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인류에게 제일 필요한 가치는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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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SBS 창사특집 대기획 ‘최후의 제국’ 장경수 PD

▲ SBS <최후의 제국>을 연출한 장경수 PD ⓒSBS
자본주의가 고장났다. 지난 300여 년을 이어온 자본주의는 1%의 사람만이 혜택을 누리고 99%의 사람은 사회 바깥으로 밀려나게 만들었다.

지난 11월 18일부터 12월 9일까지 총 4차례에 걸쳐 방송된 SBS 창사특집 대기획 <최후의 제국>은 세계 경제를 이끌어가는 미국과 중국을 통해 자본주의의 어두운 이면을 들여다보고 그 대안을 찾아갔다.

<최후의 제국>이 총 4편에 걸쳐 끊임없이 시청자에게 던진 화두는 결국 ‘공존’이다. <최후의 제국>을 연출한 장경수 PD는 브레이크가 사라진 고장난 자본주의 속에서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는 대안으로 원시시대 인간의 삶을 이끌어왔던 가치에 눈을 돌렸다.

“그 동안 소외된 사람에 대해 사회가 어떤 배려를 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로 자본주의가 굴러왔어요. 이제는 소외받는 사람도 살 수 있도록 ‘공존’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목동 SBS에서 장경수 PD를 만나 공존의 가치를 찾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2010년 SBS 창사20주년 특집다큐 <최후의 툰드라>를 연출한 장 PD는 시베리아의 척박한 땅에서 경제에 대한 새로운 눈을 떴다고 한다. 그는 “경제란 결국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게 목적인만큼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라는 틀 속에서 경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장 PD는 우선 자본주의의 현실을 되돌아보기로 했다.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고 같이 따라오게 도와줘야 하는데 사회가 힘들어지니 소외받는 사람을 나몰라라 하게 됐고 사회는 유지가 안 되는 지경까지 왔죠. 그런 점에서 우리가 가는 길이 맞는지, 문제는 무엇인지 돌아보고 싶었어요.”

이를 위해 세계 경제를 이끌어가는 두 축인 미국과 중국을 찾아갔다. 세계 경제를 주무르는 미국의 뒷골목은 처참했다. 어린 아이 5명 가운데 1명이 하루 한 끼 이상을 굶고, 100명 중 2명 이상이 집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한다. 출석하면 돈을 주는 학교도 생겼다.

새로운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의 이면도 비참하긴 마찬가지다. ‘대리수유모’라고 해서 돈을 받고 모유를 파는 신종 직업이 생겼나하면 부자들은 맞선 면접을 통해 여성에 등급을 매겨 돈을 주고 배우자를 고른다. 인간의 기본적인 삶 뿐만 아니라 모성과 사랑, 교육도 자본에 의해 바뀌었다.

결국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힘은 극심한 ‘개인주의’다. 개인의 욕구로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이 돌아간다. 미국은 상위 1%가 전체 부(富)의 42%를 차지하고 중국은 상위 10%와 하위 10% 계층의 소득차가 23배에 다다른다. 이들 1%는 자본주의 사회가 만들어낸 자본주의 리더들이다.

“사회가 어떤 리더를 뽑을 때는 그 사회의 철학이 반영됩니다. 현재 자본주의 사회에서 뽑은 리더와 원시 사회에서 뽑은 리더를 비교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들여다보고 싶었어요.”

▲ SBS <최후의 제국>에 등장하는 아누타족 어린이들의 모습 ⓒSBS
장 PD는 자본주의 시대 99%를 위한 리더의 모습을 원시의 땅 파푸아뉴기니의 ‘빅맨(부족지도자)’에서 찾았다. 장 PD가 찾아간 파푸아뉴기니 상각마을의 빅맨은 부족사람들에게 자신의 재산을 나눠주고 부를 재분배한다. 상각마을 안에서는 미국에서처럼 아이가 굶주린 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빅맨’은 ‘공존’하는 리더인 것이다.

장 PD의 여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인터넷, 책, 논문 등 다양한 자료를 조사한 끝에 여전히 ‘공존’의 가치를 잊지 않고 살아가는 또 하나의 문명 ‘아누타족’을 찾아냈다. 그러나 가는 길도 만만치 않았다. 남태평양에 위치한 아누타섬까지 가는 데만 13일이 걸렸다. 배를 구하기도 힘들어 카누를 타고 바람에 의지해 별을 따라 지도에도 없는 섬을 찾아가는 길은 툰드라보다 힘겨웠다.

지름 2.5Km의 아누타라는 작은 섬에 살고 있는 300여 명의 아누타족에게는 ‘아로파(Aropa)’라는 정신이 있다. 아누타족은 ‘연민, 사랑, 협동, 나눔’으로 해석되는 ‘아로파’ 정신을 유지하며 고기잡이를 나가지 않은 사람에게도 물고기를 나눠주고 서로가 서로의 아이를 돌봐준다.

▲ SBS <최컥� 제국> ⓒSBS
“사람들 자체가 굉장히 인간적이에요. 낯선 이방인에게 관심도 많고 우리가 뭘 하면 도와주려 했어요. 아누타족 전체가 제작진에게 식사를 대접하려다 보니 매일 저녁을 두 끼씩 먹어야 했을 정도죠.”(웃음)

아누타섬 외에도 히말라야 라다크의 브록파족에게도 역시 ‘공존’의 가치가 남아있다. 황량한 돌산에 펼쳐진 꽃밭에서 매일 꽃을 가꾸는 브록파족에게 꽃은 ‘사랑’을 의미한다. 브록파족은 돈이 최고의 가치이자 신앙이 된 자본주의 사회와 반대로 사랑이야말로 척박한 환경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이라고 믿었다.

장 PD는 ‘공존’의 가치를 이어가는 곳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아누타섬과 브록파, 상각마을에도 자본주의의 마수가 뻗치고 있는 것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파푸아뉴기니의 경우 그곳에 금광이 있어서 물가도 많이 오르고 있죠. 브록파도 많이 바뀌고 있었어요. 앞으로 전통적인 공동체의 모습이 남아 있는 곳들이 사라지겠죠.”

결국 장 PD가 보여준 <최후의 제국>은 300여 년의 세월에 걸쳐 변질된 자본주의의 최후이자 인류 문명에서 얼마 남지 않은 ‘공존’이란 가치의 최후이다. 장 PD는 우리에게 화두를 던졌다.

“지금 인류에게 제일 필요한 가치는 ‘공존’이에요. 사람들이 마음 속으로 공존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봤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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