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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방송 장르별 결산] ② 드라마

올해 방송가의 한 해는 다사다난했다. 공정방송 쟁취를 내건 KBS·MBC의 파업으로 인해 프로그램 제작에 차질이 빚어졌고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방송사들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으는 프로그램을 선보이고자 공을 들였다. 이번 호에서는 드라마·시사교양 부문을 총 결산하고 오는 19일에는 예능·라디오 부문에서의 큰 흐름을 되짚어본다. <편집자주>

2012 드라마 지형도는 어땠을까. 작년부터 방송가에서 흐름을 탄 ‘사극 열풍’은 올 초 <해를 품은 달>(MBC)로 이어져 대박을 터뜨렸다. ‘대박’의 바통은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 이어졌다. 이후 시청률 20%를 웃돈 <신사의 품격>(SBS), <내 딸 서영이>(KBS)를 제외하고선 ‘대박 드라마’는 쉽사리 나오지 않고 있다.

대신 다양한 소재의 ‘중박’ 드라마들이 자리했다. 배우 손현주·김상중의 선 굵은 연기가 돋보인 <추적자>(SBS), 수사물 <유령>(SBS), 정통멜로 <적도의 남자>,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KBS), 로맨틱코미디 <아이두 아이두>(MBC) 등이 인기를 끌었다.

젊은 ‘2040’ 여성층을 주요 타깃으로 삼은 CJ E&M의 드라마 전략은 시즌제 정착에 기폭제 역할을 했고, 출범 1년을 갓 넘겼으나 여전히 시청률 부진을 겪고 있는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가운데 그나마 JTBC <아내의 자격>,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가 눈길을 끌었다.

#1. ‘세대별 드라마’ 소재 다양화

올해 지상파 드라마들은 세대별 타깃에 따른 ‘대박’과 ‘중박’드라마로 양분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작년 막대한 제작비와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대작 <포세이돈>, <아테나 전쟁의 여신> 등을 선보였으나 줄줄이 시청률 고배를 마신 방송사들은 모처럼 홈런을 날려 체면을 세울 수 있었다.

그 첫 테이프를 끊은 드라마는 왕과 무녀의 사랑을 그린 픽션사극 <해를 품은 달>(MBC)로 평균시청률 32.9%에 달했다. <해를 품은 달>은 30~50대 여성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자체 최고시청률(42.2%) 기록한 최종회의 성·연령별 시청률(TNmS)을 살펴보면 여자 30대가 27.4%로 가장 높았고 여자 40대 27.0%, 여자 50대 25.6%, 여자 10대 22.1% 순으로 10~20대 시청자뿐 아니라 40~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사로잡았다.

▲ SBS <신사의 품격>, KBS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MBC <해를 품은 달>, SBS <추적자>(시계방향).

또 ‘시월드’(시댁) 신드롬을 낳은 <넝쿨째 굴러온 당신>(KBS)도 평균시청률 35.9%(자체 최고시청률 45.3%)를 기록하며 대중성과 작품성에서 골고루 인정을 받았다. 올 상반기 성·연령별 시청률(1월1일~6월24일, TNmS)에 따르면 여자 50대, 여자 60세 이상에서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대박 드라마’들은 탄탄한 고정 시청층인 중장년층을 끌어안으며 좀처럼 깨기 어려운 시청률 30%의 고지를 넘어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갈 수 있었다.

아울러 젊은 2030세대를 겨냥한 ‘중박 드라마’는 마니아층 드라마로 거듭났다. 치열한 중증외상학과의 세계를 그린 <골든타임>(MBC), 인터넷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다룬 <유령>(SBS)은 평균시청률 10%대에 머물렀지만 젊은층 사이에서 화제를 낳았다. 이를 보여주듯 <유령>은 매회 본방송뿐 아니라 재방송까지 광고판매 100%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이 밖에도 20~30대 여성에게 인기가 높은 정통 멜로극 <착한 남자>(KBS)는 지난 10월 프로그램 몰입도 지수(PEI,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조사 결과 1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젊은층의 구미에 맞게끔 장르와 소재를 다양하게 변주한 드라마들이 미치는 효과는 컸다.

#2. 유명 PD·작가·배우 ‘흥행보증수표’ 옛말

올해는 오랜만에 시청자 곁을 찾은 유명 PD?작가·배우들이 많았다. 이병훈(MBC<마의>), 윤석호(KBS<사랑비>), 이재규(MBC<더킹 투하츠>), 안판석(JTBC<아내의 자격>)PD들을 비롯해 12년 만에 안방극장을 찾은 배우 장동건(SBS<신사의 품격>)등 반가운 얼굴들이 많았지만, 이들의 희비는 엇갈렸다.

<마의>로 2년 만에 복귀한 이병훈 PD는 평균시청률 20%에 가까운 기록을 내며 7주 연속 동시간대 1위를 굳히고 있다. <허준>, <대장금>으로 사극의 지평을 넓혀온 그는 말을 고치는 수의사가 왕을 치료하는 어의가 되는 과정을 담은 <마의>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하얀거탑>(MBC)을 만든 안판석 PD는 배우 김희애와 이성재가 출연한 JTBC<아내의 자격>으로 5년 만에 연출을 맡았다. 그는 중년의 불륜코드를 단순히 미화하지 않고, 강남 사교육 열풍과 엮인 현실의 이면을 짜임새 있는 연출력으로 풀어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드라마계 흥행수표’라 불리는 김수현 작가도 톡톡히 한몫을 해내고 있다. 탄탄한 극적 전개와 촌철살인의 대사로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는 <무자식 상팔자>(JTBC)는 종편에서 시청률 5%를 넘는 진기록을 세워 ‘김수현표 드라마’의 건재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김종학PD와 송지나 작가가 5년 만에 의기투합해 선보인 <신의>(SBS)는 퓨전사극의 인기가 잦아들면서 시청률 경쟁에서 밀려났다. <겨울연가>로 한류 드라마 열풍을 일군 윤석호 감독도 <사랑비>(KBS)로 명맥을 이어갔지만 국내 시청자들로부터는 큰 반향을 얻지 못했다.

▲ tvN <응답하라 1997>(좌), OCN <뱀파이어 검사>.

#3. 틈새 공략하는 ‘CJ표’드라마

비(非)지상파 CJ E&M계열 드라마의 상승세는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CJ E&M계열 드라마는 지상파에 비해 좁은 시청층을 오히려 반전의 기회로 삼고 있다. 특히 올해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신드롬을 일으키는가 하면 지상파 보다 다양한 실험을 펼칠 수 있는 이점을 발휘한 장르물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특히 HOT, 젝스키스 등 최초 아이돌의 전성기인 1990년대를 담은 <응답하라 1997>(tvN)은 방영되자마자 후폭풍이 대단했다. <남자의 자격>(KBS)을 연출하고 CJ E&M으로 둥지를 옮긴 신원호 PD와 <해피선데이> 출신 작가가 뭉쳐 감각적인 연출과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했다.

장르물은 시청자들의 열광적인 호응에 힘입어 시즌물 형태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수사물 <뱀파이어 검사>(OCN)는 올해 시즌2로 시청자 곁을 찾았고, <특수사건전담반 TEN>(OCN)은 내년 시즌2 방영 예정이다. 메디컬 수사극 <신의 퀴즈>(OCN)는 시즌4를 요구하는 시청자들의 온라인 서명운동이 벌어지기는 등 ‘장르물 흥행몰이’를 계속 이어갈 전망이다. 

대선 후보들도 봐야할 드라마 속 오늘

장밋빛 드라마는 더는 없다. 올해 방영된 드라마들은 녹록지 않은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꿈같은 판타지보다 씁쓸한 현실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격차는 물론 중산층의 몰락, 88만원 세대의 자화상 등 일그러진 현실 속 주인공들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가난의 늪을 벗어나기 위한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이전투구는 고됐다. 서류만 200번 떨어졌다는 취업 준비생 백진희(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연습>)는 좌절할 틈도 없이 학자금 대출을 갚느라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학점·수상경력 등 ‘스펙’ 좋은 국내파 한세경(SBS <청담동 앨리스>, 문근영 분)은 겨우 쇼핑 심부름꾼 인턴직을 얻었지만 질퍽한 가난에서 서로를 구원할 수 없었던 남자친구 소인찬(남궁민 분)의 이별 통보에 눈물을 훔쳐야 했다.

▲ KBS <내 딸 서영이>(좌), SBS <청담동 앨리스>.

가난한 현실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무능한 부모를 등진 자식도 있다. 어릴 적부터 부친의 빚을 갚느라 급급했던 이서영(KBS <내 딸 서영이>, 이보영 분)은 아버지가 없다고 속이며 엄친아 강우재(이상윤 분)와 결혼을 강행했다.

이 밖에도 드라마 속 주인공을 통해 잘 포장된 현실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꼬집기도 했다. 마냥 화려해 보이는 드라마 세계가 실상 치열한 편성 경쟁과 살인적인 제작 현실에 빚을 지고 있다는 점을 앤서니 김(SBS <드라마의 제왕>, 김명민 분)을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또 늦깎이 인턴 이민우(MBC <골든타임>, 이선균 분)는 지역 종합병원이 처한 척박한 의료현실과 마주했다. 이민우는 실제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지역병원에서 긴장감 넘치는 수술실보다 턱없이 부족한 의료진과 의료시설 등 수술실 바깥에서 좌충우돌하며 한 뼘씩 성장해나갔다.

반면 평범한 가장이지만 자식을 향한 애끓는 사랑을 보여준 ‘아버지’도 있었다. 권력의 희생물로 사랑하는 딸과 아내를 잃은 백홍석(SBS <추적자>, 손현주 분)은 진실을 거머쥔 기득권의 균열을 만들기 위해 ‘부성애’ 하나로 정면 돌파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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