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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너도나도 건강 버라이어티쇼 편성…흥밋거리 전락 우려

의학 정보 홍수시대다. 의학(Medical)과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를 접목한 프로그램들이 넘쳐나고 있다. 프로그램에는 연예인 대신 ‘메디테이너’(Medical+Entertainer)들이 출연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처럼 시청자들은 의학 정보 프로그램을 통해 손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됐지만 일각에서는 프로그램의 편중된 정보로 시청자에게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을 뿐 아니라 병원 홍보 수단으로 전락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들어 불고 있는 ‘의학 정보 프로그램’ 열풍은 특히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최고시청률 2%를 기록한 JTBC <닥터의 승부>를 비롯해 한방과 양방의 맞짱 토크쇼를 내건 채널A <한양스캔들>, TV조선 <홍혜걸의 닥터콘서트>, 미스터리와 대체의학을 접목한 MBN <천기누설> 등이 대거 방영 중이다. MBC에브리원도 지난 14일부터 의학버라이어티쇼를 표방하는 <베스트 닥터쇼>를 선보이고 있다.

▲ 채널A <한양스캔들> ⓒ채널A

이처럼 종편과 케이블채널에서 비슷한 포맷의 의학 정보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것은 시청자의 눈길을 끌만 한 ‘의사’라는 전문성과 ‘의학’이라는 정보성을 접목해 ‘틈새 전략’을 극대화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원 문화평론가는 “사람들의 주위를 끌 수 있는 직업이 ‘의사’이기도 하고, 내 몸의 문제를 다루는 내용이다 보니 ‘붐’이 생긴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평론가는 “종편이 네임 밸류를 지닌 이들을 출연자로 영입해 콘텐츠화한 시도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열풍을 타고 있는 의학 정보 프로그램들은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가정의학과 예방의학 분야를 위주로 다룬다. 또 관심과 논란의 중심에 선 성형 수술도 주된 분야 중 하나다. 기존 지상파에서는 1~2명의 전문의가 출연해 의학 정보를 조언하는데 그쳤다면 종편의 의학 정보 프로그램에는 각 과 전문의로 구성된 4~5명의 패널부터 열 명이 훌쩍 넘는 대규모 닥터군단까지 여러 명의 의사가 출연한다. 이들 프로그램은 대개 잘못된 건강 상식을 바로잡거나 민간요법 등을 놓고 논쟁을 벌이는 등 ‘건강 버라이어티쇼’를 내세우고 있다.

의료진이 대거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흐름에 대해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의학 정보 프로그램 등) 언론에서 다뤄지는 분야는 의료 영역 가운데 단순 통증이나 심리적인 부문 등 일부분만 다뤄지고 있다. (의료진이) 언론윤리를 지키면서 의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 TV조선 <홍혜걸의 닥터콘서트> ⓒTV조선

그러나 일각에서는 의학 정보 프로그램이 병원 홍보 수단으로 악용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비단 의료진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해당 홈페이지를 통해서 병원 정보를 알릴 수 있는 만큼 지나친 ‘홍보용’으로 쓰일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유선주 대중문화평론가는 “(의료진들이) 매체를 가리지 않고 홍보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지적은 늘 있었다”라며 역효과에 우려를 나타냈다. 김원 문화평론가도 “의료진이 지상파든 뉴스든 종편이든 매체에 출연하면 드라마의 간접광고(PPL)처럼 병원 PPL처럼 효과를 누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의학 정보 프로그램들이 ‘의학 정보 전달’ 차원을 넘어서 예능과 버무려지면서 지나치게 흥미 위주로 흐르는 경향이 짙다는 의견도 있다. 이렇다보니 ‘성형’처럼 수술이 동반되는 경우, 성형의 효과보다 수술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리는 게 필요하다.

유선주 평론가는 “(의학과 접목된) 버라이어티나 토크쇼에서 수술의 위험한 부분들을 언급하는 걸 놓치기 쉽다. 그러나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는 수술의 위험성을 알리는 것도 속한다”라고 밝힌 뒤 “시청자들이 몸에 뭐가 좋은지 정보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못된 편견을 고치거나 위험성을 인지할 수 있도록 (제작진이)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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