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의 영화 읽기 ‘북경 자전거(十七歲的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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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을 말한다

|contsmark0|최근 다녀온 북경! 그 곳에는 공존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톈안먼(天安門)광장을 중심으로 한 고층 빌딩과 창안대로(長安大路), 왕푸징(王府井)의 둥팡광창(東方廣場)그리고 까페의 거리 싼리툰(三里屯)은 개방의 산물이었고, 자금성(紫禁城)이나 중국의 전통가옥과 북경의 골목길이 보존되어 있는 류인지에(柳陰街) 그리고 자전거의 물결은 과거의 산물이었다.
|contsmark1|제51회 베를린 영화제와 제2회 전주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았던 ‘북경 자전거’. 이 영화는 한 시골 출신 소년 구웨이(츄이 린)가 구직을 위해 인터뷰를 하는 장면으로 프롤로그를 시작한다.
|contsmark2|중국인의 과거이자 순수함의 대변자인 그는 목숨보다 더 귀한 자전거를 타고 북경 시내 한복판을 누비는 퀵서비스맨으로 일하게 된다. 여기서 자전거는 이 영화의 중요한 이야기 운반체로 등장하는데 구웨이에게 있어서는 그것은 그의 생존의 도구이자 희망이며 나아가 그가 목표하는 세상 전부이다. 카메라는 처음부터 시종일관 그의 행보를 쫓아-아니 어쩌면 자전거를 쫓아- 자전거를 소유하게 되는 궤적을 보여준다.
|contsmark3|지루할 정도로 느껴질 찰나에 비로소 자전거를 도난 당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또 다른 소년 지안(리 빈)으로 옮겨진다. 그는 계모와 이복 여동생에게 아버지의 관심을 빼앗긴 채 살아가는 가난한 도시 학생이다. 훔친 돈으로 장만한 자전거는 지안에게는 또 다른 의미로 작용한다. 구웨이에게서와는 달리 자전거는 친구들과의 동질감 형성이나 능력 과시의 대상이 된다.
|contsmark4|나아가 여자 친구 지아오(가오 유안유안)와의 관계를 유지시켜 주는 자신감의 수단으로 전락하게 된다. 카메라는 한참 동안을 지안의 행보를 쫓는다.
|contsmark5|집요하게 잃어버린 자전거를 찾아 헤매던 구웨이가 자신의 자전거가 지안의 손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두 사람의 끊임없는 자전거 쟁탈전은 시작된다. 이쯤에서야 이 영화의 본격적인 갈등이 전개된다. ‘북경 자전거’의 전체적인 구성은 어떤 면에서 지나치게 단순하다.
|contsmark6|빠른 이야기 전개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로서는 왕 샤오슈아이 감독의 그 단순함과 템포의 ‘만만디’(慢慢地)를 차마 견디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관대하게 한 발짝만 물러서서 볼 수 있다면 그것은 단순함과 느림의 객기가 아니라, 꽤 괜찮은 한 중국 영화 감독이 보여주는 변증법적인 구성과 여유의 미학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contsmark7|이 영화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와 매력은 그 시작과 끝에 있는 것 같다. 슬로우 모션으로 처리한 화면 처리 기법이 이채롭기도 하지만 우리는 좀더 영화 읽기에 눈을 돌려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실질적인 이 영화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프롤로그 다음 시퀀스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클로즈업된 자전거의 물결로 지루할 정도로 길게 이어진다.
|contsmark8|반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자신의 전부이자 희망과 생존의 상징인 자전거를 되찾은 주인공 구웨이가 자동차의 물결 사이로 당당하게 걸어가는 모습에서 거리를 롱-풀 쇼트(long-full shot)로 비추면서 그 끝을 맺는다.
|contsmark9|나는 위의 두 시퀀스를 보면서 변화의 물결 위에 실려 가는 오늘 날 중국의 상반된 모습이 중요한 메타포로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왕 샤오슈아이(wang xiaoshuai)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contsmark10|이 영화의 마지막 쇼트를 유심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거기에는 자동차의 홍수로 뒤덮인 거리가 전부인양 보인다. 그러나 그 옆에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자전거의 물결이 나란히 같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자동차와 자전거의 공존으로 그 끝을 맺고 있다.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던진 화두는 중국의 지난 과거와 변화하는 오늘의 공존이 아니었을까? 마치 구웨이와 지안이 서로 자전거를 공유할 수 있었던 것처럼….
|contsmark11|이교욱 kbs드라마제작국 |contsmark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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