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과 나③] 경찰 체포와 3번의 정직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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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어느 날, <돌발영상> 제작실에 이명박 당시 대선후보가 찾아왔다. TV토론을 하러 YTN을 방문한 길에 잠시 들른 것이었다. 이명박 후보의 위장전입 논란 등 이런저런 의혹들을 몇 차례 방송한 터라 내심 불안했지만 그는 나에게 힘주어 악수를 해주었다.

“요즘 날 잘 다뤄줘서 고마워요!” 진심인지 비꼬는 말이었는지는 몰라도 냉기가 느껴졌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8년 3월, 돌발영상은 ‘삼성 떡값 파문’과 관련해 청와대를 비판한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방송했다. 그러나 이 제작물은 청와대와 당시 보도국장에 의해 방송과 인터넷에서 삭제되는 파동을 겪었다. 이후 사내에는 ‘앞으로 돌발영상 위험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끊이지 않았다. 냉기가 더욱 차갑게 감돌았다.

2009년 6월, <돌발영상>은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 이문동 재래시장 방문 상황을 방송했다. 화면에 나타난 이 대통령의 모습은 ‘대충’이었다.

상인들의 절규가 이 대통령에게는 으레 하는 볼멘소리 정도로 여겨지는 듯 했다. 이 대통령의 당시 태도는 직설적으로 말하면 ‘묵살’에 가까웠다. “지금은 하소연이라도 할 수 있지 내가 시장서 장사할 때는 끽 소리도 못했다. 세상 살기 좋아졌다”고 말한 대목은 ‘묵살’을 넘어 ‘협박’으로 느껴졌다. ‘가만있지 않으면 가만 안 둔다’는 협박….

▲ 지난 5일 열린 YTN 해직 사태 4년을 맞아 열린 행사에서 MBC에서 해고된 최승호 PD와 <뉴스타파> 이근행 PD, YTN ‘돌발영상’을 연출했던 임장혁 기자, '나는 꼼수다’의 김용민 PD가 토크 배틀을 벌이고 있다.

정권 초기, 이명박 정권은 24시간 뉴스만 하는 YTN에 대통령의 측근을 낙하산 사장으로 투하했다. 말도 안 되는 일에 YTN 노조는 당연히 ‘가만있지’ 않았다. 하지만 노조의 언론독립 외침은 이 대통령에게 으레 하는 볼멘소리로 전해진 듯하다. 노조의 외침은 묵살됐고, 이후 ‘가만있지 않으면 가만 안 둔다’는 협박이 가해졌다.

이명박 정권은 협박을 말이 아닌 실제 행동으로 옮겼다. 언론독립을 외치던 기자 6명이 해고되고 27명이 정직과 감봉 등 부당 징계를 당했다. 나도 정직 6개월을 받았다. 내가 ‘정직하게’ 살던 6개월 동안 돌발영상은 방송되지 못했다. 4년동안 경찰 체포와 정직 3번, 대기발령 1번. 대통령이 개인의 삶에까지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랄 뿐이었다.

행동은 ‘장악’을 위한 것이었다. 대통령의 측근을 YTN 사장에 심고, 그 사장의 측근들이 주요 간부 자리를 차지했다. YTN의 방송과 보도는 그런 사람들이 주도했다. 이런 현상은 MBC와 KBS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권의 언론장악, 방송장악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밝음과 화사함만이 가득해야 할 21세기 대한민국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찰’이라는 말까지 장악의 수단으로 등장했다. 피같은 국민의 세금으로 총리실 내에 은밀히 꾸려진 민간인 불법사찰 조직은 이른바 ‘BH(청와대) 하명’을 받들어 YTN과 KBS, MBC의 임원진을 누구로 교체할지 보고서를 작성했다.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YTN 사장 충성 문건’이다. YTN 전무이던 배석규 씨에 대해 ‘현 정부에 대한 충성심이 돋보이니 사장으로 임명해줘야 한다’는 문건이 청와대에 보고됐고 배석규씨는 이후 한 달 만에 실제로 YTN 사장이 됐다. 배석규 씨가 왜 현 정부에 대한 충성심이 돋보이는지 그 근거 중 하나에 내 이름 석 자도 등장한다. ‘돌발영상 PD 임장혁 대기발령’. 나를 대기발령 시킨 것이 이 대통령에게는 자신에 대한 충성의 근거였던 것이다. 목소리를 탄압하면 대통령에 충성하게 되는 5년이었다.

▲임장혁 YTN기자
이번 대선에 나섰던 한 후보는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해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법사찰을 통한 언론장악 또한 발본색원해야 한다. 뿌리 뽑고 색출해야 할 근원은 무엇인가? 아마도 언론사 사장 자리에 누구를 앉힐 지에 대한 불법사찰 보고서를 가장 마지막에 받아본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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