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연출노트(35) 어린이 드라마 이상범 EBS 제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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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연출스타일에 힘이 있다

|contsmark0|‘교육’에 ‘재미’를 가미하는 것은 너무 어렵다. 요즘 이상범 pd는 오히려 ‘재미’에 교육적 요소를 더하는게 더 쉽지 않을까하는 고민을 한다고 한다. ‘교육’이라는 한정된 테두리에 재미와 창조성을 동시에 만족시키기에는 한계가 뒤따른다는 의미다.
|contsmark1|하지만 이 pd는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서만은 상한선을 긋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어린이 드라마라는 특수한 영역을 연출하는 그는 어른의 시각에서 아이들을 재단하고 예단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며 대뜸 “아이들은 이기적”이라고 말한다. 어른들의 눈에는 아이들의 행동이 천진난만하고 순진하게 보이지만 그것은 어른의 시각이고 기존의 어린이 드라마는 이런 선입관에서 그려졌다는 것이다.
|contsmark2|“아이들은 어른에 비해 경험이 없고 복잡한 사고를 할 능력이 부족한 것 뿐이지 그들 나름대로의 생존방식과 적응력이 있으며 욕심도 있다. 아이들이 공감하는 드라마를 만들려면 이러한 아이들의 심리를 꿰뚫어 봐야한다.”
|contsmark3|80년대 중후반 mbc <호랑이 선생님>에 이어 딱히 눈길을 끌만한 어린이 드라마가 없었던 90년대 중반, 시청률 10%를 육박한 어린이 드라마 <언제나 푸른마음>과 <감성세대>는 ebs 뿐만 아니라 공중파 방송 중에서 어린이 드라마로서는 유일한 프로그램이었다.
|contsmark4|시청률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갈수록 밀려나는 어린이 드라마가 사양되고, 더군다나 전파를 탄다고 하더라도 아이들의 눈길을 끌지 못하는 것은 ‘소재’ 때문이라고 이 pd는 지적한다.
|contsmark5|어린이 드라마의 탈출구는 바로 아이들의 현실을 기반한 소재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 요즘 아이들은 랩을 듣고도 눈물을 흘린다며 그 감성을 이해하고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노력이 더없이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contsmark6|특히 삶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내용과 아이들 세계에서의 갈등과 고뇌(?)를 그리는 것은 앞으로 이 pd가 짊어지고 가야할 몫이라고 말한다.
|contsmark7|그러나 어떠한 소재라도 자칫 자극적으로 흐르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인다. 가령 성폭력 문제를 다룰 때 폭행하는 장면을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오히려 역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터치를 깨끗하게 가져가며 아이들의 심리 상태와 감정 기복을 표정과 대사에서 표현해주는데 연출자는 힘을 쏟아야 한다고 이 pd는 강조한다.
|contsmark8|이상범 pd의 드라마 연출법의 키포인트는 바로 캐릭터에 있다. 특히 어린이 드라마에서는 캐릭터가 확실해야 한다는 것. “만화가 재미있는 이유는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 때문이다.
|contsmark9|요즘 방송되는 청소년 드라마나 어린이 드라마는 캐릭터와 연기자들의 개성을 살리기보다 예쁘게 다듬고 미남미녀 탤런트만 난무하고 있다. ‘짱구’같이 말썽꾸러기 연기자에게는 ‘짱구’같은 역할을 줘야 재미도 있고 어린이 드라마의 맛이 산다.”
|contsmark10|이를 위해 이 pd는 아역 연기자가 가지는 개성과 장기를 그대로 살리는 방향으로 배역을 선정한다. 이런 탓에 그의 캐스팅은 오디션부터가 다르다. 그는 오디션 참가자들을 모아두고 한 두 시간 마음껏 뛰어 놀게하고 이를 유심히 지켜본다고 한다. “그러면 백발백중 아이들의 습관과 성격이 그대로 파악된다. 그리고 나서 그 성격 그대로를 살려 캐스팅을 하고 배역을 정한다.”
|contsmark11|그렇다고 연기력을 뒷전으로 밀어두는 것은 결코 아니다. 무엇보다 기성연기자들 보다 연기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그는 일상생활에서 쓰는 비어와 속어도 함께 쓰면서 연습을 시킨다.
|contsmark12|그러고 나면 아이들은 자신감도 붙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몸에 배이게 할 수 있다는 것. 게다가 이 pd는 촬영현장에서 울고 웃는 연기를 연기자들과 함께 하면서 엑스트라도 자청하는 괴짜 pd(?)이기도 하다.
|contsmark13|이상범 pd는 언제부턴가 콘티를 짜지 않는다고 한다. 대략의 레이아웃은 머리에 그리고 있되 연기자의 동선 하나 하나를 체크하고 지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콘티에 지배를 받아 오히려 창조성이 떨어진다는게 그가 깨달은 연출노하우다.
|contsmark14|제작 과정에서의 느슨함, 헐렁함에서 작가, 연기자들과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그들의 창조적인 생각들을 수용할 수 있게 되고 돌발상황에서 적절한 애드립이 발휘되는데서 그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
|contsmark15|요즘 이 pd는 ‘프리’한데서 ‘힘’을 느낀다고 한다. 연출 마인드에 대한 지나친 고집을 버리고 나면 프리한 연출스타일에서 힘이 솟는다는 의미다.
|contsmark16|어린이 연기자든 누구든 상하를 넘어 주변의 의견을 받아들일 여지를 남겨둘 때 프로그램의 완성도는 더 높아진다고 생각하는 이상범 pd. 그는 마지막으로 그림에 대한 욕심을 버리면 여유가 생긴다는 것을 후배들이 꼭 알아 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contsmark17|이선민 기자
|contsmark18|경력84년 ebs 입사1998년 다큐팀장2000년 제작2국장2001년 청소년팀 국장대우 제작위원
|contsmark19|대표작품<언제나 푸른마음> <감성세대> <도깨비를 찾아서> <딩동댕 유치원> <나의 뜻 나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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