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밀어붙인 통합에 발목 잡힌 지역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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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경남 현지 취재, 그들에게 광역화는

창원·진주MBC 통합으로 MBC경남에서 타올랐던 논란의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았다. 그 불씨는 바람을 타고 강원도로 옮겨 붙었다.

MBC경남 출범 1년 반 만에 강릉MBC와 삼척MBC의 통합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MBC는 첫 통합 사례인 MBC경남의 시너지 효과를 ‘지역MBC 광역화’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MBC경남 내부 구성원의 이야기는 다르다.

<PD저널>이 지난 18일 MBC경남을 현지 취재한 결과 통합 이후로 지역MBC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던 취재 및 제작인력 부족 문제는 여전했다. 프로그램의 지역성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 MBC경남 사옥.
“지역성 구현은 ‘속빈 강정’”= MBC경남의 출범은 김재철 MBC 사장의 강한 의지로 추진됐다. 김 사장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승인이 이뤄지지 않자 사표까지 던지며 방통위를 압박했다.

결국 방통위는 2011년 8월 MBC경남을 허가하면서 서부경남지역 보도프로그램 편성계획 이행과 지역 프로그램 강화 등을 조건으로 걸었다. 지역민과 사내 구성원의 의견 수렴도 권고했다. MBC 역시 MBC경남에 대한 지원은 물론 방통위 승인 조건의 성실한 이행을 따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통합된 MBC경남의 실상은 사측의 약속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MBC경남의 제작 상황은 지난해 10월 신설된 <퐁당퐁당 시장> 외에는 통합 전과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사측이 시너지 효과로 꼽은 지역탐방 프로그램 <고향을 부탁해>는 MBC본사가 줄곧 외주로 제작해온 것을 MBC경남에 맡긴 것뿐이다. PD 2명이 외주관리와 마무리 편집만 하다 보니 실상은 ‘무늬만 경남MBC표’다.

한 PD는 “<고향을 부탁해>는 애초 MBC경남이 기획한 것도 아니고, (경남의) 지역성이 제대로 반영된 것도 아닌데 지역 프로그램을 전국 편성했다고 해서 광역화의 효과로 과연 볼 수 있는지, 그리고 향후 프로그램이 지속 가능한지도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또 지난해 11월에 방영된 파일럿 프로그램 <스타토크쇼 명사십리>의 경우 MBC경남에서 제작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외주 제작으로 진행됐다. 이 같은 상황은 지역 제작의 역량을 높이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뉴스에서 소외된 서부경남지역= 뉴스보도의 지역성 역시 한쪽으로 기울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MBC경남은 하나의 법인이지만 창원과 진주 복수 연주소(방송국 시설)를 유지하고 있다. 진주가 제작을, 창원이 보도를 중점적으로 맡고 있는데 이렇다 보니 서부경남(진주)권의 보도가 동부경남(창원)권에 비해 소홀해졌다는 것이다.

일례로 MBC경남으로 통합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진주와 창원에서 각각 방영해온 아침뉴스 <뉴스투데이>는 진주에서 폐지됐다. 결국 진주지역에는 창원에서 제작한 <뉴스투데이>로 대체돼 방영되고 있다. 서부경남권 보도를 다룬다 해도 보도국이 설치된 동부경남권에 비해 뉴스의 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

한 기자는 “지역 보도는 지역 밀착성이 우선인데 광역화된 후 (서부경남권 뉴스는) 단신으로 처리되는 등 구색 맞추기식으로 나오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동부경남(창원)권의 뉴스 편중 현상은 수치로도 알 수 있다. MBC지역방송협의회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뉴스투데이>에서 보도된 리포트 가운데 서부경남의 비중은 동부경남의 3분의 1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2012년 4월 23일~25일 사이 방송된 31개 리포트 가운데 20개가, 그리고 2012년 6월 25일~29일 사이 방송된 43개 리포트 가운데 23개가 동부경남(창원)을 다룬 내용이었다.

김일식 진주YMCA 사무총장은 “지역성 구현을 위해 뉴스 시간을 보장하겠다더니 오히려 <뉴스투데이> 광역화로 인해 서부경남권의 보도 비중은 현저히 줄었다”며 “진주MBC를 지역민에게서 뺏어간 결과 지역 의제 설정 기능은 거의 사라졌다”고 꼬집었다.

▲ 지난 2011년 4월 25일 서울 태평로 광화문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지역MBC 강제통합에 반대하는 언론사회단체의 결의대회 모습. ⓒ PD저널

“빈번한 인사이동·인력 부족 여전”= MBC경남의 통합 후유증은 인사 문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잦은 인사이동과 함께 제작 인력 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제작국에서는 타부서로 이동하거나 안식년 등으로 발생한 결원을 채우지 못한 채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한 PD는 “PD 1명이 여러 프로그램을 한꺼번에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신설 프로그램이 생겨도 만들 수 있는 여건이 되질 않는다”고 전했다.

보도국에서는 절반가량이 인사이동을 겪다보니 아직까지 통합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한 카메라기자는 “제작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원칙과 기준 없이 인사이동을 단행하는 걸 보면 방송은 뒷전 아닌가 싶다. 언론사로서 쌓아온 제작기반이나 노하우를 무너뜨리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또 통합 과정에서 광역화 찬반으로 엇갈린 구성원 간 반목과 갈등은 여전하고 그 후유증 역시 남아있는 상황이다.

▲ 2011년 8월 8일 방송통신위원회의 진주·창원MBC 통폐합 허가 결정 소식에 정대균 진주MBC노조위원장이 한 조합원을 껴안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 ⓒ언론노조

“광고판매 차이로 잦은 방송파행”= MBC경남에서는 또 진주MBC와 창원MBC의 광고 판매 체계가 달라 방송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MBC경남의 진주MBC는 서울MBC의 광고를 릴레이로 받는 연계판매로, 창원MBC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경남지소를 통해 자체적으로 광고를 판매하고 있다.

이처럼 다른 광고 판매 체계로 인해 본 방송 전까지 각기 다른 광고를 내보내야 하기 때문에 경미한 방송 사고나 기술적으로 매끄럽지 못하게 이어지는 등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한 기자는 “<뉴스투데이>의 경우 창원MBC에서는 프로그램 전후로 자체 CM(광고)가 붙는데 진주MBC에서는 서울MBC의 CM를 내보내야 한다”며 “CM 시간이 맞지 않으면 필러(프로그램 사이의 시간을 메우기 위한 예비 프로그램)로 대체하다 방송 파행이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는 편성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MBC경남이 지난해 10월부터 자체 제작해 방영 중인 <퐁당퐁당 시장>은 통합사 프로그램인데도 불구하고 광고 수익 때문에 창원MBC와 진주MBC의 편성 시간대가 각각 월요일 심야와 토요일 오전으로 나뉘어 방영되고 있다.

이진숙 MBC기획홍보본부장은 지난 15일 특보에서 “계열사의 광역화는 인접 방송사들을 통합해 프로그램 제작과 편성을 운영함으로써 제한된 자원으로 최대의 효율을 확보할 수 있고 지역에 최적화된 방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MBC경남의 광고 총량을 유지하느라 도리어 지역 시청자들의 방송서비스 질은 하락했다는 비판을 면하긴 어려워 보인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정경구 MBC경남 상무이사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작년 한해의 경영수치 등이 아직 완료되지 않은 관계로 현재로선 공식적인 답변을 하기가 어렵다”라고만 밝혔다.

이처럼 내부 구성원의 MBC경남에 시너지 효과에 대한 의견은 회의적이다. 지역민과 내부 구성원들의 충분한 논의 없이 진행된 강압적인 통합의 결과는 광역화의 필요성에 여전히 물음표를 남기고 있다. 현재도 계속 추진 중인 MBC 지역계열사 광역화 추진이 결국 MBC경남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역MBC의 한 구성원은 “경영 효율화를 내세운 사측의 논리는 궁극적으로 나중에 MBC를 팔기 쉽도록(민영화) 하기 위한 작업이 아니겠느냐”라는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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