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정신 거세된 저널리즘의 ‘흑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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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방송 장르별 결산] ① 시사·교양

이명박 정부의 5년 임기를 마감하는 올해 지상파 시사교양프로그램은 암흑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현 정부 내내 수난을 겪었던 지상파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올해도 방송 내용보다는 ‘불방논란’ ‘탄압’ 등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정권 말기에 어김없이 쏟아지는 ‘권력형 비리’와 ‘민간인 사찰 의혹’ 등 정치적 이슈를 지상파 시사프로그램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방송사에서 앞다퉈 내놓은 다큐멘터리는 양적으로 성장한 한 해였다. 10억원을 훌쩍 넘는 대규모 제작비를 투입한 다큐멘터리는 빼어난 영상미와 화려한 촬영기법으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 MBC 기자와 PD들이 경영진의 탈을 쓰고 시사프로그램 말살을 풍자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MBC노조

해고·불방 멈추지 않은 탄압 = MBC는 올해 ‘<PD수첩> 잔혹사’의 정점을 찍었다. MBC 간판 프로그램인 <PD수첩>은 11개월 잠정 휴업 상태였다가 지난 11일 방송을 재개했다.

방송은 다시 시작했지만 그동안 <PD수첩>을 지켰던 PD와 작가들은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했다. MBC는 지난 ‘분위기 쇄신’을 이유로 작가 6명을 해고했다. 현재 ‘검사와 스폰서’ 편 등을 제작한 최승호 PD는 해직 상태고,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편을 연출한 조능희 PD는 비제작 부서로 밀려나 있다.

KBS <추적 60분>도 순탄하지 않았다. 이번 정부 들어 ‘천암함’과 ‘4대강’편으로 불방과 이중 편성 논란을 겪은 <추적 60분>은 지난 9월 ‘한국인 선원 피랍 사건’을 다룬 방송으로 또 한번 결방됐다. 정치적으로 민감하거나 정부의 실정을 언급하는 방송은 어김없이 외압 논란이 제기됐고 내부 검열 등의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공영방송의 시사프로그램이 주춤한 사이 미스터리 추리물을 표방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 광우병 논란과 SJM 폭력사태, ‘장준하 의문사’를 잇따라 다뤄 주목받기도 했다.

▲ 지난 11일 방송된 MBC .

■대선 이슈 장악력 약화된 지상파 = 통상 대선이 있는 해는 탐사 고발이라는 시사프로그램의 기능이 빛을 발하는 시기다. 이전에도 대선을 앞두고 현 정부에 대한 평가와 유력 대통령 후보들에 대한 검증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실제 2007년 대선 당시 KBS와 MBC 대표 시사프로그램에선 대선정국 뇌관으로 떠오른 ‘BBK사건’이 단골 소재였다. <PD수첩>은 대선 하루 전날인 2007년 12월 17일에 나간 방송에서 이른바 ‘이명박 동영상’을 다루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의 영향력은 미비하다. MBC가 대선 직전 <PD수첩>을 재개하면서 선택한 주제는 ‘대출사기를 양산하는 통신사 리베이트’ 문제였다. KBS <추적 60분>가 대선 핵심 쟁점으로 ‘경제 민주화’와 ‘한반도 평화와 안보’를 다루는 정도다.

공영방송 시사 프로그램의 이슈 장악력이 떨어지는 동안 케이블 채널에선 대선 바람을 타고 시사 프로그램 붐이 일었다. tvN <백지연의 끝장토론>은 ‘투표시간 연장 문제’, ‘정치권의 언론개입 논란’등 시의적절한 이슈를 토론 주제로 택하면서 지상파와 케이블 통틀어 가장 핫한 토론 프로그램으로 주목받고 있다.

종합편성채널도 시사프로그램을 전진 배치하면서 대선 특수를 노리고 있다.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 <박상규의 대선스타일>, TV조선 <신율의 대선열차> <뉴스쇼 판>, MBN <시사콘서트 정치 IN> 등이 성업 중이다.

하지만 대다수 종편 프로그램들은 노골적인 정파성과 편향성으로 방송의 공공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KBS <슈퍼피쉬> 촬영 현장.

■다큐 ‘대형화’ ‘현실 문제’ 직시= 올 한 해 동안 지상파 3사에서 선보인 다큐멘터리들은 대규모 제작비를 투입한 블록버스터급 다큐멘터리가 많았다. MBC <남극의 눈물>은 25억원, KBS<슈퍼피쉬>는 20억원, SBS <최후의 제국>은 10억원이 제작비가 투입됐다. 갈수록 높아지는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최첨단 촬영기법이 동원되고 촬영기간도 방대해진 탓이다. <남극의 눈물>과 KBS <이카로스의 꿈>·<슈퍼피쉬>등이 영상미가 돋보인 작품이다.

인간과 사회 현실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담은 작품도 눈에 띄었다. EBS <다큐프라임> ‘학교의 고백’은 학교 현장의 문제를 가감 없이 고백하고 진단해 대안을 제시했다. 또 EBS<다큐프라임> ‘자본주의’ 편과 SBS <최후의 제국>은 ‘자본주의’라는 같은 주제를 놓고 다른 접근법을 보여줬다.

EBS ‘자본주의’는 세계적 석학을 만나 자본주의의 역사와 실체에 대해 접근했다. <최후의 제국>은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아 나섰다. 지난 9일 방송된 <최후의 제국> 마지막편에선 자본주의 첨단을 달리고 있는 미국·중국과 원시부족의 삶을 비교한 뒤 공존의 가치에서 해법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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