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는 ‘김현희’ 특집대담 편성 파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철진 시사제작국장 “방문진 결의 후속조치”…노조 “편성 침해 월권행위”

MBC가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 사건의 범인 김현희 씨와의 대담을 긴급 편성해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편성 과정에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재우, 이하 방문진) 여당측 이사들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압력 논란이 거세다.

MBC는 오늘(15일) 밤 11시 15분 <100분 토론> 대신  <특집대담- 마유미의 삶, 김현희의 고백>을 긴급 편성하고  오후 오후 4시 대담 녹화를 진행한다. 김현희 씨는 지난해 6월 종합편성채널 <TV조선>과의 인터뷰 이후 반 년만에 출연한다. 북한 공작원 출신 김 씨는 1987년 KAL기를 폭파한 주범으로 지난 1990년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KAL 858기 폭파 사건의 범인 김현희

그러나 갑작스런 김현희 대담 편성에 대해 MBC 내부에서는 이례적이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조치라는 반응이다. 25년이 지난 사건의 주인공과의 대담을 긴급하게 편성하는 것은 물론이고 방송 하루 전에야 편성실무진에게 통보돼 방송 당일 녹화해 급박하게 편집해야 하는 일련의 상황을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10년 전 방송된 2003년 <PD수첩-16년간의 의혹, KAL 폭파범 김현희의 진실>편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한 방송문화진흥회의 논의 결과로 ‘김현희 특별대담’이 갑작스럽게 확정돼 비판  여론은 들끓고 있다.  이번 편성과 관련해 김철진 MBC 시사제작국장은 “방송문화진흥회의 결의에 따른 후속조치”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MBC노조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 7일에 열린 방문진 이사회에서 고영주 감사는 지난 2003년 <PD수첩-16년간의 의혹, KAL 폭파범 김현희의 진실>편에 대한 공정성을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여당 측 이사들(김광동, 차기환)도 고 감사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이사회는  <PD수첩> 제작 과정에 대한 경과보고를 받기로 결의했다.

지난해 12월 중순 경 <PD수첩> 해당 방송에 대한 경과를 보도 받은 후 일부 여당 측 이사들은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에게 KAL 문제를 다룬 당시 <PD수첩> 방송이 “불공정 편파방송”이라며 시정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측 김광동 이사는 15일 <PD저널>과의 통화에서 “김현희 폭파사건을 다룬 당시 <PD수첩>은 김현희가 가짜라는 편향적 주장으로 방송을 진행해 공정성이 훼손됐다. 또 (PD수첩이)국민들에게 북한이 테러국가가 아닌 것처럼 잘못된 인식을 심어줬다고 여겨 경과보고를 받았다”라며 당시 경위를 설명했다. 또 김 이사는 “당시 방문진에서 결의를 한 건 아니고 컨센서스(합의) 차원에서 편향된 내용을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한 야당 측 이사도 “고영주 감사가 당시 <PD수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일부 여당 측 이사들이 동조했다. 형식상으로 따진다면 방문진 차원에서 상응한 조치를 취하라는 식이었다. 어떤 포맷으로 하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하진 않았지만 (백 본부장에게) 조치를 취하라고 입장을 전한 셈”이라고 말했다.

당시 이사회 내에서는 여야 이사들간 이견이 팽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야당 측 이사들은 해당 프로그램 내용 가운데 사실 관계가 공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MBC내 옴부즈맨 프로그램을 통해 정정보도 방송을 내보내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여당 이사가 많은 구조적 한계 때문에 시정요구가 받아들여졌다.

한 야당 측 이사는 “어떤 사안이건 방송이 공정하고 독립적인 입장을 벗어나면 안된다는 건 분명하다”며 “다만 (<PD수첩>이) 김현희를 가짜인 것처럼 여론을 호도했다면 먼저 당시 제작진으로부터 잘못했다는 시인을 받은 뒤 시청자들에게 잘못했다고 고지하는 등 어떤 형식으로든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회의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이사는 “당시 야당 측 이사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팩트가 틀린거냐고 질문했는데,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은 당시 <PD수첩>의 제작 과정을 지켜봤을 때 무리가 있었다는 발언을 했고, 일부 여당 측 이사들과도 입장을 굽히지 않아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았다”라고 토로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정영하)는 ‘김현희 특별대담’ 편성을 방문진의 압력으로 보고 방문진과 이에 대한 방송 편성을 지시한 경영진을 규탄했다. 

MBC노조는 15일 보도자료를 내 “긴급대담 편성 요구가 방문진 이사진 전체회의를 거친 결정사항인지는 아직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며 “만약 방문진의 공식 결정이 맞다면 이는 명백한 월권행위이며 불법행위”라고 비판했다.

MBC노조는 “방문진이 요구를 했더라도 이를 편성의 주체는 경영진이다. 방문진의 요구에 순응하는 것 자체가 방문진법과 방송법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밝힌 뒤 “회사는 방문진의 결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왜 지금 시점에 화급하게 방송을 서둘렀는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여당 측 김광동 이사는 “(방문진이) MBC에 어떤 프로그램을 하라마라 지침을 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방문진은 프로그램에 대해 수백개 의견을 낼 수 있지만 편성하고 제작하는 건 MBC경영진의 판단이고 몫”이라고 강조한 뒤 “방문진과 경영진의 역할은 분리돼 있다”라고 해명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