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불공정 보도, 취재 기자들 불감증 한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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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주최 대선보도 긴급토론회에서 불공정 문제 지적

대통령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대선 보도에서 나타나고 있는 불공정 보도와 기계적 균형으로 포장된 관행적 태도에 언론계 안팎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22일 ‘언론의 실종-대선보도 어디로 갈 것인가’는 대선보도 점검 긴급토론회를 열게 된 배경이다.

장지호 전국언론노조 정책실장은 대선 최대 이슈인 ‘문재인- 안철수 후보 단일화 보도’와 특정 후보에게 불리한 소식에서 편파·왜곡보도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실장은 “지난 7일 MBC <뉴스데스크>는 ‘문-안 후보 단일화를 보도하면서 스트레이트로 전달도 하기 전에 당사자 반응부터 내보내는 비상식적인 기사 구성을 했다”며 “단일화 관련 스트레이트를 애써 외면하고, 여야 후보의 동정기사에 억지로 끼워 넣으려다 보니 빚어진 결과”라고 비판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이날 MBC <뉴스데스크>는 톱뉴스로 “밀실 야합…여성대통령 쇄신”리포트를 통해 단일화에 대한 박근혜 후보의 반응을 먼저 내보낸 뒤 전날 단일화에 합의한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소식을 실었다.

장 실장은 “MBC, YTN 네거티브 보도는 통상 선거 막바지에 쏟아지는 게 효과적인데 대선 운동기간 시작 전부터 특정후보에 생명줄을 댄 언론과 정치권의 공생관계가 나타나고 있다”며 “야권 단일화 등 수세적 상황들이 이런 조급함을 불러온 것이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KBS 보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9일 KBS <뉴스9>는 단일화 소식을 두 꼭지로 내보냈다. 톱뉴스 ‘TV토론 후 여론조사’에서 보도 내용은 “파행 닷새 만에 재개된 단일화 방식 실무 협의에서 양측 실무팀은 비공개 협의에서 먼저, 모렛밤 TV토론을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으로 두문장으로 끝났다.

장 실장은 “이후부터는 ‘줄다리기’, ‘장외신경전’ ‘입장차’ 등의 단어가 사용되며 양측이 사사건건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며 “이어지는 꼭지에서 새누리당 당직자가 이를 ‘권력 나눠먹기’라고 비난하고 박근혜 후보는 차분하게 자신의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박근혜 후보의 입장에서 가장 유리한 배열”이라고 분석했다.

토론자로 나선 각 언론사 노조 관계자들은 대선보도에서 고질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들의 원인 진단을 짚고 개선 방안을 모색했다.

이재훈 언론노조 MBC본부 민실위 간사는 “회사의 비정상적인 상황을 이야기하면 끝도 없다”며 “현재 MBC 자회사 C&I에 있는 이상호 기자의 파견이 연장이 된 것과 지역 MBC 계약직 기자가 정치부로 올라온 것을 보면 왜 MBC에서 터무니없는 뉴스가 나가는지 단면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상호 기자는 12월 31일까지 파견이 연장됐고, 선거보도에서 가장 핵심 역할을 했던 최일구 앵커, 왕종명 기자, 김수진 기자 등도 외곽으로 배치된 것을 보면 대선보도에는 참여할 생각을 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최문호 언론노조 KBS본부 공추위 간사는 “대선 보도의 양이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수용자들에게 전달되는 불공정 보도의 영향력은 더욱 크다”며 “네거티브 선거 보도의 의도는 정치 무관심과 혐오를 부추겨 안철수 투표율을 낮추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불공정 보도의 배경으로 경영진과 데스크의 압력 이외에 일선 기자들의 소극적인 자세를 지적하면서 취재기자들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호원 언론노조 SBS본부 공방위원장은 “일선 기자들이 공정보도에 대해 체험하고 체득하는 게 중요하다”며 “현재의 모습은 부당한 지시에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할 수 있는 기자도 많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내 모니터링 등을 통해 기자들에게 ‘이런 지적은 부끄러워할 만한 수준이라는 것을 전해줘야 한다”라고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강훈상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 사무국장은 “<연합뉴스>는 그동안 'MB 하수인‘ 역할을 많이 했지만 현재 분위기는 위에서 기사를 지시하거나 압박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면서 “그런데도 박근혜 캠프에 집중되는 불공정 보도사례를 보면 결국 사람의 문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합뉴스>의 캠프별 인력 배치의 불균형을 지적하면서 “대선 후보 캠프를 출입하는 인력이 캠프별로 숫자와 경력면에서 차이가 크다”며 “야권은 일정 소화만도 급급한데 박 캠프 쪽은 ‘손이 많아’ 의미가 과잉 포장하는 사례가 꽤 많았다”고 말했다.

그가 일례로 제시한 보도는 지난 13일 충청지역을 방문한 박근혜 후보를 밀착취재한 <연합뉴스> 보도다. 기사 내용은 이날 박 후보의 이날 일정을 스케치하면서 “박 후보는 이어 빗속에서 우산을 든 채 공주시 유구시장도 30분가량 방문, 상인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고 손이 아프다면서도 일일이 악수했으며, 오젓과 총각무를 사서 봉지를 들고 다니고 찹쌀 도넛을 사먹었다”고 세세하고 묘사하고 있다.

임장혁 전국언론노조 YTN지부 공추위원장도 “각 캠프에서 나온 자료에 대해 근거나 진위 여부를 따지는 것 자체가 정치적 편향성을 띈다고 잘못 생각하는 있는 기자들이 상당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워딩을 받아 나열 하는 것이 중립이라고 잘못 생각하면 이런 보도를 하게 된다”며 “중립의 탈을 쓴 이런 습성은 ‘정치적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은 빼고 워딩만 살려둬라’ 는 말로 대물림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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