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빠진 박근혜 방송 정책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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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독립성 보장 방안 없어…해직 언론인 해법도 ‘전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대선을 9일 앞두고 공개한 정책 공약집에도 정권의 방송 장악 논란 등 작금의 방송·언론 현실과 관련한 구체적인 진단과 해법은 담겨있지 않았다. 박 후보 측은 당선 이후 공론의 장을 통해 논의를 구체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방향성도 없는 공약은 실천 의지에 대한 의문은 물론, 또 다른 문제를 낳을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박근혜, 원론적 입장 표명에 그친 방송 정책…MBC 민영화 등 추가 논란 가능성

박 후보가 10일 공개한 정책 공약집에서 밝힌 방송 관련 공약은 간단하게 말해 공공성을 강화하고 방송을 미디어 산업의 핵심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공공성과 산업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미디어 산업 관점에서의 방송 육성 계획은 차치하더라도, 방송 공공성 강화는 정책 공약집에 담긴 내용만 봐선 진단과 실천 방안 모두 실체가 없다.

박 후보는 현재 방송, 특히 공영방송의 공공성 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약집은 “방송은 공공성을 지닌 미디어이나, 공영방송의 지배구조에 정치권의 영향력 행사로 독립성, 중립성 침해 논란 발생”이라고 적고 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을, 실천 방안으로 “방송법 개정”을 언급했을 뿐이다.

작금의 방송의 독립성 등의 문제를 정치권의 영향력 행사가 가능한 지배구조 탓으로만 돌린 것도 논란거리지만, 그마저도 해결을 위한 세부안을 제시하지 않아 과연 실천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을 낳고 있다.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유세를 진행하고 있다. ⓒ박근혜 후보 캠프
사실, 박 후보의 방송 관련 정책 공약이 원론적인 입장 표명에 그치는 방향으로 제시될 것이라는 건 이미 짐작 가능한 부분이었다. 정책 공약집 발표 닷새 전인 지난 5일 국회 ICT 포럼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박 후보 측 윤창번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본부 방송통신추진단장은 “방송 공공성의 구현을 위해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구체적 방안을 내놓는 대신 “(대선 이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할 사회적 공론장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히고 당선 이후 구체적인 방향을 정하겠다는 건 일견 신중한 태도일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의 방향성도 드러나지 않은 공약으로 유권자들의 판단을 돕겠다는 건 ‘불친절’일 뿐 아니라, 대선 이후 또 다른 문제를 낳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례로 작금의 방송·언론의 문제는 공영방송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올해 초 MBC와 KBS 등 공영방송 언론인들이 공정방송 회복과 낙하산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을 당시 <연합뉴스>와 <국민일보> 등도 사장과 편집권 독립 등의 문제로 파업을 진행했다. <부산일보>는 박 후보와도 관련이 있는 정수장학회의 편집권 침해와 경영간섭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수장학회는 <부산일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박 후보는 작금의 언론의 문제를 공영방송, 그것도 지배구조의 문제에만 한정하고 있다. 때문에 박 후보의 공약대로라면 대선 이후 그가 당선된다 하더라도 모든 논의의 초점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문제에 한정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공영방송의 범주에 대한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 실제로 MBC의 정체성은 분명 공영방송이나, 재원구조가 민영방송인 SBS와 다름없다는 이유로 현재의 여당은 MBC로 하여금 정명(正名)을 분명히 할 것을 끊임없이 요구해 왔으며, 최근 MBC 내부에선 민영화 검토에 나서기도 했다.

당장 박 후보  캠프 내부에서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논의에 앞서 MBC를 공영과 민영, 어느 범주에 넣을 것인가에 대한 ‘정리’가 먼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 신문·방송 융합을 위한 방송법 개정과 방송광고 관련 법안 제·개정 논의 등을 위해 KBS의 국영방송화와 MBC 민영화 논의의 매듭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던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밖에 박 후보는 미디어 산업 육성 방안으로 △유료방송 법체계 일원화 △스마트 미디어 활성화 지원 △미디어 융합 촉진을 위한 진입 및 영업규제 완화 △유료방송 규제 완화 등 법·제도 개정 등을 공약했다.

문재인 “MB정권 징계 언론인 명예회복 및 언론탄압 진상 밝힐 것”

반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같은 날 발표한 정책 공약집에서 현 정권 아래에서 훼손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중립성 회복을 위해 △공영방송 이사·사장 자격요건 및 결격사유 강화 △여야동수 이사 추천 △사장추천위원회 제도 도입 등을 약속했다.

또 문 후보는 독립성과 중립성이 훼손된 작금의 언론 현실의 문제를 지배구조에서만 찾지 않고 내부의 제작 자율성에 대한 부분도 들여다봤다. 방송법 개정을 통해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실현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보도·제작·편성의 자율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겠다고 공약한 것이다. 이와 함께 현 정권의 방송 장악에 대항하다 해직된 언론인들의 명예회복과 함께 언론탄압의 진상 또한 밝히겠다고 문 후보는 약속했다.

그밖에도 지상파 방송과 보도전문·종합편성채널 소유 지분 한도를 개정해 자본의 방송 사유화를 방지하고, 정치적 목적으로 행정심의와 함께 공정성 심의를 둘러싼 논의의 해소를 위해 시청자 참여 심의제도 등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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