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드러난 박근혜 ‘밀봉 스타일’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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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클리핑]총리후보 초단기 사퇴…중앙, 불산누출 삼성 대변인?

30일자 아침신문들이 공통적으로 주목한 건 두 가지다. 먼저 김용준 총리 후보자의 초스피드 사퇴로 다시 한 번 드러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밀봉 인사’ 스타일의 역력한 한계다. 또 다른 하나는 무리한 특별 사면과 훈장 수여로 드러난 임기 말 이명박 대통령의 애틋한 측근 챙기기 ‘몽니’다. 현·차기 권력의 답답한 그리고 오만한 행보에 아침신문들은 한 목소리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김용준, 총리 지명 5일 만에 사퇴…초대 총리 지명자 자진 사퇴 헌정 사상 최초

두 아들의 병역 면제와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인 김용준 국무총리 지명자가 29일 전격 사퇴했다.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 지명자의 자진 사퇴는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박근혜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에 대한 비판이 일면서 27일 앞으로 다가온 박근혜 정부 출범 준비 작업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 1면 기사다.

기사에 따르면 김 지명자는 이날 오후 발표문에서 “저의 부덕의 소치로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리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도 누를 끼쳐드려 국무총리 후보자직 사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김 지명자의 발표문은 윤창중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이 서울 삼청동 인수위 기자회견을 통해 전했다. 인수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김 지명자는 지난 24일 박 당선인에 의해 총리로 지명된 이후 닷새 만에 물러났다.

김 지명자는 1970~1980년대 서울·수도권 부동산을 집중적으로 사들여 수십억원의 차익을 남겼다는 투기 의혹과 두 아들의 병역 면제 의혹이 집중 제기된 상태다. 박 당선인이 철저한 보안을 이유로 ‘나홀로 인사’에 치중하면서 기본적인 재산과 병역에 대한 검증작업조차 소홀히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경향신문>은 전했다.

▲ <경향신문> 1월 30일 1면
언론 검증에 물러난 김용준…해명 대신 ‘언론 탓’

29일 국무총리 후보직을 사퇴한 김용준 후보자는 사퇴 사유의 절반 이상을 언론에 ‘하고 싶은’ 말로 할애했다. 그동안 언론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명이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서울신문> 4면 기사다.

기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김 후보자의 사퇴 입장을 대독한 윤창중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의 브리핑 내용을 보면 보도의 사실 여부를 떠나 자신의 전력을 파헤치려고 ‘달라붙은’ 언론에 대한 김 후보자의 불편함이 묻어난다.

김 후보 후보 사퇴 발표문에서 “언론기관에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다”며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보도라도 상대방의 인격을 최소한이라도 존중하면서 확실한 근거가 있는 기사로 비판하는 풍토가 조성돼 (국회) 인사청문회가 원래 취지대로 운영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서울신문>은 “‘확실한 근거가 있는 기사로 비판’해야 한다는 주문이었지만, 의혹에 대한 진실은 그가 다시 언급하지 않는 이상 더는 알 방법이 없게 됐다. 결과야 어떻든 차기 정부의 첫 총리 후보자의 각종 의문점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도 함께 묻혔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사퇴 발표를 2시간 남짓 앞두고 인수위 기자실에 떡볶이와 귤을 전달해 예기치 못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열심히 하시라는 의미”라는 게 인수위 측의 설명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마지막 인사’를 하기에 앞서 섭섭함을 담은 ‘작별 선물’을 보냈던 셈이었다.

마지막까지 드러난 MB 오만 본색…비리 사면·측근 훈장

이명박 대통령이 여야 정치권과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측근 중심의 설 특별사면을 강행했다.

<경향신문> 1면 기사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29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즉석 안건으로 상정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55명에 대한 사면안을 심의·의결했다.

인허가 청탁으로 금품을 수수한 이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 최 전 위원장과 청탁 대가로 수십억원을 챙긴 이 대통령의 오랜 친구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은 특별사면을 받았다. 최 전 위원장과 함께 이 대통령 대선 캠프의 ‘6인회’ 멤버였고, 전당대회에서 돈봉투를 돌린 박희태 전 국회의장도 특별사면과 함께 복권됐다.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정부 출범 시 사면권을 남용하지 않을 것이고 재임 중 발생한 권력형 비리 사면은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적 있다”면서 “이번 사면은 그 원칙에 입각해 실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 전 위원장과 천 회장 등은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를 저질렀다. 또 민생 사범보다는 측근·정치인 중심 사면이 이뤄졌고, 임기 중 범죄로 형을 선고받은 박 전 국회의장까지 포함돼 이 대통령이 밝힌 원칙에 맞지 않다. <경향신문>은 “이 대통령은 이번을 포함해 임기 중 7번의 특별사면을 단행해 권한 남용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경향신문> 1월 30일 1면
이 대통령은 설 특사로 측근들을 대거 풀어주는 동시에 또 다른 측근 인사들에게는 훈장을 수여했다.

<경향신문> 4면 기사에 따르면 정부는 29일 이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강만수 산은금융그룹 회장 등 129명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이 대통령의 측근 인사로는 강 회장과 함께 안경률 전 새누리당 의원, 김인규 전 KBS 사장 등이 이번 훈장 수여 대상자에 포함됐다.

5년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를 지내고 현 정부 첫 기획재정부 장관에 오른 강 회장은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는다. 한나라당(새누리당) 내 친이계 최대 모임인 ‘함께 내일로’ 대표 출신의 안경률 녹색환경협력대사에게도 국민훈장 무궁화장이 수여된다.

김인규 전 KBS 사장도 지상파 텔레비전 방송의 디지털 전환으로 방송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공로로 은탑산업훈장을 받게 됐다. 김 전 사장은 2007년 대선 기간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 캠프에서 언론특보를 맡았다. 김 전 사장이 2009년부터 3년간 KBS 사장직을 수행하는 동안 방송사 내부에서는 ‘사장이 공영방송의 중립성을 훼손시켰다’는 비판이 불거졌다. 정치권에 줄을 댄 사람이 방송사 사장으로 되돌아온 나쁜 선례를 이어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경향신문>은 “이번 훈장 수여 결정은 한·일 정보보호협정을 비공개로 추진하다 물러난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에게 황조근정훈장을 수여하기로 결정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나온 것”이라며 “서훈을 남발하지 말라는 여론의 지적을 무시하고 공적에 논란이 있는 측근들에게 또다시 훈장 수여를 강행했다는 비판이 비등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불산 누출 사고…삼성 해명만 보도하는 ‘중앙일보’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공장에서 지난 27일 불산 누출로 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삼성전자 측은 “설비에 묻을 정도만 누출됐다”며 감추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경향신문> 10면 기사에 따르면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 관계자들로 구성된 합동감식반이 29일 현장 감식조사를 벌인 결과 삼성전자 측의 설명과 달리 경보음이 울렸고 공장 내부에서도 불산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5명의 사상자를 낸 엄청난 사고 앞에서도 ‘발빼기’만 하고 있는 삼성의 모습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도 기사와 함께 사설을 통해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12면에 <삼성전자, 불산사고 조사하러 온 경찰 1시간 동안 입구서 막아> 기사를 게재했다. 이어 35면 사설 <세계 1류답지 못한 삼성전자 ‘불산 누출’ 수습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지적을 했다.

▲ <중앙일보> 1월 30일 12면
“불산 저장 탱크 배관의 누출방지 패킹에서 불산 용액이 누출돼 경보기가 울린 것은 27일 오후 1시 31분이었다. 회사 측은 누출 부위를 비닐봉지로 임시로 막아놓은 채 바로 옆 생산 라인에서 일하던 50여명에도 누출 사고를 알리지 않고 조업을 계속 시켰다…(중략) 28일 새벽 5시 40분 수리 작업을 끝냈지만 작업자들은 오전 7시 30분쯤부터 목·가슴 통증이 심해져 병원으로 옮겨졌고, 그중 박모씨가 오후 1시 55분쯤 숨졌다. 삼성은 경찰 변사 통보를 받고서야 오후 2시 42분 경기도에 사고를 신고했다. 사망자가 생기지 않았다면 사고를 공개하지 않으려 했다고 의심을 살 만 하다…(중략) 삼성전자는 환경부가 지정한 녹색 기업이어서 지자체의 유독물질 점검을 받지 않는다. 재해·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그룹 연구소까지 차려놓고 있다. 그런 세계 최고 기업에서 후진국 수준의 사고가 터진 것도 문제지만, 그걸 수습하는 과정도 세계 1류답지 못했다.”

<동아일보>도 12면 기사에 이어 31면 사설 <글로벌 삼성전자답지 않는 불산 사고 감추기>에서 “삼성의 늑장 신고를 용납하기 어렵다…(중략) 삼성전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철저한 진상조사로 사고 원인과 대처, 늑장 신고의 문제를 밝혀 엄정 처리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녹색기업’으로 지정돼 지자체의 유독물질 지도점검을 받지 않은 데 따른 문제는 없는지, 녹색기업의 자격이 있는지도 살펴볼 일”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중앙일보>는 12면에 1단짜리 기사 하나를 게재하는 데 그쳤다. 내용 역시 삼성 안전담당자의 경찰 진술 내용이다. 삼성의 ‘해명’에만 관심을 보인 것이다. <중앙일보>는 <“불산 처리 경황없어 곧바로 신고 못했다”> 기사에서 “삼성전자 화성사업자 협력업체 STI 서비스 대표와 안전관리 책임자, 인사담당자 등 3면은 경찰 조사에서 ‘현장 처리에 급급해 경황이 없어 신고를 못했다. 하지만 사고 이후 조치는 절차에 따라 진행돼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방통심의위, 박 당선인에 ‘반말’한 ‘개콘’ 행정지도?

KBS 2TV 개그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용감한 녀석들’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로부터 행정지도 조치를 받았다. 박 당선인에게 반말을 했다는 이유다. 방통심의위가 그동안 별탈 없이 진행돼 온 정치풍자 코미디에 대해 지도조치를 내리자 시청자들은 ‘눈치보기 행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경향신문> 14면 기사다.

기사에 따르면 방심위는 지난 16일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지난해 12월23일 ‘용감한 녀석들’ 코너에서 개그맨 정태호씨가 박 당선인을 대상으로 “잘들어” “절대 하지 마라” 등 반말한 내용을 놓고 논의했다. 방심위는 방송법 제100조 1항 ‘시청자에 대한 예의와 방송의 품위 유지’에 위배되는 부적절한 내용이라고 판단해 행정지도 조치를 내렸다고 29일 밝혔다. 이 행정지도 조치는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것으로, 다른 제재는 없다.

방심위 관계자는 “당선인 품위를 훼손하는 비방성 발언과 정치적 편향성 발언, 연장자인 당선인에게 무례한 발언을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경향신문>은 전했다. 방심위 행정지도 소식이 알려지자 한 누리꾼은 “대통령 당선인에게 반말했다고 행정처분? 지금이 혹시 조선시대인가. 너희들이 행정처분감”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번 조치에 서수민 책임PD는 “정치를 제대로 해달라는 뜻인데 다른 쪽으로 얘기해 억울하다”며 “방송 이후로 정태호씨가 테러 수준의 비난을 받았다. 기가 많이 죽어 안타깝다”고 말했다고 <경향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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