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도장찍는 위원회로 전락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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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새누리당, 정부조직법 개정안 발의 예정…민주 “방송정책, 방통위에 남길 것”

새누리당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반영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30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인 가운데, 민주통합당이 방송정책을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는 정부조직 개편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혀 향후 국회 논의과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인수위는 차기 정부에서 방송통신 진흥 기능을 신설 예정인 미래창조과학부에 대거 넘기고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엔 방송 규제 역할만 맡기는 내용의 정부조직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 민주통합당 측 간사인 유승희 의원은 지난 28일 “방송정책을 독임제 부처에서 관할하는 데 대해 크게 우려 한다”며 방송정책 전반과 통신 분야 중 이용자보호 등의 정책을 방통위에서 담당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유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문방위원들은 이날 원내대표와의 면담에서 이 같은 뜻과 함께 향후 국회의 정부조직법 개정 논의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이날 정부조직 개편 논의와 관련한 대응을 위해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고 가동에 들어갔다.

■미래창조과학부, 방송정책 싹쓸이= 방송통신 정책을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현재까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PD저널>이 확인한 인수위 정부조직법 부칙 개정안은 방송법, 방송통신발전기본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방송광고 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미디어렙법), 전파법, 정보통신망법 등에서 방통위 소관을 미래창조과학부로 바꾸려 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미디어렙 허가·재허가 등 방송광고 관련 업무(미디어렙법)와 방송통신 경쟁상황 평가, 방송통신발전기금 징수 및 운용(이상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시청점유율 제한, 유료방송 인·허가, 채널편성 규제, 협찬고지, 방송발전 지원 및 시정명령, 지역방송발전위원회 설치 및 위원구성(이상 방송법) 등을 미래창조과학부에서 담당하게 된다.

또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의 예산·결산 보고와 EBS의 예산 운영계획 및 결산 보고 등도 미래창조과학부가 받는다. 반면 방문진 이사·감사 임명과 EBS 사장·이사·감사 임명은 계속 방통위에서 맡는다.

하지만 이는 정부조직법 부칙 개정안에 담긴 내용일 뿐이다. 정부조직 개편을 위해선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물론 개별법 및 부칙 등의 개정이 필요하다. 그간 방통위에서 맡아 왔던 방송 진흥과 규제 관련 역무를 조정하기 위해선 방통위 설치법 등의 개정도 뒤따라야 한다.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방통위 설치법과 방송법 개정 등을 둘러싼 여야 간 논박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 ⓒPD저널
■방송정책, 합의제 위원회에 남아야= 유승희 의원은 지난 28일 민주당 언론대책위원회와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 주최로 열린 ‘바람직한 방송통신 정부조직의 개편 방향’ 토론회에서 “최소한 현행 방통위의 방송정책국 전체가 (박근혜 정부에서도) 방통위에 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방통위 방송정책국은 지상파 방송은 물론 뉴미디어와 방송채널 등에 대한 정책과 함께 미디어 다양성 등 방송정책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은 “(인수위 안대로라면) 단적으로 방통위엔 방송과 관련해 사람 뽑고 도장 찍어주는 인·허가 업무만 남기고 모든 방송통신 콘텐츠·네트워크·플랫폼 정책을 (미래창조과학부로) 가져갔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소장은 “규제와 진흥을 분리하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며 현행 방통위 방송통신융합정책과의 △정책총괄과 △융합정책과 △주파수정책과 △방송광고정책과와 함께 방송정책국, 이용자보호국 등은 반드시 합의제 위원회(방통위) 조직에 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환 상지대 교수(언론광고학)는 “방송통신 관련 정책과 진흥이 미래부 산하로 이관되면 방송정책이 집권여당에 의해 임명된 독임제 장관에 의해 수행된다는 점에서 방송의 공공성과 표현의 자유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될 우려가 크다”며 방송정책 전반을 미래창조과학부로 옮기는 데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침묵하는 지상파= 지상파 방송사들이 인수위와 여당의 정부조직 개편 논의에 적극 의견을 내고 있지 않은 데 대한 문제제기도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해 지상파 방송사들은 어떤 의견도 공식적으로 내지 않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모임인 한국방송협회 관계자는 “최근 정책회의를 한 차례 진행했다”며 “일단 국회에서의 정부조직 개편 논의를 지켜본 뒤 대응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 28일 성명을 내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KBS 사측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고 나섰다. KBS본부는 “방송정책을 독임제 정부조직에서 직접 관장할 경우 공영방송의 위상 하락과 정권의 언론통제는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해당사자인, 가장 타격을 볼 게 분명한 KBS가 제대로 된 의견개진을 하지 않고 있는데, 만약 박근혜 정부에서도 KBS를 헌납해 개인적 안위만 챙기겠다는 속내가 아니라면 KBS 사장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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