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원 청와대까지 약속…대선 앞두고 물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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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퇴진 약속 합의 어떤 내용인가

김재철 사장 해임 불발의 이면에는 결국 여권의 검은 손이 있었다. 지난 8일 MBC의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이사장 김재우, 이하 방문진)의 김 사장 해임안 부결(찬성 3표, 반대 5표, 기권 1표) 이후 터져 나온 의혹이 전부 사실이라면 말이다.

의혹을 폭로한 양문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의 주장을 종합하면 이번 문제는 뜨거웠던 170일 간의 파업 사태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6월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정영하, 이하 MBC노조)가 파업을 벌이던  당시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들 간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의 비공개 합의문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강택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지난 8일 김 사장 해임안 부결 관련 기자회견에서 “(언론 장악 청문회 촉구를 위해 단식 농성을 벌이던) 지난 6월 중순 한 방통위원이 파업 해결 방안으로 ‘선(先) 파업 철회, 후(後) 김재철 사장 퇴진’을 제안했다”며 “이행 담보로 이계철 방통위원장을 제외한 방통위원 4명 전원 사퇴를 약속 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홍성규 방통위 부위원장도 하금열 대통령 실장과 여야 원내대표를 만나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김재철 퇴진을 위한 정치권 합의 내용 및 경과

물밑 합의문의 내용은 “공익, 공정, 윤리에 충실한 공영방송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김재철 사장 문제를 국민 눈높이에 맞춰 해결하는데 최선을 다한다”라는 게 주요 골자다. 이는 정치권이 지난 6월 29일 국회 등원 합의 당시 “여야는 새 방문진이 MBC 정상화를 위해 경영 판단과 법 상식, 순리에 따라 조정 처리한다”라는 입장을 발표한 배경이기도 하다.

MBC노조는 “김재철 사장 문제를 국민 눈높이에 맞춰 해결한다”는 합의 내용을 김 사장의 퇴진으로 받아들였고, 170일 간의 장기 파업을 접는 수순을 밟았다. 당시 언론계에서는 여야 합의 이외의 세부 합의가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들이 돌기도 했지만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새로 구성된 방문진 이사들은 예상과 달리 ‘거북이 행보’를 보였다. 출범 두 달이 된 지난 10월 1일 여당 측 김충일 이사가 김 사장과 MBC노조 집행부 동반 사퇴를 내세운 방문진 이사회 명의의 결의문 채택을 추진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김 사장의 해임안 통과는 여당 측 이사들에게도 부담이 되니 결의문을 가결시켜 김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자는 제안이었다.

당시 김충일 이사를 비롯한 여당 측 이사 2명과 야당 측 이사 3명은 △김재철 사장과 MBC노조 집행부 동반 사퇴 △노사 간 고소․고발 취하 △상호 비방 금지 △편성·편집의 중립성 확보와 경영·인사권을 위협하는 제도를 개혁할 것 등 4개 조항이 포함된 결의문을 노조에 제안했고, MBC노조는 이틀 뒤인 3일 해당 제안을 수용했다.

이로써 지난 10월 25일 방문진 이사회는 의결 정족수인 5명의 동의를 얻은 결의문을 채택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듯 보였으나, 갑작스레 김충일 이사가 태도를 바꾸면서 결의문 채택이 물 건너갔다. 결국 11월 8일 김재철 사장 해임안은 부결됐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외압이 작용했다는 증언들이 나오면서 여권의 압력설이 불거졌다.

해임안이 부결된 직후 양문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지난 10월 23일 하금열 대통령실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선대위 총괄본부장이 여당 추천의 김충일 이사에게 전화를 걸어 ‘김재철 사장을 지키라’는 입장을 전달하면서 무산됐다”고 폭로한 뒤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정영하 MBC노조 위원장은 “23일 저녁 (결의안 채택이) 힘들다는 의견을 들었다. 과반이 만들어졌는데 이게 엎어지려면 외부적 힘이 아니고선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용마 MBC노조 홍보국장도 “(김재철 사장 퇴진에) 정치권의 전반적인 합의를 비롯해 여야 방통위원과 청와대 측과도 교감이 있었는데 갑작스레 입장이 뒤집혔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충일 이사는 “(양문석 상임위원이) 자기 마음대로 해석한 거라 본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김 이사는 “전화를 받은 건 맞지만 정치적 외압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김 이사는 “전원 동의를 전제로 결의안을 추진했다”며 “이사들 의견을 들어보다가 결국 23일까지 전원이 찬성하지 못해 결의안이 취소됐다”고 말했다.

김재철 사장이 유임하도록 압력을 가한 당사자로 지목된 하금열 대통령 실장과 박근혜 캠프의 김무성 총괄본부장은 ‘개입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들은 김충일 이사와는 지인일 뿐 김 사장의 거취 문제를 언급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현재 당사자들은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MBC노조가 14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추가 정황을 공개할 계획이어서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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