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경험’ 앞세워 ‘방송장악’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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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청와대로 직행한 폴리널리스트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에서 ‘성시경’(성균관대,고시,경기고)으로 바뀐 청와대 인선 명단에 ‘언론인’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포함됐다. 이번 정부에서 기용된 언론인들이 언론 장악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비판에도 언론인들의 청와대행(行)은 거침이 없다.

박근혜 정부 초대 홍보수석으로 내정된 이남기 SBS 미디어홀딩스 사장은 큰 문제가 없는 한 SBS 출신인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의 바통을 이어받게 됐다. 이 내정자는 지난 18일 인선 발표 이후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당선인이 불통이란 말을 인정하기 어렵다. 메시지의 양은 적지만 한 번도 어기지 않고 지켜 나간 게 진정한 소통이다”고 말했다. 이날 아침 이 내정자는 SBS 지주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 사장실에 정상적으로 출근했다.

▲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과 하금열 대통령실장.ⓒ연합뉴스, 노컷뉴스

청와대 직행, 나쁜 선례= 권력의 감시견 역할을 하다가 대통령의 참모로 변신하는 언론인들의 행보는 더 이상 새삼스럽지 않다. <조선일보> 기자 출신인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동아일보>기자 출신인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은 일찌감치 이명박 대통령의 캠프에 발을 담았다. 현 정부 중반을 넘어서는 곧바로 청와대로 직행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SBS 출신인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 하금열 비서실장 등이 현직으로 있다가 지난 2011년 바로 청와대로 직행했다.

전국언론노조 SBS본부는 지난 18일 논평을 통해 “하 실장과 최 수석, 이 내정자까지 모두 현직에서 곧바로 청와대에 영입되는 사례를 남겼다”며 “SBS 조직원들이 대선 공정보도를 위해 밤낮으로 뛰고 있을 때, 사익을 위해 뒤로 특정 정치 세력과 의견을 조율했다면 이는 후배들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언론인들이 홍보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정치권으로 뛰어드는 게 이젠 관행처럼 되어 버렸다”며 “정치권력과 거리를 두고 감시하는 언론인들이 곧바로 정치꾼으로 변신하는 것은 언론인으로서 자부심을 버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 내정자가 지난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노컷뉴스

언론 중재할까, 간섭할까 =대통령 참모진으로 기용된 언론인들은 ‘언론 경험’이라는 모호한 이유로 영입됐다. 청와대 홍보수석을 언론인 출신들이 줄곧 맡아온 이유는 ‘언론 대응’ 때문이었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지난 18일 인선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내정자에 대해 “30여 년간 방송 분야의 일을 해오신 분”이라고 소개했다. 문화 예술 전반 걸쳐 넓은 인맥을 자랑하는 ‘마당발’에다 KBS 예능 PD출신으로 SBS제작본부장과 보도본부장, 부사장을 역임하면서 실력도 인정받았다는 평이다.

하지만 이 내정자의 인선 배경을 둘러싼 의혹을 보면 그의 전문성만 고려해 기용했다고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내정자는 대선 기간 박 당선인의 자문 활동을 했는데, 이는 SBS 지주회사의 사장 신분으로 특정 후보를 도운 것이다.

이같은 논란은 이 내정자가 언론계 현안을 중재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오히려 이번 정부에선 ‘방송장악’ 개입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언론인 출신 참모들의 이름이 거론됐다. 하금열 대통령실장은 지난해 여야가 합의한 MBC 김재철 사장 해임안이 부결되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동관 전 대변인은 2008년 정연주 전 KBS 사장의 강제 해임이 논란이 된 시기에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과 새 사장 선임문제를 논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신재민 전 차관도 YTN사태를 놓고 “YTN 사태의 정상화는 구본홍 사장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낙하산 사장을 반대하는 노조를 압박해 반발을 샀다.

이강택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거론된 사례뿐만 아니라 그동안 청와대에 들어간 언론인 출신들이 언론사 사장 선임과정이나 각종 기관에 자기 사람을 심는 데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다.

SBS 중심주의 탈피해야 = SBS 출신이 연속으로 홍보수석을 맡게 된 점에 대해서도 언론계 안팎에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런 여론 때문에 SBS 내부에서도 이번 홍보수석 인선에 대해 짐짓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강상현 연세대 교수(언론홍보영상학부)는 “방송사나 언론사 출신들이 권력과 가까워지면 언론계 일반 정책을 폭넓게 바라보지 못하고 출신 회사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모습을 종종 보였다”며 “이해관계가 복잡한 언론·방송의 발전을 위해선 잘못된 선례를 타산지석으로 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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