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BS 노조 정상화, 아직도 갈 길은 멀다

|contsmark0|1년여를 끌어온 언론노조 kbs본부 8대 집행부의 퇴진문제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법원이 이용택·강철구 집행부가 제출한 언론노조로부터의 제명처분과 조합원들에 의한 탄핵가결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것이다. 취임이후 자신들과 관련된 모든 비판에 대해 ‘법대로’를 외치던 그들로서는 자신들이 그토록 믿어의심치 않던 공권력으로부터 ‘팽’을 당한 셈이다.
|contsmark1|kbs노조를 둘러싼 갈등은 거대노조의 퇴행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이념이 사라지고 노동의 의미가 퇴색해버린 시기에 5천여 조합원을 아우르며 연 예산 20여억원을 집행하는 노동조합에 남아있는 것은 오직 권력과 이권에 대한 추악한 집착뿐이었음을 시사하는 것이 아닐까?
|contsmark2|작업현장과 유리된 채 피켓을 들지 않고 번쩍이는 구두와 양복을 걸치고 한적한 음식점을 배회하는 노동조합 간부들을 어찌 진정한 노동조합 활동가라 할 것인가. 이는 결코 8대 집행부만을 두고 하는 얘기는 아니다!
|contsmark3|kbs 노조사태는 무엇보다도 절적한 세대교체의 중요성을 실감케 해준다. 사실 지금의 kbs노동조합을 이나마 가능케 했던 원동력은 87년의 노동자 대투쟁과 그로 인해 열려진 정치사회적 공간에서 가능했던 kbs의 “90년 4월사태”이다.
|contsmark4|현재 kbs노동조합을 이끌어가는 주요인사들 역시 그시기에 등장했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시기 등장했던 저항의 모티브는 퇴색해버렸고 참여했던 인사들 역시 적절한 자기개발을 통해 벼리어지지 않았을뿐더러 조악한 섹티즘의 형태로 분화해 갔다는 것이다. 여기에 소위 386세대들의 노동조합활동에 대한 무관심이 보태지면서 노조는 권력추구적인 소수 인사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조합원들 사이에 지배적이게 되었다.
|contsmark5|선거때마다 ‘그나물에 그밥’이라는 자조적인 한탄과 무관심의 토양위에 “이번에는 어느 직종이 해야 한다”느니 “차기를 위해서 우리 직종은 어느 직종의 후보를 밀기로 했다”는 등의 한심한 담론이 독버섯처럼 자라난 것이다.
|contsmark6|오죽했으면 자신들을 향한 욕인줄을 알면서까지 이·강 집행부 역시 세대교체와 노조 기득권세력 개혁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번 집행부의 퇴진이 전면적인 세대교체의 서막이 되어야 한다. 노동조합운동이 이권의 향배나 비뚤어진 권력욕을 추구하는 장이 되지 않으려면 상대적으로 80년대를 통해 대중운동을 경험하고 노동운동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있는 386세대들의 참여가 절실하다. 물론 젊은피들을 수혈하려다보니 젊은 철면피들만 모이더라는 우화도 있으니 나름대로의 검증은 필요하겠지만.
|contsmark7|또 하나, 이번 사태는 노동조합운동에 있어서 자주성의 원칙은 어떤 경우에도 훼손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확실히 일깨워주었다. 자신들을 비판하는 조합원들을 잠재우기 위해 8대집행부는 법적인 조치를 애용했다. 노동조합의 집행부가 조합원들이 낸 조합비를 사용하여 그 조합원을 고소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 웃지 못할 희극은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군대를 보내 그 국민을 학살한 80년대의 군부에 비견될 것이다.
|contsmark8|조합원이 조합활동과 관련하여 제기하는 비판과 비난은 어디까지나 조합활동의 테두리내에서 판단되어야 한다. 조합원이 해노행위를 한다고 판단되면 돈 안들고 징계할 수 있는 조합내의 절차가 있다. 그런데도 굳이 돈들여가며 공권력의 법정에 세우겠다는 발상은 가히 기상천외하다.
|contsmark9|그들은 심지어 조합원 과반수의 투표와 절대다수의 찬성으로 가결된 탄핵에도 승복하지 않고 또 다시 이 문제를 법원으로 가져갔다. 조합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되어야할 절대 다수 조합원의 의사는 깡그리 무시된채 판사 한 사람이 조합활동을 결정해버린 것이다. 어쨌든 이번 일이 선례가 되어 노동조합활동이 변호사들의 소송잔치로 변질되지 않을지 심히 우려스럽다.
|contsmark10|8대집행부의 몰락은 많은 숙제를 남겨주었다. 그중에서도 무엇보다 중요하며 핵심이 되는 과제는 조합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문제다. 특히 악화된 제작환경의 개선을 위해서라도 두말할 것 없이 유능한 pd들의 참여가 절실하다. 정치도 마찬가지지만 결국 우리는 우리의 노력에 상응하는 것 이상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contsmark11|김영삼 kbs 편성국
|contsmark12||contsmark13|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