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들이 여성전문 채널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KBS의 자회사인 KBS N과 MBC의 자회사인 MBC플러스미디어는 지난 1일 각각 KBS W와 MBC QueeN(퀸)을 개국했다. SBS도 지난해 8월부터 자회사인 SBS플러스의 SBS E! 채널을 통해 <서인영의 스타 뷰티쇼>를 방영하며 젊은 여성 시청층을 공략하고 있다.
KBS W는 여성의 외면뿐 아니라 내면을 돌아보는 라이프스타일과 자기계발의 노하우를 전달하는 채널을 표방하고 있다. 간판 프로그램 <손태영의 W쇼>(1월 18일 방영)에서는 외모, 성격, 실력 등의 문제로 좌절을 경험한 여성들에게 목표를 제시하고 실현 방안을 알려주는 등 ‘여성의 자기계발’을 다룬다. 이밖에도 토크쇼 <언니가 뿔났다>에서는 여성들과 관련한 다양한 문제를 직설 수다로 풀어내고, <노홍철의 올댓리빙>에서는 인테리어를 소개한다.
교양·정보 케이블 채널인 MBC라이프에서 여성채널로 새 단장한 MBC퀸은 데일리 연예매거진 <매거진퀸>과 청혼, 화해 등 인생의 전환점을 몰래카메라 형식으로 담은 리얼리티 프로그램 <Mobbed :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을 방영하고, 토크쇼와 콘서트를 접목시킨 <콘서트퀸>을 선보인다. 타 여성채널과 마찬가지로 뷰티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이처럼 지상파 방송사들은 여성층을 타깃으로 한 방송에서 잠재력을 확인하고 있다. 미용·패션·연예 등 뷰티 소재에 대한 시장이 커졌을 뿐만 아니라 여성이 주요 소비계층으로 급부상하면서 방송 콘텐츠 시장의 가능성을 점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의 구매력은 패션, 생활용품에만 머물지 않고 자동차, 전자제품 등 남성 영역 물품의 구매를 결정하는데도 영향력을 미친다는 보고도 있는 만큼 광고주들에게도 젊은 여성을 공략한 방송은 매력적이다. 이를 보여주듯 ‘여성, 삶을 리드하다’를 내건 KBS W와 ‘여자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내건MBC퀸의 시청 타깃은 2040세대 여성으로 동일하다.
또 방송사와 뷰티업체는 여성채널에서 간접광고(PPL) 등 방송광고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방영돼 뷰티 프로그램의 강자로 자리매김한 온스타일 <겟잇뷰티>는 명품부터 저렴한 제품까지 한데 모은 뒤 블라인드테스트를 거쳐 순위를 매기는 포맷으로 여성 시청자뿐 아니라 광고주의 관심까지 사로잡고 있다.
신상민 온스타일 마케팅총괄팀장은 “(<겟잇뷰티>처럼) 뷰티와 버라이어티를 결합한 포맷을 선보이면서 뷰티 시장의 잠재적 가능성을 많이 알게 됐다”며 “프로그램을 통해서 매출 상승을 체감한 광고주의 절반 정도는 협찬을 해주거나 온스타일에 자체광고를 내보내는 등 연쇄효과가 생겼다”고 말했다.
한 화장품업체 관계자는 “1위로 선정된 후 이전에 비해 2~3배 정도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겟잇뷰티>의 블라인드테스트에서 1위를 차지했을 때 확실히 상품 매출에서 상승효과가 두드러졌다. (신생 여성채널에서도) 책정된 대로 광고 마케팅비를 집행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국내 광고시장의 경기변동을 파악하기 위해 매월 발표하는 광고경기 예측지수(KAI)를 보면 1월 여성 소비와 관련된 ‘화장품’, ‘패션’ 등의 업종의 광고 활동이 타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2013년) 광고경기 전망에서도 ‘패션’(130.7), ‘화장품’(126.2), ‘제약 및 의료’(118.8)순으로 나타나 여성 소비와 관련된 광고 추세는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젊은 여성을 타깃으로 한 채널 개국은 방송사 입장에서는 방송 광고를 통한 수익 보장을, 뷰티 업계에서는 매출 상승을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유행을 틈타 우후죽순으로 생긴 여성채널은 간접광고를 ‘정보’로 포장한 일종의 홈쇼핑 방송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명품 등 사치품에 대한 무차별적인 정보들이 과소비를 부추기는 등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상업적인 출발선상에서 시작한 만큼 여성채널의 상품 광고는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는 추세다. 자칫 소비자들은 뷰티 프로그램을 시청하지만 (광고인지 아닌지에 대한) 혼란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