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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아직 생명을 품고 있다

[인터뷰] EBS 다큐프라임 3D 입체 다큐멘터리 ‘한국의 강’ 박찬모 PD 최영주 기자l승인2012.12.20 15: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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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BS 다큐프라임 <한국의 강> 제1부 ‘강은 혼자 가지 않는다’편. ⓒEBS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역동적으로 흘러가는 강들은 지난 반만년의 역사 속에서 우리 땅의 생명을 잉태했다. EBS <다큐프라임> ‘3D 입체 다큐멘터리 한국의 강’(이하 <한국의 강>)은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총 4편에 걸쳐 생명이 탄생하는 강의 시작과 강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다양한 동·식물, 그리고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한국의 강>은 두꺼비와 연어의 부화, 꼬치동자개의 산란 등 기존의 보기 어려운 장면을 3D로 구현해 지난 6일 ‘2012 코리아 3D 어워즈’ 행사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강의 흐름을 따라 생명을 쫓아다닌 <한국의 강>의 박찬모 PD를 지난 17일 서울 도곡동 EBS 본사에서 만났다.

박 PD는 1995년 EBS에 입사해 <과학의 눈>, <퀴즈 퀴즈 과학을 찾아라> 등 과학 프로그램만 6년을 하다가 이후 편성과 정책, 기획 쪽에서 일했다. <한국의 강>은 7년 만의 연출자로서의 복귀작인 셈이다.

그에게 강은 풍경이 아닌 생명의 보고였다.

“물 때문에 모든 것이 생명을 갖고 살아가죠. 사람도 강을 기반으로 마을을 형성하고 살죠. 생명을 이루는 가장 기본 단위인 물이 모여 이룬 강을, 그러나 특정한 강이 아닌 한반도의 강 전체를 조망하고 이해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어요.”

   
▲ EBS 다큐프라임 <한국의 강>을 연출한 박찬모 PD. ⓒEBS
<한국의 강>은 제목 그대로 한국의 강의 생성과정과 생태(1부 ‘강은 혼자 가지 않는다’편)를 시작으로 연어, 황어, 은어 등 강역에 서식하는 물고기(2부 ‘그들이 돌아오다’편), 강 유역에 서식하는 파충류, 양서류, 조류, 포유류 등의 생태(3부 ‘강, 생명을 품다’편)를 보여준다. 그리고 강과 함께 사람들의 이야기(4부 ‘강과 함께 살어리랏다’편)를 통해 여정을 마무리한다.

제작진은 강의 생태를 입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3D 촬영이라는 모험을 시도했다. 그러나 움직이는 생명체를 카메라에 담기에 녹록지 않은 작업이었다. 접사 촬영을 하려고해도 가까워질수록 심도가 낮아져서 조금만 움직여도 포커스가 맞질 않았고 망원 촬영은 3D 특유의 입체감이 살지 않았다. 결국 박 PD와 카메라 감독들은 20여 종의 카메라를 직접 테스트하고 렌즈를 깎는 등 3D 촬영에 맞게 카메라를 다시 만들어야 했다.

그렇게 만들어 낸 장면이 두꺼비와 연어의 산란과 부화 장면이다. 그 밖에도 초고속 촬영을 통해 물총새나 물까마귀의 사냥 장면도 실감나게 표현했다.

하지만 3D의 감동을 안방까지 고스란히 전달하기에는 아직 방송환경이 뒤따라가지 못하는 한계 때문에 시청자들은 2D 영상으로 한국의 강을 만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콘텐츠로서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박 PD는 자부하고 있다.

<한국의 강>은 제작비 15억원, 제작기간만 해도 1년 6개월이 넘는 대작이다. 지난해 5월부터 3개월 동안 자료조사를 한 후 2011년 8월부터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갔다.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 낙동강의 발원지인 황지연못 등 강의 시작은 물론이고 한강, 낙동강, 금강, 섬진강 영산강 등 5대강을 비롯해 강과 그 주변 생태계를 담기 위해 전국을 다녔다.

“한 번은 밤에 지뢰밭으로 들어갔다가 군인한테 쫓겨나기도 했어요. 저희 때문에 부대에 비상이 난 거죠. 또 텐트를 못 챙겨 가서 인근의 마트에 가서 박스를 주워 와 깔고 덮고 자며 2박 3일 동안 잠복한 적도 있어요.”(웃음)

   
▲ EBS 다큐프라임 <한국의 강> 제2부 ‘그들이 돌아오다’편. ⓒEBS
이러한 노력 덕분에 지금까지 한 번도 관찰되거나 보고된 적이 없는 꼬치동자개(동자개과의 한국 특산 담수어류, 천연기념물 제455호)의 산란을 카메라에 담아낼 수 있었다. 박 PD는 전북대학교 부설 생물다양성연구소장인 양현 박사의 자문을 받아 몇 주를 찾아다녔고 수초에 알을 낳는다는 문헌의 내용과 달리 꺽지(한국고유종 민물고기)처럼 돌에 산란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박 PD는 그렇게 강물 속 생명체의 매력에 점차 빠져들었다.

“꺽지의 산란을 찍을 때 처음으로 우리 물고기가 예쁘다고 느꼈어요. 전에는 작으면 피라미, 크면 붕어 이런 정도였죠. 그런데 촬영을 하면서 하나씩 알아가고 물고기들이 정말 예쁘다는 걸 알게 됐죠”

박 PD가 본 강, 그리고 시청자에게 전해진 영상 속에는 강 안팎에서 살아가고 때로는 먹고 먹히는 수많은 생명이 존재하고 있었다. 작은 물방울로 시작해 강을 이루고 흐름을 따라 다양한 생태계를 존재하게 만드는 강에서 모든 것들이 촘촘히 연결돼 저마다의 역할을 했다. 박 PD는 사람들이 <한국의 강>을 통해 예전과 다른 시선으로 강을 바라보길 바랐다.

“‘강은 선이 아니다. 물길만 보고 강이라 할 수 없다. 강은 유역이다’라는 말을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는데 촬영하면서 강이란 큰 틀 안에 조화로운 사회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강에도 격이 있다는 걸 봐주셨으면 해요”

강은 우리에게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낮은 목소리로 우리에게 경고한다. 아프다고.

하지만 강의 무한한 생명력에 인간은 작아진다. 박 PD는 이런 자연의 경이에 박수를 보냈다.

“그래도 대단한 게 그 안에서 생명력을 갖고 살고 있다는 거예요. 강이 생명을 가지고 있고 아직은 찍을 만한 모습이 남아 있다는 게 제게 강한 충격이었어요.” 

   
▲ EBS 다큐프라임 <한국의 강> 제3부 ‘강, 생명을 품다’편. ⓒEBS

 


최영주 기자  yj719@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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