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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유임 이후 MBC노조의 딜레마

MBC노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김재철 MBC 사장의 유임이 확정됨에 따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정영하, 이하 MBC노조)는 ‘파업 재개’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MBC노조는 ‘파업재개’ ‘단식농성’ 등 강수를 들고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재우, 이하 방문진)를 압박했지만 결국 김재철 MBC 사장 해암안 처리는 물 건너갔다. 김 사장 유임에 여권의 압박이 있었다는 폭로가 연일 터져 나왔지만 예상만큼 파장은 크지 않았다. 당장 MBC노조가 현 상황을 타개할 만한 돌파구를 찾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MBC노조가파업재개를 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대선을 불과 한 달여 앞둔 시점이 주요하게 작용한다. 정치 풍향계를 가늠하기가 어렵고, 역풍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방문진을 압박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는 이미 써버렸고, 역전의 기회를 찾기 위해서는 정치지형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판단도 있다.

▲ 김재철 사장 유임 확정으로 MBC노조가 현 상황을 타개할 만한 돌파구를 찾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사진은 지난 7월 17일 파업 중단을 선언한 ‘MBC 정상화를 위한 복귀투쟁 선포식 장면. ⓒ전국언론노조

한 PD는 “지금은 재파업에 들어가면 ‘정치 파업’이라는 오해의 소지가 짙어질 수 있는 시기”라며 “노조 집행부도 이같이 판단해 여러모로 상황을 고려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또 불공정 보도로 얼룩진 뉴스를 뒤로하고 파업을 재개하는데 부담도 작용한다. 지난 7월 MBC 노조의 업무복귀 이후 사측의 보복성 인사로 상당수의 중견 기자들이 보도국에서 쫓겨나 보도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자조 섞인 기자들의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파업재개로 남아있는 기자들까지 편집국 문을 박차고 나오기에는 대선이라는 정치 이벤트가 너무 크다.

아울러 MBC노조가 재파업의 동력을 마련하는데 한계도 있다. 170일 장기 파업으로 인한 후유증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PD는 “구성원들 간에도 편차가 있다. 이미 박근혜 캠프 개입설까지 제기했으면 할 수 있는 건 다 한 셈인데 끄떡도 하지 않는 걸 보면 재파업을 한다고 해서 효과가 있겠느냐는 우려도 있고, 당장에라도 할 수 있는 걸(재파업)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라고 말했다. MBC노조가 파업 재개를 결의한 지난 5일 대의원대회에서도 직종별 견해차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MBC노조는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용마 MBC노조 홍보국장은 “박근혜 후보의 약속 파기가 드러난 상황에서 우리가 다시 움직이게 되면(재파업) MBC 문제가 정쟁거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그렇다고 해서 파업카드를 버린 건 아니다. 우선 대선 국면에서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하는 MBC의 보도에 대해서 민실위의 모니터 기능을 강화하는 등 신중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올해 대선이 마무리되고 내년 1월 집행부 교체 이후 김재철 사장 퇴진 투쟁의 새로운 구상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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