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제작기 KBS 2TV <203 특별수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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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형사 될래요!”

|contsmark0|월요일 밤 11시, 진지한 범죄 모의가 교양국 5층 사무실에서 벌어진다. “이번 사건에서 살인방법이 너무 평범한거 같지 않아? 그 상황에서 범인이 끈으로 살해한다는 게 동기에 비해 약한 것 같아서 말이야.” 각종 범죄현장의 천연색 사진이 빼곡이 담긴 과학수사 잡지를 넘기며 pd가 말한다.
|contsmark1|“그럼 독극물을 주입하는 방법이 어떨까요, 필리핀산 박스피쉬에서 나오는 독이 흔적이 남지 않고 분석하는데도 시간이 걸린다고 하던데.” 초고를 들고 온 작가가 말한다.“그래, 그럼 그 독극물의 화학성분하고, 국내에서 반입할 수 있는 루트, 사체에서 발견될 수 있는 성분으로 분석할 수 있는지를 국과수와 연구소를 통해서 일단 확인하자구.” 이렇게 해서 교사될 뻔한 피해자는 독극물에 의한 피살자로 바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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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일정대로라면 월요일 대본은 완성되어야하고 늦어도 수요일까지는 연기자 섭외와 장소 섭외의 틀이 결정돼야 한다. 하지만 수사드라마에서 범죄방법의 변경은 전체 구성의 틀을 바꿔야 하는 작업이기에 이제부터는 시간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contsmark5|과학적 추리와 수사를 통해 완전범죄의 신기루를 쫓는 범인들을 검거하는 <203특별 수사대>가 시작한지 5개월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새롭게 시작한 수사드라마를 통해 과학적 분석, 추리, 휴머니티, 적절한 볼거리(?)를 제공해야한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작업은 대본작업이다.
|contsmark6|하지만 서너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일망타진(?)하기 위해 제작 수사진의 수사기법은 모든 밤을 낮으로 삼는 과학적(?)기법을 택한다.
|contsmark7|야외촬영 하루 전 소품팀장으로부터 연락이 온다. “박스피쉬는 국내에 두 마리 밖에 없는데요.”막막한 순간이다. 20여 마리가 놀고 있는 수족관을 걸고 찍으려고 했던 프로그램 첫 컷트는 몽상이었다. “그럼 두 마리라도 조심해서 운송해 주세요. 부탁합니다.”
|contsmark8|촬영현장에서 본 박스피쉬는 매우 귀여운 모습이었다. 앞으로 촬영기간은 5일. pd는 어항 속의 고기에게 부탁하듯 얘기한다. “제발 5일간 만이라도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있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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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0|온 신경이 그 놈의 고기에게 가있다. 그러나 촬영시작한지 겨우 2시간 시름시름 앓던 한 녀석이 배를 하늘로 향하고 천천히 떠올랐다. 허연 그 녀석의 배처럼 제작진의 얼굴이 허옇게 변해갔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5일간의 밤샘 촬영을 마치고 마지막까지 생존한 박스피쉬 덕에 방송이 나갔다.
|contsmark11|“정말 이 프로그램 1년만 하면 전 완전범죄 가능할거 같아요”, “난 앞으로 평생 복어는 안 먹을 거야” 이런 말들이 우리들 사이에서는 매번 나올 정도다.
|contsmark12|방송이 끝나고 한 초등학생이 프로그램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얼마 전까지 조직 폭력배가 꿈이었어요. 그런데요. 이 드라마 보면서 꿈을 바꿨어요. 형사가 되고 싶어요…”라는.
|contsmark13|이런 의견을 들을 때마다 우리들은 그 동안의 고생들을 다 잊게 된다. “자 모두들 고생했어요. 우리 복지리나 먹으러 가자구요”
|contsmark14|최석순 kbs 교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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