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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자고 한 풍자에 심의·소송, 개척 정신으로 밀고 갑니다

[인터뷰] tvN 〈SNL코리아〉 유성모 PD 박수선 기자l승인2012.11.21 15:4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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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방송을 시작한 tvN <SNL 코리아>(Saturday Night Live KOREA)는 방송 1년 만에 풍자·패러디 영역에서 독보적인 자리에 올랐다.

대통령부터 집권당의 대선 후보를 비롯한 정치인, ‘마녀사냥’ 식 보도를 일삼는 언론 등이 풍자의 대상이 됐다. 성역없는 풍자와 패러디에 대중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러나 시련도 닥쳤다. 아슬아슬한 풍자 코미디의 숙명처럼 심의와 소송이 뒤따랐다. ‘프론티어 정신’으로 <SNL 코리아>를 제작하고 있다는 유성모 PD를 지난 19일 서울 상암동 CJ E&M센터에서 만났다.

   
▲ tvN 유성모 PD.
■“박근혜 풍자, 톱스타니까”
= <SNL 코리아>는 당초 ‘19금’ 코드로 존재감을 알렸지만 이게 다가 아니었다. <SNL 코리아>가 자리매김한 데는 정치 풍자와 패러디가 큰 역할을 했다. 대선 후보들을 등장인물로 내세운 ‘여의도 텔레토비 리턴즈’, ‘거침없이 뉴스킥’ ‘위크엔드 업데이트’ 등이 대표적인 코너다.

“처음부터 풍자 코미디를 의도한 것은 아니었어요. 한국사회의 세태를 반영하면서 동시대에 살고 있는 대중들의 공감을 얻는 소재를 찾는 과정에서 나온 겁니다. 또 대한민국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인 대선을 앞둔 시기이기도 하고요.”

<SNL 코리아>가 야한 코미디를 표방한 이후 ‘19금 코드’는 가요계와 예능 프로그램으로 확산됐지만 대선을 앞두고 정치 풍자 코미디는 자취를 감췄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모난 돌’을 자처한 셈이다.

“부담이 없을 수는 없죠. 주변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아 (풍자의) 적정 수위를 찾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선례가 많지 않아 대중들이 수용할 수 있는 선이 어느 정도까지 인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예요.”

적정한 풍자의 수위는 최근 선거방송심의위원회 결과에서 가늠할 수 있었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새누리당 홍지만 의원이 “박근혜 후보로 출연하는 연기자가 욕을 가장 많이 한다”는 문제를 제기한 뒤 심의에 들어갔지만, 결과는 ’문제없음’으로 나왔다. 특정 후보자를 부정적으로 묘사했을 지라도 후보자의 품위를 손상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본 것이다.

유 PD는 <SNL 코리아>에 “정치적 색깔은 없다”고 단언했다. 대신 원칙과 기준은 있다. “먼저 대중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소재를 택합니다. 그리고 풍자와 패러디의 대상이 된 이들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삼죠.”

그는 일례로 대표적인 진보 논객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를 패러디한 ‘진중건의 토론배틀’을 들었다. 진 교수는 ‘진중건의 토론배틀’ 방송 이후 자신의 트위터에 “저 역은 원빈이 해야 하는데 섭외가 안 됐나 봐요”라는 재치있는 감상평을 남겼다.

‘여의도 텔레토비 리턴즈’를 비롯해 거의 매주 단골로 출연하는 박근혜 후보에게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박근혜 후보는 톱스타 같은 분이예요. 화제를 몰고 다니고, 대중들에게 익숙하며 캐릭터도 매력적이잖아요.”

박근혜 후보를 소재로 한 패러디의 심의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SBS와의 소송은 현재진행형이다. SBS는 자사의 프로그램 <짝>을 패러디한 <SNL 코리아>의 코너 ‘쨕-제소자 특집’이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지난 9월 1억 5000만원의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연이은 ‘악재’에 움츠려들 만도 한데 유 PD는 개의치 않다는 표정이다. “크게 위축된 적은 없어요. 아직 SBS 소송 건은 결과가 안나왔고요. 이 정도까지는 한국사회에서 ‘그르지 않다’고 생각하면 계속 하는 것이죠. 자부심까지는 아니지만 ‘심의·풍자 한계’에 있어서 프론티어 기능을 하고 있다는 확신은 있습니다.”

뜻하지 않은 송사에도 <SNL 코리아>는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오히려 초기에 성글었던 풍자 코미디는 한층 단단하고 세련돼 졌다. ‘여의도 텔레토비 리턴즈’의 선거방송심의 결과에 “문제아 아니예요”라고 응수하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간의 단일화 갈등을 ‘사랑과 전쟁’에 비유하는 식이다.

“연속극처럼 제작하고 있어요. ‘여의도 텔레토비’의 경우 이전에는 여의도 소식을 단순히 전달하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멋도 부릴 수 있게 된 거죠.”

■ “피를 말리는 생방송 제작 현장” = SNL은 시즌1, 2를 거쳐 지난 9월부터 정규편성됐다. 한달에 세번 1시간짜리 코미디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녹록지는 않다. 섭외와 아이디어 회의, 야외 촬영, 본방송까지 마치기에 일주일은 빠듯한 시간이다. 유 PD의 말을 빌리면 연속 3번째 생방송은 ‘초치기’를 방불케 한다.

“‘여의도 텔레토비’를 제외하고는 그날 호스트에 맞게 새코너를 구상해야 해요. 피를 말리는 과정이죠.” 매주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기 위해 유 PD를 포함한 PD 4명과 작가 8명의 일상은 긴장의 연속이다.

호스트 섭외도 만만치 않다. 일반적인 토크쇼에 비해 호스트가 느끼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콘섭트상 <SNL 코리아>에선 호스트가 망가지는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

“토크쇼는 반나절 이야기하다 가면 되지만 <SNL코리아>에 출연하게 되면 훨씬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합니다. 호스트들이 마음의 준비를 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프로그램이죠. 좀 더 많은 배우와 가수들이 지금까지 숨겨왔던 재능과 끼를 자랑할 수 있는 시간으로 바라봐줬으면 좋겠어요.”

이 때문에 미국 <SNL>을 보면서 가장 부러운 점 가운데 하나가 ‘호스트’다. “풍자의 수위도 부럽지만 일반적으로 호스트들이 프로그램에 대한 리스펙트가 굉장히 강해요. 항상 출연하는 호스트들이 첫 인사는 ‘<SNL>호스트로 출연하게 돼서 영광이다’이거든요.”

섭외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SNL 코리아>가 비교적 빨리 연착륙하게 된 데는 고정 크루들의 힘이 컸다. 호스트로 출연했다가 이번 정규방송부터 고정 크루로 합류한 신동엽 씨 뿐만 아니라 발군의 패러디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개그맨 정성호 씨, 연극 배우 출신인 김슬기 씨 등이 <SNL 코리아>를 뒷받침 하고 있다. 유 PD는 고정 연기자들 역할을 “범인만 바뀌는 수사반장과 같다”고 했다. 그래서 내년엔 더욱 고정 연기자들에게 무게 중심을 두겠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등장부터 화제를 몰고 다닌 <SNL>이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 지 궁금해진다. “올해는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프로그램을 다듬어가는 단계입니다. 안정적으로 쇼를 꾸려가기 위해 고정 연기자들이 좀더 부각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겠죠. 물론 코미디를 위한 코미디가 아니라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엣지’있게 표현하는 시도도 계속될 겁니다.”


박수선 기자  susun@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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