사)이 현 정권의 앞잡이라는 비판을 받는 방송사 사장 퇴진에 앞장섰다는 것”이라며 “이런 게 무슨 정권의 방송 장악이고 개입이냐”고 반박했다.

이계철 방통위원장도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김재철 사장을 해임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노웅래 민주통합당 의원은 “공영방송을 관리·감독해야 할 자리에 있는 방통위원장이 (외압 의혹에도) 남의 문제처럼 ‘나 몰라라’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고, 신경민 의원은 “방통위원장이 나서 관련자들을 모두 고소·고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장 문제에 대한 정치권 개입 논란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은 MBC만이 아니다. 지난 9일 KBS 이사회(이사장 이길영)는 길환영 현 KBS 부사장을 차기 사장으로 선임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길영 이사장이 두 차례에 걸쳐 11인의 이사 중 여당 측 이사 7인을 따로 불러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길환영 사장 만들기’ 작전 회의가 진행됐다고 야당 측 이사 4인이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야당 측 이사들은 “노골적으로 특정인(길환영 부사장)에게 투표하라는 이길영 이사장의 강요 과정이었다고 확신한다”고 주장한다. 이 이사장은 2006년 지방선거 당시 김관용 경북도지사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냈으며, 인수위원장까지 맡은 ‘이력’이 있다. 때문에 방통위가 이 이사장을 KBS 이사로 추천했을 때부터 KBS 안팎에선 대선을 앞두고 이 이사장이 여권에 유리한 방송 환경에 대한 책무를 부여받았을 것이라는 의혹이 나온 바 있다.

김재철 사장 유임과 길환영 부사장의 차기 KBS 사장 내정을 놓고 여권 개입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해 민주통합당 문방위원들은 “대선을 코앞에 두고 공영방송 역사상 가장 추악한 두 개의 사건이 동시에 일어났다”고 비판했다.

참여정부 당시 국무총리를 지낸 한명숙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방송 장악을 위해 김재철 사장 등과 ‘악어와 악어새’ 같은 공생관계를 유지해왔고, 이 관계가 박근혜 후보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강택 전국언론노조 위원장도 “박근혜 후보의 아우라는 ‘권력욕’, ‘반(反)민주’, ‘반언론’, ‘불통’, ‘신뢰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대선도 치르기 전 악취부터 풍긴다”고 비판했다.

일련의 의혹과 비판에도 정부·여당은 ‘모른 체’로 일관하고 있다. 이계철 방통위원장은 “KBS이사회와 방문진이 잘 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뭘 관여할 게 없다”며 “절차에 따라 (MBC 사장 유임과 KBS 사장 선출을) 이사회가 결정한 데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 방송·언론인들은 더 이상의 인내가 어려울 지경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미 지난 5일 재파업을 결의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의 정영하 본부장은 “사태가 해결되지 않아 다시 파업에 나서는 건, 즐겁게 나설 수 있는 길은 아니지만, 풀리지 않는 사태를 알리기 위해 최대한 방법을 찾아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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