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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s FM ‘배칠수 전영미의 9595쇼’ (FM 95.1MHz, 매일 12~2시)

웃음을 주는 콩트 프로그램이지만 시사를, 그것도 정치시사를 다루어야 한다면 어떤 기준을 가져야 할까. 20년의 전통을 가진 이 프로그램을 재탄생시키면서 가졌던 고민이다.

2012년의 봄. 실정을 거듭한 정권의 마지막 해이자 대선이 관심사가 되기 시작하던 때. 정치현실을 제대로 다루고자 결심했던 나는 어떤 풍파도 견뎌낼 수 있을 프로그램의 기준(?)을 세웠다. 나름 스스로 지켜야할 정의(正義)의 기준이랄까. 웃기되 절대 겉핥지 말고, 대상이 누구든 부정한 당사자에겐 뼈아픈 비판을 하고, 쫓겨날 때까지 타협하지 말자. 그렇게 나조차도 과연 지킬 수 있을지 의심스런 기준을 갖고 위정자들에게 날릴 직격탄코너 ‘9595 반상회’를 만들었다.

YS, MB, 박그네 그리고 박시장. 반상회의 주인공이다. 배칠수와 전영미 둘이서 연기하는 이들 캐릭터는 대통령, 장관, 판검사, 국회의원, 재벌 등 대상을 가리지 않고 필요할 땐 실명까지 쓰며 신랄한 비판을 담은 강도 높은 멘트를 쏟아냈다. <9595쇼>의 다른 콩트는 강하되 은유와 풍자를 주로 한다. 하지만 ‘반상회’는 직설적이다. 당연히 주의와 경고가 숱하게 날아왔고 다른 정치색과 오해로 인한 청취자들의 항의가 쏟아졌다.

하지만 모두 생각이 같을 수 없기에 감내해야 했던 일.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동안에도, 생방송을 하는 동안에도 제작진은 전쟁을 치렀던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만 1년이 되었고 다행히 난 쫓겨나지 않았다.

배칠수와 전영미의 대통령 목소리. 재미있지만 타 방송사에서 했던 그 캐릭터들을 그대로 쓸 것인가는 큰 고민이었다. 장고 끝에 난 ‘반상회’에서 그대로 쓰기로 했다. 잘해야 본전일 것 같았지만 내용으로 차별화를 하기로 했던 것이다. 물론 지금 그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

권력이 방송에 재갈을 물린 현실. 비록 코미디지만 정치를 다뤄야 하는 프로그램은 어때야 하는가를 생각한다. 또 과연 나의 잣대로 작금의 상황을 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오만은 아닐까 고민도 한다. 많이 걱정스럽다. 하지만 지금의 난 용기를 내서라도 덤벼야 할 처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쫓겨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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