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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사대주의

|contsmark0|과연 영국 bbc 방송의 힘은 위대했다. 지구 반대편에서 방송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한 편이 정작 사건 당사국에서는 분분하기만 했던 논란과 금기를 한 순간에 무너뜨렸으니 말이다.
|contsmark1|지난 1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은 한국전 당시 충북 노근리와 경북 포항, 경남 마산 등지에서 일어난 미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사건을 다룬 ‘모두 죽여버려(kill them all)’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송했다.
|contsmark2|물론 미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사건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이미 정부에 접수된 민간인 학살 관련 민원 사건만 60여 건에 이르고, 또한 관련 내용들이 국내 언론에 의해서도 간헐적으로 보도되어왔기 때문이다.
|contsmark3|하지만, bbc의 방송 소식이 알려지자 그 동안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해오던 언론들도 대대적으로 보도하기에 나섰고, bbc의 보도 내용은 이제 거의 기정사실화 되어 버렸다.
|contsmark4|우리가 그 동안 스스로 포기했던 특종들이 또 외신에 의해 빛을 본 것이다. 물론, bbc의 1년여에 걸친 취재로 가려졌던 역사의 진실이 빛을 본 것은 다행스러운 일임에 틀림없다.
|contsmark5|하지만, 우리는 그 동안 ‘국익에 이롭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금기시되어 왔던 사건들이 외국 언론에 공개되고 나서야 우리 언론이 마음대로 떠들 수 있는 현실에 부끄러움을 감출 수가 없다.
|contsmark6|이런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지 않은가? 지난 99년 ap통신의 노근리 사건 보도 때가 그러했고, 9.11 테러 사건 때 미국의 대응에 대한 비판적 시각의 보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심하게 말하면, 외신에 기대어 비판을 거드는 정도가 지금 한국 언론의 현실인 것이다. 물론 정론과 직필을 아끼지 않는 언론에 대해서까지 그 의의를 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contsmark7|하지만, 이런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대부분 언론의 엄연한 현실이 아닌가? 테러와의 전쟁을 통해 지상최강국의 면모를 자랑하는 패권국 미국에 대해, 우방 국가인 영국의 방송이 전쟁범죄에 해당하는 극히 부정적인 내용의 보도를 하려한다면 그것은 과연 영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일일까? 이런 상황이 한국에서 똑같이 발생한다면 과연 보도가 가능했을까?
|contsmark8|아직도 유족들은 정부를 상대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고, 민간인 학살 범국민위원회와 전민특위는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또한 밝혀지지 않은 다른 사건들이 아직도 역사의 평가를 받지 못하고 실체가 가려진 채로 남아 있다. 다시 외신의 힘을 빌어 우리의 일을 보도하는 부끄러운 상황이 반복되도록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 스스로의 깊은 반성과 행동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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